'이세돌의 일주일'은 2016년 3월 9일부터 15일까지의 일주일 동안,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인공지능 알파고와 대결을 벌인 이세돌 9단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 정아람은 프로기사를 꿈꾸던 한국기원 공인 아마 5단의 기자이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취재했으며, 구글이 대결을 발표한 순간부터 최종국이 열리는 마지막 날까지 현장에서 이세돌 9단을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지켜봤다. 이세돌 9단이 경기 전에 5승을 자신할 때, 3연패하고 고개를 숙였을 때, 4국에서 승리하고 기뻐할 때, 마지막 5국 이후 술자리에서 패배를 아쉬워할 때 등등, 저자는 매 순간 이세돌 9단의 말과 표정과 몸짓을 생생하게 보고 듣고 느꼈다. '인간 이세돌'에 알고 싶은 사람이 놓치면 후회하게 될 정도로 책에서는 이세돌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공지능과 맞서 싸우는 이세돌 9단을 취재하면서 이세돌 9단이 패배했을 때는 진심으로 마음 아파했고, 값진 승리를 거뒀을 때는 본인이 이긴 것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세기의 대결이 열리기 전으로 돌아가 이세돌 9단의 '진화 과정'을 복기하려는 의도로 집필되었다. 또한 이세돌 9단이 어떻게 알파고를 만나 패배하고 아파했으며 극복했는지를 차근차근 짚어보려 한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이세돌 9단은 대국이 열리는 내내 성장하고 있었다고 한다. "보통 사람이면 벌써 지쳐 포기했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도전했고, 더 강력하게 부활했다. 그러한 이세돌 9단의 행보는 항상 범인(凡人)의 예상치를 훌쩍 벗어나 있었다. 늘 새롭게 진화하는 그는, 그래서 '이세돌'다웠다."
구글 딥마인드챌린지 매치 이후 새롭게 일어난 '이세돌 신드롬'과 달라지는 바둑계 등의 내용이 이 책의 후반부에 함께한다.
책 속으로분위기는 침울했다. 음식을 시켜놓기는 했지만 제대로 먹는 사람은 없었다. 술잔만 빠르게 비울 뿐이었다. 이세돌 9단은 술자리 내내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5국을 복기하며 자신의 실수를 자책했다. "아, 상변 삭감을 할 때 중앙으로 갔어야 했는데… 너무 욕심을 부렸어. 상변에 깊숙이 어깨를 짚고 나서는 바둑이 원하는 대로 잘 안됐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 와중에도 이세돌 9단의 휴대전화로 수십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 9단은 계속 전화가 오자 휴대 전화를 옆으로 치우며 기보도 제대로 볼 수 없다고 투덜거렸다.
이세돌 9단은 마지막 대국에 대한 아쉬움을 강하게 토로했다. "3국까지는 알파고를 몰라서 제대로 붙어볼 만한 상황이 아니었고, 4국부터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특히 5국은 진짜 제대로 붙어보고 싶어서 준비를 가장 많이 했어요. 초반까지 어느 정도는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갔는데 정말 아쉽습니다."
-135쪽
나는 어려서 바둑을 배웠고, 아주 잠시지만 프로기사를 꿈꿔본 적도 있다. 바둑을 접고 평범한 삶을 살았지만 프로기사에 대한 존경심만은 여전히 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해 있다. 하지만 세계 최정상 프로기사인 이세돌 9단이 기계에 무참히 무너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내가 자랑스럽게 여겼던 바둑의 고유한 가치도 기계에 의해 난도질당한 느낌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이세돌 9단의 패배를 되짚으며 기사를 써야 하는 게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기사고 뭐고 잠시 쉬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이런 태도를 반성하게 한 건 다름 아닌 이세돌 9단이었다. 이세돌 9단은 충격적인 상황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알파고를 파헤치기 위해 집념을 불태웠다. 기자회견을 하면서 자신의 패배를 변명하거나 합리화하지 않았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한계를 고백했다. 그런 이세돌 9단을 보면서 나의 태도가 한없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내가 힘들어 봤자 이세돌 9단만큼 힘들겠나 싶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는 이세돌 9단을 보며 기사 쓸 힘을 얻었다.
- 227~2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