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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아 '아나콘다 사건' 이면…벼랑 끝으로 딸 내몬 아비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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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정아 '아나콘다 사건' 이면…벼랑 끝으로 딸 내몬 아비의 속사정

    배우 정정아와 아버지 대근 씨(사진=EBS 제공)

     

    28일 EBS 1TV에서 재방송 된 '리얼극장 행복' 배우 정정아 편이 다시 한 번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앞서 24일 '낙인의 멍에 11년'이라는 주제로 한 차례 전파를 탔던 이 프로그램은 정정아와 아버지 대근 씨가 중국에서 보낸 화해의 여정을 담았다.

    지난 2005년, 방송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도전! 지구탐험대'의 아나콘다 사건. 특집 촬영에 합류하게 된 정정아는 촬영 도중 아나콘다에게 팔을 물려 서둘러 귀국했다.

    당시 이 사건은 큰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여러 구설수를 부르며 10년 넘게 장수하던 프로그램도 결국 막을 내렸다. 이로 인해 정정아에게는 프로그램을 망하게 한 연예인이라는 낙인이 그림자처럼 쫓아다녔다.

    힘든 시간을 보낸 정정아를 벼랑 끝으로 내몬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닌 아버지였다. 누구보다 큰 힘이 돼 줄 것이라 믿었던 아버지는 그녀를 비난하고 질타했으며, 방송국에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마흔이 된 정정아는 자신의 편이 아니었던 아버지와 중국으로 여행을 떠나 지난날의 설움을 털어내고 행복한 가정으로의 새 출발을 꿈꾼다.

    귀여운 외모와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으며 데뷔한 정정아는 늘 밝고 유쾌한 에너지를 몰고 다니며 코미디, 연극, 영화, 드라마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했다.

    그런 그가 한순간에 몰락한 이유가 바로 아나콘다 사건이다. 2005년, 아버지의 환갑잔치를 위한 경비 마련을 위해 촬영을 결심한 정정아는 정글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고, 촬영 도중 아나콘다에 물리는 사고를 당했다. 결국 프로그램은 폐지에 이르렀고, 정정아는 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아닌 한 프로그램을 망하게 한 연예인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돈을 벌기 위한 쇼' '물의를 일으켜 관심을 끌려는 연예인'이라는 오해를 받게 된 정정아는 누리꾼들과 방송 관계자들의 비난을 홀로 견뎌야 했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정작 정정아를 힘들게 만든 장본인은 끊긴 방송도, 사라진 인기도 아닌 바로 그녀의 아버지 대근 씨였다.

    정정아는 "방송국이 입은 피해를 보상해 주겠다"며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아버지의 성화를 참을 수 없었다. 모두가 그녀의 편에 서 주었을 때도 아버지는 끝까지 딸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등을 돌렸다. 결국 정정아는 아버지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며 10여 년간 불편한 관계로 살아 왔다.

    ◇ 아비는 발전 없이 정체해 있는 아이들을 보면 화가 나고 답답했다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도 가족의 의미와 아버지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아버지 정대근 씨. 그는 아버지 없이 할머니 손에 자라며 돈을 벌기 위해 18세 어린 나이에 맨몸으로 상경했다.

    오로지 성공이 목표였던 그는 한쪽 다리에 장애가 있었음에도 그것을 딛고 죽도록 일만 했고, 수백 명의 직원을 거느릴 정도로 큰 공장을 경영하기도 했다. 늦은 나이에 지금의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렸지만, 사랑을 주는 법도 받는 법도 몰랐던 그의 사랑 표현 방식은 남달랐다.

    그는 유복하게 키웠음에도 발전 없이 정체해 있는 아이들을 보면 화가 나고 답답했다. 밑바닥부터 자수성가한 그의 눈에 자식들은 그저 한심한 존재였다. 그런 자녀들을 훈육하기 위한 방법으로 때로 폭력을 택한 그는 이것이 당연한 아버지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그런 아버지에게 큰딸 정정아의 아나콘다 사건은 제일 이해가 되지 않는 일 중 하나였다. 딸의 안위보다 프로그램의 손해가 중요해 보였다. 정대근 씨는 딸이 계속 논란을 키우는 것이 이해가 안 됐다. 아버지는 방송국의 피해액을 보상해 주면서까지 사건을 무마하려 했으나, 결국 프로그램은 폐지에 이르렀고 딸을 용서할 수 없어 지난 11년간 서먹하게 시간을 보냈다.

    아직도 딸은 아버지가 어렵다. 그런 딸을 이해할 수 없는 아버지는 생애 첫 동반 여행길에 올랐다. 단둘이서는 모든 것이 처음인 부녀는 식사하는 것도, 등산하는 것도 낯설기만 하다.

    지난 사건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은 장녀 정정아는 아버지를 살뜰히 챙기며 가까워지려 노력한다. 정정아는 스스로 나약해졌음을 인정하는, 세월 앞에 늙어버린 아버지를 보며 마음이 아려온다. 아버지도 마흔이 된 딸의 아픔을 매만져보려 하지만 금이 간 부녀의 사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정정아는 차마 볼 수 없던 아버지의 눈을 보며 과거의 상처들을 조금씩 털어놓기 시작한다. 그렇게 아버지는 잘못된 훈육방법과 아나콘다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딸의 입을 통해 전해 듣는다.

    24일 이 프로그램이 처음 방송되고 이틀 뒤인 26일 정정아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많은 분들의 응원 덕에 아버지의 마음도 많이 풀어지시고 어두운 터널에서 조금씩 한발 내딛어봅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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