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16일 오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16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신 총괄회장은 이날 오후 3시쯤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을 나섰으며, 20분 뒤쯤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도착했다.
신 총괄회장은 거주하는 호텔을 나서면서 휠체어를 타지 않고 지팡이를 짚은 채 직접 거동했으며, 몰려드는 취재진들로 인해 혼잡해지자 지팡이로 제스쳐를 취하는가 하면, "카메라 치워라"고 말하며 정정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호텔 입구에서나 병원에 심경을 묻는 취재진들의 물음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병원에 도착한 신 총괄회장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부인인 조은주씨 등의 보호를 받으며 준비된 휠체어를 타고 쪽문으로 들어갔다. 신 전 부회장도 병원에 미리 도착해 아버지의 입원 과정을 지켜봤다.
신 총괄회장은 앞으로 약 2주 정도 입원해 의료진으로부터 정신건강 상태를 진단받을 예정이다.
한편, 신 총괄회장의 면회는 법원 심리에 따라 직계가족들에 한해 1주일에 두 차례, 1시간씩 허용된다.
면회가 가능한 사람은 신 총괄회장의 배우자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와 자녀들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으로 한정됐다.
두 아들은 아버지의 면회 문제를 두고 약간의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지난번 법원 심문 기일에서 양측 변호인들이 신동빈 회장은 면회를 자제를 할 것을 함께 의논했고 동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차남 신동빈 회장 측은 "법원에서 이미 자녀의 면회가 가능하다고 결정을 내린 만큼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가 뵐 수 있는 상황이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달라 아버지의 면회를 두고 두 아들이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16일 오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들어서며 취재진을 지팡이로 밀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감정 결과 및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는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중요한 변곡점이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아버지의 지지를 받던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이는 형제간 각종 소송 뿐 아니라 6월에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의 표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신 총괄회장의 건재함이 재확인 될 경우 차남쪽으로 정리되는 듯 했던 경영권 분쟁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법원은 신 총괄회장에 대한 병원 측의 심리 결과를 토대로 6월 중으로 후견인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