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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당

    2野, 대여공조 속 미묘한 '헤게모니' 경쟁

    '임~행진곡' 사전통보 공개…정계개편설 대응 등에서 '장군멍군' 신경전

     

    4.13 총선으로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된 이후 각각 원내 1, 3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미묘한 경쟁과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두 야당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어버이연합 불법지원 의혹 등에선 대여공조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야권 전체의 주도권 다툼에선 한 치도 밀리지 않겠다는 태세다.

    양당 원내지도부 선출 이후 원 구성 협상과 5·18 기념식에서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논란, 여당발 정계 개편 등 일련의 현안들을 놓고서다.

    포문은 노련미 넘치는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먼저 열었다.

    박 원내대표는 원 구성 협상 시작 직후 '박근혜 대통령이 변하면 새누리당에 국회의장도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판을 흔들었다.

    국회의장은 원칙적으로 의원 투표로 결정되지만 더민주(123석), 새누리당(122석), 국민의당(38석) 의석수를 감안하면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점을 노렸다.

    원내지도부 상견례 자리에서 박 원내대표를 '선배님'으로 예우했던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로선 불시에 '잽'을 얻어맞은 셈이다.

    우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바뀐다면'이라는 전제를 단 이유는 대통령이 바뀔 리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인데 결국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조롱한 것"이라고 반격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고, 최근에는 "(새누리당 국회의장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며 한 발 물러섰다.

    여기까지는 우 원내대표의 판정승 같았지만 우위는 오래가지 않았다.

    박 원내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논란 국면에서 역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승부를 곧 원점으로 돌렸다.

    박 원내대표는 16일 보훈처가 제창 여부를 발표하기 직전 SNS를 통해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사전 통보 받은 내용을 공개, 정치권을 술렁이게 했다.

    현 수석은 박 원내대표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난처해진 자신의 처지를 힐난조로 푸념했지만 박 원내대표는 이런 사실마저 천연덕스럽게 공개했다.

    박 원내대표로선 청와대가 더민주보다 국민의당을 더 우선하는 듯한 인상을 유감없이 각인시켰고, 우 원내대표로선 자존심을 구긴 셈이 됐다.

    우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연락을) 받지 못했다. 국민의당하고 잘해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나중에 현 수석의 사과전화를 받긴 했지만 "저보다 박 원내대표가 더 무서웠나보다"고 공개적으로 면박을 줬다.

    두 야당의 신경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새누리당 내분 사태로 정계개편 가능성이 대두되는 것을 놓고도 묘한 입장차가 감지된다.

    제1당인 더민주는 지각변동에 대한 경계감을, 외연 확대가 필요한 국민의당은 내심 기대감을 보이는 것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정치 허무주의를 더 확산시킬 것"이라고 우려했고, 김종인 비대위 대표 역시 "원구성이 되기 전에 정계개편이나 내년 대선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돌아가는 것은 좋지 않다"고 거들고 나섰다.

    반면 박지원 원내대표는 "인위적으로 파괴공작 같은 것은 하지 않는 것이 국민의당"이라면서도 "그 누구든 우리당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우리가 심사해서 좋은 분이라면 문호는 개방돼 있다"고 말해 온도차를 보였다.

    물론 20대 국회 개원 이후에도 양 당은 적어도 당분간 협력적 경쟁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7개월 남은 대선국면이 다가올 수록 야권의 주도권을 차지하고 중원을 선점하기 위한 쟁탈전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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