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주차 구획선. 차체 간 간격을 넓히기 위해 U자형으로 그려져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캡처)
정신없이 바쁜 출근길, 겨우 자리를 찾아 주차하려다 보면 좁은 공간에 탄식이 나오기 마련이다. 다닥다닥 붙은 주차 구획선 사이에 '내 애마'를 안전하게 주차했는데…. 아뿔싸, 문 열고 내릴 공간이 없다. 옆 차에 닿았다 '문콕'이라도 하는 날에는…. 문짝 전체를 갈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 주차 공간을 좀 넓히면 되지 않을까?
국내 주차장 '문콕' 사고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는 국내 주차 공간이 외국에 비해 협소하거나 주차선이 비효율적으로 그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발표한 '주차장 사고 특성 분석'에 따르면, 차량 문을 열다가 옆 차체를 찍는 '문콕' 사고는 지난 2010년(230건)부터 2015년(586건)까지 6년간 2.5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재 국내 주차 구획선 규정은 폭 2.3m, 길이 5m로 책정돼 있다. 본래 2.5m였던 폭은 지난 1990년 주차 면적을 최소화하고 사업성을 높이려는 목적에서 좁혀졌다.
반면 국토교통 통계누리의 국내 승용차 규모별 구성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중·대형 차량 비중은 85.2%에 달한다. 특히 대형 차량 비중은 2000년 8.9%에서 지난해 5월 26.2%로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러나 주차장 규격은 1990년 개정 이후 변화가 없다.
이 와중에, 온라인에 흥미로운 글이 게재돼 눈길을 끈다. 올해 초 게재된 이 글에 따르면, 일본의 주차 구획선은 '단선'인 우리와 달리 복선인 'U'자로 그어졌다. 이는 차체 간격을 넓혀 자동차 끼리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독일의 주차 구획선은 사선으로 그어진 게 대부분이다. 옆 차와의 간격도 넓고, 문을 여닫을 때 옆 차체에 부딪힐 가능성도 많이 줄어들어, '문콕' 예방에 탁월한 주차 구획선이다.
미국의 경우도 구획선이 굵게 그려져 있다. 직선이 아닌 네모난 형태로 그려져 차에서 타고 내릴 때 좀 더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주차협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내에선 수년 전 사업성 목적에서 주차 구획선 폭이 좁아진 것으로 안다"며 "최근에 짓는 고급 아파트들은 주차 공간을 폭 2.5m로 늘려서 만드는 곳이 많다. 여성 주차장이라고 따로 마련한 곳도 그렇게 만들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주차 폭은 대형 차량들에 비해 너무 좁다. 아주 좁은 게 분명한 사실이다"라며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넓히는 방안을 논의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