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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신인’ 반기문의 구태정치…데뷔전은 성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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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신인’ 반기문의 구태정치…데뷔전은 성공일까

    • 2016-05-31 05:00

    '통합' 외친뒤 '지역주의' 행보...새 정치,참신함보다는 노회한 정치공학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9일 오전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16 국제로타리세계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화려한 국제무대 경력과 달리 국내정치에는 초보라는 선입견을 깨고 막강 존재감을 과시한 뒤 떠났다.

    지난 25일 방한 직후 사실상 대권 출사표를 던진 반 총장은 제주를 시작으로 일본과 서울, 일산, 안동, 경주로 이어지는 엿새간의 광폭행보로 ‘반기문 대망론’에 불을 당겼다.

    ‘기름장어’라는 별명처럼 외교 능력은 탁월하지만 거친 정치현실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은 기우에 그쳤다.

    그는 충청권의 맹주 김종필(JP) 전 총리를 전격 예방하거나 새누리당 텃밭인 안동에서 대구·경북(TK) 유력인사들과 회동하는 등 기성 정치권 이상의 능란한 수완을 보여줬다.

    ◇ JP 면담, TK 방문하며 지역주의 자극…말로는 ‘통합’ 강조, 모순 언행

    하지만 반 총장의 데뷔전이 성공작인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반 총장은 정치 신인의 제1 가치인 참신함을 너무 일찍 포기했다.

    그가 여론조사 1위 지지도를 얻는 이유는 한국인 최초 유엔 사무총장이란 간판의 힘 못지않게 기존 정치와 차별화된 깨끗한 이미지에 있다.

    하지만 충청-TK 연대설 등 지역주의 망령을 자극하는 듯한 행보는 웬만한 구태 정치인 뺨치는 수준이었다.

    아이러니 한 것은, 반 총장이 방한 첫날 한국 정치의 분열상을 통렬히 비판하며 통합을 강조한 사실이다.

    그는 “남북으로 분단된 것도 큰 문제인데, 내부에서 여러가지 분열된 모습을 보여주고 이런 것이 해외에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약간 창피하게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반 총장의 행보를 보면) 새로운 정치, 미래로 나아가는 정치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 새 정치 비전, 참신함 대신 정치공학적 노회함

    이런 모순적 행태는 26일 제주포럼 연설에서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언급한 것에서도 발견된다.

    물론 그의 주장 자체는 보는 관점에 따라 긍정적이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가 고강도 대북제재를 어렵사리 시작한 마당에 정작 유엔 사무국의 수장이 딴소리를 하는 것은 곱게 보일리 만무하다.

    북한과의 대화는 대북 제재·압박에 사활적 노력을 기울이는 박근혜 정부와도 어그러지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친박계가 문제를 제기하기는커녕 오히려 지지를 아끼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반 총장의 발언에 진정성이 덜하거나 친박계와 뭔가 암묵적 합의가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이유다.

    반 총장은 26일에 이어 30일 출국 전 회견에선 자신의 행보에 대해 과대 해석이나 추측을 삼가해달라고 당부했다.

    한참 판을 흔들어 놓더니 이제와서 없던 일처럼 하자며 슬쩍 빠져나간 셈이다.

    ‘반반(半半) 총장’이란 또 다른 별명처럼 모호한 발언과 ‘간보기’식 행태가 벌써부터 피로감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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