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중국 학교'(전 2권)는 중국에 대해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끄집어내어 새롭게 조명한다. 이 책은 중국학 센터가 기획해 2015년 9~10월 프레시안 인문학습원에서 진행한 강의 <중국 학교〉의="" 내용을="" 다듬어="" 책으로="" 엮은="">중국>
각 분야의 전문가 8명이 그림신문, 시, 삼국지, 전쟁, 영화, 여행, 골동품, 만리장성 등을 통해 우리가 평소 접하기 어려운 중국의 모습을 알려 준다. 중국인이 얼마나 시(詩)를 사랑하는지, 삼국지가 어떻게 국경과 시대를 뛰어넘는 문화 콘텐츠로 살아남았는지, 중국의 영화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가짜 천국으로 알려진 중국에도 세계인이 열광하는 명품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만리장성에 대한 오해 등 중국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사실도 바로잡는다.
책 속으로중국의 명품을 거론하면 중국에 무슨 명품이 있냐고, 중국은 '짝퉁'이나 만들어 내는 나라라고 코웃음 치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중국은 폭넓은 수준의 상품을 만들어 내는 나라입니다. 예컨대 가장 질 좋은 차(茶)를 생산하는 곳도, 가장 저급한 차를 생산하는 곳도 중국입니다. 가장 수준 높은 도자기를 생산하는 곳도, 가장 쓰레기 같은 도자기를 생산하는 곳도 중국입니다. 우리가 늘 접하는 저가의 중국산 제품만을 보고 그들이 짝퉁만 생산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면만 보고 중국을 평가하는 것이죠. 그들이 세상의 중심이었던 이전 시기에 중국의 물건은 세상 사람들에게 명품의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_제7강 중국인이 열광한 중국의 명품 (2권, 139~141쪽)
'중국(中國)'이라는 말의 뜻이 무엇인가요? 가운데 있는 나라라는 뜻이죠? 어디를 가운데라고 할까요? 바로 황허의 이남, 양쯔 강의 이북입니다. 다른 말로는 '중원(中原)'이라고 부릅니다. 나머지 북쪽은 유목민족이 사는 곳이고, 서쪽과 남쪽은 소수민족들이 사는 곳입니다.
중국 사람들은 중화(中華)사상을 갖고 있습니다. 자기네가 세계의 가운데 있으면서 문화의 꽃을 피운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머지는 뭘까요? 오랑캐라고 생각합니다. 동쪽에는 커다란 활을 쥔 동이(東夷)가 있고, 남쪽에는 남만(南蠻)이라는 오랑캐가 살고 있습니다. 주거량이 일곱 번 잡았다가 일곱 번 놓아주는 ‘칠종칠금(七縱七擒)’을 했던 맹획(孟獲)이 바로 남만 왕이었죠. 서쪽은 서융(西戎), 북쪽은 북적(北狄)이라고 불렀습니다. 사방이 오랑캐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오랑캐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화이(華夷)사상입니다. (중략)
페이수이 전투를 계기로 일어난 가장 큰 확장은 강남 지역의 개발이었습니다. 옛날에는 전 세계가 농업국가였습니다. 따라서 농토가 중요하고 관개시설이 중요합니다. 황토 고원으로 이루어진 이른바 ‘중원’은 상대적으로 척박합니다. 농사 짓기에 만만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이에 비해서 양쯔 강 유역은 상대적으로 농사 짓기가 훨씬 수월했습니다. 양쯔 강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원과 남쪽의 온난 다습한 기후가 뒷받침했습니다. 지금도 이 지역에서는 2모작, 3모작을 합니다. 겨울에 가도 초록색을 보실 수 있습니다. 페이수이 전투를 계기로 중국의 경제 중심지가 남쪽으로 이동한 것입니다.
_제4강 중국의 역사를 바꾼 전쟁 (1권, 211~213쪽)
현재 중국인의 90%가 한족이라고 하는데요, 과연 한족이란 게 무엇일까요? 한족을 뺀 나머지는 50여 개 소수민족입니다. 이 주장이 맞는다면 어림잡아도 10억 명이 한족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런데 10억 명이나 되는 사람의 공통점과 정체성을 규정할 수 있을까요? 북쪽의 한족과 남쪽의 한족을 같은 민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생긴 것도 다르고 문화도 다릅니다. 심지어 말도 다릅니다. 달리 말한다면 한족이란 건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저 하나의 관념체계로 존재하는 것이지, 사실상 한족을 한족이라고 규정하는 기준은 없습니다.
_제4강 중국의 역사를 바꾼 전쟁 (1권, 214쪽)
당시 중국 공산당은 소련 공산당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스탈린과 레닌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레닌이 영화를 굉장히 좋아했던 인물입니다. 이를 계기로 중국 영화가 소련 영화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마오쩌둥은 영화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습니다만, 공산당 조직은 영화가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는 걸 깊이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영화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영화를 보면 기뻐하든지 슬퍼하든지 분노하든지, 어떤 형태로든 심리와 정서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영화를 보면 사람들의 마음이 바뀌고, 마음이 바뀌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행동도 바뀔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 행동을 바꾸기 위해 자기들이 옳다고 여기는 사상을 영화에 투사했습니다. 사람들을 생각하게 하고, 슬프게 하고, 분노케 하고, 그 분노와 슬픔으로 일어서게 하고, 행동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_제5강 영화로 보는 중국 (2권, 39~40쪽)
여전히 검열제도가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써서 정부기관에 제출해야 합니다. '방송영화텔레비전총국'이라는 기구가 있습니다. 너무 외설적이거나, 폭력적이거나, 미신을 조장하거나, 종교문제를 다루거나, 공산당을 비방하거나, 소수민족을 분열시킨다고 판단되면 통과하지 못합니다. 열 가지 정도의 조항이 있는데 마지막 조항이 '기타 부적당하다고 판단되면'입니다. 어디든 갖다 붙일 수 있는 조항입니다.
통과하지 못하면 시나리오를 고쳐야 합니다. 이런 시스템으로는 미국 쫓아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렵게 시나리오가 통과됐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다 찍고 나서 다시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거기서 고치라면 또 고쳐야 합니다. 상영 허가가 나와도 끝이 아닙니다.
문화콘텐츠는 만들어질 때와 실제 관객을 만나는 시점의 상황이 얼마든지 다를 수 있습니다.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어렵사리 영화를 상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대중이 환호하고 열광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 부분이 만약 이데올로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하면 즉시 상영 허가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그 순간 모든 극장에서 영화를 내려야 합니다. 이렇게 3중 검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_제5강 영화로 보는 중국 (2권, 61~6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