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더불어 읽기'는 교사들이 학습공동체를 통해 교직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새롭게 발견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저자는 비인격적인 제도와 환경 아래서 교사들이 교사로서 행복을 되찾기 위해서는 교사들 서로 협력하며 같이 배우면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중학교 교사인 저자 한현미는 이 책에서 자신의 실천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교사의 성장을 위해서는 교사 자신의 깊은 사유와 성찰이 필요하다. 사유와 성찰에 독서만큼 훌륭한 수단은 없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듯이 ‘혼자 읽기’에는 한계가 있다. 자기만의 협소한 틀과 사고방식에 갇혀 참된 성장을 이루지 못하게 한다. 반면에 모임을 함께 하면서,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생각을 만났을 때는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된다. 모인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한 생각들과 만나서 계속 의식을 자극받게 된다. 특히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교사들이 더불어 책을 읽고 사색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독서는 삶과 연결되어 실천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독서, 토론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 함께 실천하고, 함께 성장하는 학습공동체로 거듭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런 과정을 상세한 기록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더불어 읽는 책의 주제는, 이를테면 ‘교육학’처럼 특정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독서 토론과 목록을 보면, 철학, 과학, 역사, 소설에 이르기까지 분야와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 삶에 필요한 모든 범위를 포괄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이러한 독서 토론을 지역공동체와 함께하는 것으로 계속 넓혀가고 있다. 이것은 교사가 해야 하는 일이 아이들이 민주 시민으로서 전인적인 성장을 하도록 돕는 데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함께 읽기는 힘이 세다. 이 책에서 저자가 전하는 이야기는 참다운 교육과 참다운 실천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참다운 읽기를 도와주는 버팀목이 될 것이다.
책 속으로아이들은 존중하고 사랑하는 만큼 내 품안으로 들어왔다. 경계를 세운다고 소리를 지르고, 엄하게 할수록 아이들은 달아나고, 달아나는 아이들을 볼 때 나의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아이들을 억지로 이끌 수는 없다. 마음이 통해야 한다. 교사의 자존감을 살리려고 윽박지를수록 아이의 자존감은 곤두박질친다. 아이를 존중하면 아이의 자존감이 살아나고, 서로 소통하게 되며, 이때 교사의 자존감도 높아지는 것이다. 교사의 자존감이 높아야 자신의 색깔로 자신만의 수업을 행복하게 진행할 수 있다.
교사가 먼저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고, 다양한 소리에 온 촉각을 집중하여 존중해야 한다. 교사의 몸짓을 보며 은연중에 아이들은 배우게 되는 것이다. 교실에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에 대한존중의 기운이 맴돌 때 교실은 편안해지며, 아이들은 자유롭게 생각의 나래를 펼치고, 무한하게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다.
p. 25
한 사람이 10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열 사람이 1권의 책을 읽고 나누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다. 함께 읽고 토론할 때 다양한 생각들을 만난다. 똑같은 수업 관련 책을 읽어도 깨달은 내용이 다르고, 적용하는 방법이 다르다.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다 보면 좀 더 깊이 생각하고, 내 생각을 다시 돌아보면서 생각의 간극을 좁혀 나갈 수 있다. 같은 책을 읽고 나누면서 공감대가 형성된다. 아이들을 이끄는 방향도 비슷해진다. 교사마다 다른 방향으로 아이들을 이끈다면 아이들은 혼란스럽다. 방법은 다양해야 하지만 방향은 일치해야 한다. 우리는 독서 토론을 통해 아이들을 인도 하는 방향에 대해 한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pp. 79-80
모임에서 함께 토론하고 배웠던 내용을 정리하여 모든 교사가 공유하도록 하자. 그 자료를 통해 좀 더 나은 생각을 하고, 좀 더 나은 자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가끔 다른 학교에서 자료 요청이 온다. 나는 요청한 자료 외에 필요할 것 같은 것,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은 것은 더 챙겨서 보낸다. 내 자료가 누군가에게 먼지만큼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그 먼지가 쌓여 나중에 태산이 되리라 믿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이 모여서 집단지성이 열리고, 이 집단지성은 공동체를 성장과 행복으로 이끄는 바탕이요, 원동력이 된다고 믿는다.
p. 164
교사나 부모는 학생이 즐겁게 배우기를 바라면서 잘못된 통제의 방법을 사용해 흥미의 싹을 잘라 버린다. 상벌로 아이의 행동을 바로 잡으려고 하는 것은 커다란 빙산 중, 물 아래 거대한 덩어리는 보지 못하고 물 위에 살짝 비추는 얼음 조각에만 관심을 두는 격이다. 수면 아래에 있는 커다란 빙산에 주목해야 한다. 아이의 내면에 집중해 아이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벌로는 아이의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상벌점으로 내적 동기를 형성해 행복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 아이가 잘못했을 때 무심코 내밀은 경고 카드는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긋는다. 어른들도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잘못이 드러날 때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아이의 잘못을 지적하면 할수록 아이는 더욱더 주눅 들 수밖에 없다.
p. 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