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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에게는 쫄깃한 극장 경기, 감독은 죽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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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들에게는 쫄깃한 극장 경기, 감독은 죽어난다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두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정말 두 번 다시 이런 경기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FC서울은 연장 후반 리 타다나리에게 연속 골을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다. 1골을 더 넣지 못하면 그대로 탈락하는 상황. 시간은 흘러 추가시간 3분만 남았고, 서울 팬들도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때 고요한이 벼락 같은 중거리슛으로 우라와 레즈 골문을 열었다.

    출구로 향하던 서울 팬들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승부차기에서 유상훈의 선방쇼가 펼쳐지며 우라와를 꺾었다.

    전후반 90분과 연장 30분, 그리고 승부차기 20분까지 총 140분. 아니 휴식시간까지 포함하면 무려 3시간20분이 걸린, 또 역전의 역전을 거듭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뒤집힌 그야말로 극장 경기였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축제의 분위기였다.

    물론 단 한 사람은 예외였다. 바로 서울의 사령탑 최용수 감독이다. 최용수 감독은 지옥 끝까지 갔다오느라 속이 새까맣게 타 축제를 즐길 힘도 없었다.

    최용수 감독은 25일 201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을 확정한 뒤 "정말 두 번 다시 이런 경기를 하고 싶지 않다"면서 "사실 1차전 패배가 선수들의 잠자는 세포를 깨웠다. 득점 이후 상대 장점인 콤비네이션 플레이에 2실점 해 뒤집어졌지만, 선수들을 믿었다. 신은 우리를 저버리지 않았다.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최용수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팬들은 짜릿했다.

    전후반 90분 승부에서는 승리를 맛봤고, 1~2차전 합계 동률로 들어간 연장에서는 극적인 동점골까지 봤다. 마지막 승부차기에서는 골키퍼 유상훈이 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에피타이저부터 메인요리, 디저트까지 모두 갖춘 경기였다. 하지만 쉐프 역할을 한 최용수 감독은 완벽한 코스를 준비하느라 힘을 다 뺐다.

    최용수 감독은 "프로는 팬들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감독 부임 때부터 극장 경기로 감동을 줬던 것 같다"면서 "나만 고민을 했다. 이대로 주저않을까 싶었는데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았다. 팬들은 좋겠지만, 나는 죽는다. 물론 결과가 우리 쪽으로 와서 기쁨이 두 배인 것은 사실"이라고 멋쩍게 웃었다.

    극적인 8강 진출. 하지만 최용수 감독은 연장 후반 리 타다나리에 2골을 내줘 탈락 위기에 놓였을 때도 선수들을 칭찬하려고 마음 먹었다. 그만큼 경기 내용이 괜찮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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