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억 교실은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있는 곳'
언제쯤이면 그칠 수 있을까. 마르지 않을 눈물을, 오늘도 하염없이 흘리는 세월호 가족들의 곁을 기독인들이 지켰다.
12일 어두막한 저녁 7시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단원고) 앞에 기독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세월호 희생자 학생들의 교실이 이전될 상황에 놓이자, 며칠째 노숙을 하며 교실을 지키는 50여 명의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하는 기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었다.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학생들의 체취가 남아있는 '기억 교실'. 세월호 부모로썬 이제 다시 이 땅에서 만날 수 없지만 그토록 사랑했던 아들, 딸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공간. 또 국민들에겐 TV와 신문 등 언론을 통해 세월호 침몰 모습을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던 불안전하고 비틀린 우리 사회 악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공간. '기억' 교실.
안산 세월호 분향소에서 세월호 가족들을 위해 2년 넘게 목요 기도회로 연대해 온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 '하나님의 선교' 동아리 신학생들은 세월호 가족들이 교실 이전 문제로 단원고에서 노숙하는 소식을 접하자 급하게 현장 기도회를 준비했다. 장소는 분향소가 아닌 세월호 가족들이 노숙하는 단원고로 정하고 기도회를 하루 앞둔 수요일 낮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기도회 소식을 전달했다.
기도회를 주최한 신학생들은 그저 세월호 가족들의 곁을 지키고 싶어 기도회를 열었다고 했다. 언제나 약자들의 편에서 그들과 함께했던 나사렛 예수처럼.
SNS를 통해 기도회 소식을 접하고 단원고를 찾은 기독인들은 70여명이었다. 단원고를 처음 찾은 기독인들도 상당했다. 그들은 기도회를 드리기 위해 기억 교실로 이동했다. 희생자 학생들이 생전에 수업을 듣고 웃고 떠들었던 교실을 앞에서 그들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세월호 가족 증언은 유예은 양 어머니 박은희 전도사가 맡았다. 박 전도사는 이번 기억 교실 이전 사태를 겪으며 성서에 나오는 잃은 양 이야기가 떠오른다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잃은 양을 찾으러 간 목자들 보며 다른 양들은 '나도 길을 잃으면 목자가 찾으러 오겠구나'생각하며 안심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그런데 오늘날 벌어지는 희생자의 흔적을 빨리 지우려는 학교 당국이나 경기도 교육청의 모습을 보면 '나도 사고를 당하면 이렇게 버려진다고 생각하지 않겠냐'고 했다. 또 단원고 학교당국이나 경기도 교육청이 재학생들을 위해 교실을 이전한다고 하는 것이 진정 그것이 아이들이 원하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냐며 이 과정을 지켜보는 아이들이 과연 이 사회와 교육당국을 신뢰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가족들의 뜻은 교실 이전 반대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앞으로 두 달 뒤인 7월에 세월호 인양 작업이 이루어지는데, 그때까지 만이라도 교실 이전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며 만약 "그때를 못 기다리고 교실 이전이 진행된다면 유가족들은 (미수습 가족들 앞에) 평생 고개를 들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한 기독인은 "세월호로 희생된 학생들과 교사들의 기억을 담고있는 세월호 기억 교실은 십자가가 있는 곳이자, 십자가가 있어야 할 곳"이라며 가족들의 뜻을 존중하는 지속적인 연대를 밝혔다.
또 회사를 일찍 끝내고 왔다는 또 다른 기독인은 "교실에 들어서니 가슴이 먹먹해졌다며 416 참사 이전 교실 풍경을 그려보았다"고 했다. 그는 슬픔이 벅차올라 눈물을 참기 힘들어했다.
기도회에 참가한 기독인들은 모두 "교실이 보존되어 진실을 향한 기억의 싸움이 끊이지 않게 해달라"고 간곡히 기도했다.
"교실에는 학생 4명의 유품이 수습되지 못한 채 남아있습니다. 교실은 미수습자 9명을 끝까지 기다리겠다는 약속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희생당한 250명 아이들과의 약속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이 사용했던 '기억 교실' 앞에는 "우리의 교실을 지켜주세요"라는 배너가 걸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