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원구성 협상을 이끌고 있는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새누리당 김도읍, 국민의당 김관영(사진=윤창원 기자)
국회 원구성 협상을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거대 야당은 국회의장 '표결 선출' 카드까지 꺼내들었고, 여당은 '야당의 횡포'라며 강력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원구성 법정시한인 오는 7일까지 여당과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표결로 국회의장을 선출하기로 뜻을 모았다.
국회의장은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한 야당의 몫으로, 원구성 협상의 흥정 대상이 아니라는 강력한 압박이다.
새누리당은 강력 반발했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국회의장 선출을 표결 처리하기로 '밀실 야합'까지 했다"며 "협치는 안중에도 없는 야당의 횡포"라고 비난했다.
원구성 협상 실무를 지휘하는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야합으로 협상 테이블이 깨졌다"고까지 얘기했다.
김도읍 수석부대표는 "'상임위만 협상하자'는 야당 제안에 '의장직과 상임위는 패키지로 가야 한다'고 했더니 두 야당이 의장 표결 선출을 들고 나왔다"고 비난했다.
그는 "두 야당이 새누리당에 공식 사과하는 등 협상 재개 명분을 주지 않으면 다시 테이블에 앉기는 어렵다"며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현재 야당 쪽 요구는 의장직과 운영위, 정무위 위원장은 반드시 야당 몫이 돼야 한다는 것으로 관측된다.
만일 의장을 여당이 맡으면 운영위와 정무위에 더해 법사위와 예결특위 위원장까지 야당으로 와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김도읍 수석부대표는 특히 "청와대를 소관 기관으로 하는 운영위는 여당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데도 야당이 처음부터 운영위를 요구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야권은 벌써 원구성을 전제로 한 야 3당 공조 방침을 밝히는 등 수적 우위를 앞세워 여당 압박의 강도를 한껏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31일 세월호특별법 개정과 백남기 농민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 개최를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협치'와 '현안'은 다르다"며 "민생은 민생대로 챙기고 현안은 현안대로 챙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민감한 정치적 이슈로 여당을 압박하며 원구성 협상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세에 몰린 새누리당에서는 4·13 총선 공천 과정에 반발해 탈당했다가 당선된 무소속 의원을 복당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탈당 의원 복당으로 제1당의 지위를 회복해 국회의장직을 포함한 원구성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복당 문제는 범위와 절차 등을 둘러싸고 새로운 당내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어 선뜻 실현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김희옥 비대위원장 내정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복당 문제를 전혀 고려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원구성 협상을 둘러싼 여야간 신경전이 가열되면서 20대 국회도 법정시한을 넘긴 위법·지각개원 구태를 되풀이할 것이라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