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올라가자' 삼성 선수들이 17일 한화와 홈 경기에서 연장 끝에 승리한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모습.(포항=삼성)
2010년대 최강을 자부했던 삼성의 2016년은 쉽지 않다. 시즌 초반이지만 5월 둘째 주까지 5할 승률을 밑돌면서 16일까지 9위(17승19패)에 처져 있었다. 지난해까지 정규리그 5연패, 2014년까지 한국시리즈 4연패를 이룬 명성이 흔들렸다.
이래저래 달라진 환경적 요인이 컸다. 삼성은 대주주가 삼성 그룹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뀌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주축 멤버 박석민(NC)과 야마이코 나바로(지바 롯데)가 파격적 대우에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
지난 시즌 막판 터진 '도박 스캔들' 후유증은 컸다. 임창용(KIA)가 방출됐고, 윤성환과 안지만은 우여곡절 끝에 복귀했지만 팀 분위기가 적잖게 흐트러진 상황이었다. 윤성환은 그나마 5승1패로 마운드를 지탱해주고 있으나 안지만은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 있다.
평작 이상은 됐던 외인 농사도 올해는 흉작이다. 적지는 않지만 거액도 아닌 몸값의 용병은 기대 이하였다. 콜린 벨레스터는 3패만 안았고, 앨런 웹스터도 3패(2승)다. 평균자책점은 각각 8점대와 6점대다. 내야수 아롬 발디리스는 타율 2할1푼7리, 그나마 4일 넥선전 이후 2군행, 개점 휴업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은 칼을 빼들었다. 17일 벨레스터 퇴출을 발표했다. 더 이상 밀린다면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을 잃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이날 한화와 포항 홈 경기를 앞두고 "캐치볼도 못 하는데 더 기다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삼성은 멕시코 국가대표 출신 아놀드 레온 등을 새 외인 후보로 올려놨다. 류 감독은 "조만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분위기 전환 카드는 될 수 있다.
올 시즌 삼성은 팀 ERA가 16일까지 5.66으로 9위였다. 팀 타율 4위(2할8푼2리)인 타선과 부조화를 이뤘다. 마운드 왕국이라는 별명이 무색했다.
하지만 외인 교체로 반등의 실마리를 마련했다. 삼성은 좌완 에이스 차우찬도 복귀에 시동을 걸고 있다. 류 감독은 "이번 주 2군에 등판하고 다음 주쯤 복귀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5월 하순이면 새 외인까지 선발 요원 2명이 가세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은 17일 한화를 연장 끝에 5-4로 눌렀다. 선발 장원삼이 6⅔이닝 4실점(3자책)으로 나름 제몫을 했고, 불펜이 견고한 투구로 승리의 발판을 놨다. 팀 ERA도 5.57, 8위로 조금 올라섰다. 18승19패, 5할 승률에 근접했다.
삼성은 전통적으로 더워지면 강해지는 팀이다. 류 감독은 "나도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지만 더운 대구를 홈으로 쓰는 삼성이다. 기온이 오르면 사자는 갈기를 세운다. 빠르면 5월 하순, 늦더라도 6월이면 대반격의 기회는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