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서 주인공이 즐겨찾은 JR 신주쿠역. (사진=링켄리브 제공)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술을 잘 못하는 사람마저도 맥주가 먹고 싶어진다. 소설 속 주인공이 먹었던 엔초비 피자의 맛이 궁금해져 주문해 실제로 먹어보게 되고, 소설 속에 자주 등장하는 수 많은 음악들을 기어이 찾아 들어보게 된다.
아무 것도 없고, 아무 말도 없지만, 그 자체만으로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언어의 정원'의 배경지인 신주쿠 공원. (사진=링켄리브 제공)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읽어본 독자라면, 독자 자신도 아무 갈 곳 없는 고독의 순간에 처해있다면, 소설 속 주인공 다자키 쓰쿠루가 좋아했던 바로 그 역 가게 된다면, 어쩌면 눈물을 흘릴지 모른다. '괜찮아, 인생이야'라고 되 뇌되이며….
링켄리브(
linkandleave.com)의 '책 위를 걷는 여행자 ? 도쿄'편은 그렇게 시작된다. 수많은 도쿄의 명소 중에서도 책이나 영화의 배경지가 되었던 곳을 찾아 다니며 2박3일을 꽉 채운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배경지인 공원(사진=링켄리브 제공)
애틋한 사랑과 꿈을 그린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에서는 신주쿠 공원을 놀라우리만치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공원 게이트에 서 있는 장면부터,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난 정자 등이 모두 고스란히 남아있다. 덕분에 가볍게 산책하기 좋지만 여행자들은 좀처럼 들르지 않는 신주쿠 공원이 새로운 추억 밟기 명소가 됐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안녕 시모키타자와'는 시모키타자와를 어떻게 그려냈을까? 작은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결에도 뿌리째 흔들리는 인생은 누구에게나 한번쯤 찾아오기 마련이다. 인생 전체가 힘겨운 날, 책 속 주인공들이 이사온 곳이 다름아닌 시모키타자와였다. 젊은이의 거리인 시부야나 이케부쿠로와는 전혀 다른 문화적 분위기의 시모키타자와에는 소설 속 장소들이 대부분 현실로 남아있어 더욱 반갑다.
'안녕 시모키타자와'에 등장했던 시모키타자와의 카레집 (사진=링켄리브 제공)
여행은 도쿄의 상징이자 소설가 에쿠니가오리의 동명소설이 있는 도쿄타워에도 가보고, 전세계가 인정하는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업적을 엿볼 수 있는 지브리 박물관에도 들르며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비록 2박3일이지만 여정보다 긴 여운을 남기게 되는 책 위로 걸어보자. 가까운 도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