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문정현 신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제공 사진)
문정현(78) 신부. 1975년 인혁당 수형자들이 사형선고 하루만에 형장의 이슬이 되고 시신마저 탈취당할 때, 영구차를 가로막고 몸을 던진 젊은 사제였다.
1976년 박정희 영구집권에 반대하는 3.1구국선언 사건으로 감옥에 갇혔다. 형무소에 갇힐지언정 교회에 갇히려 하지 않았다. 그늘진 땅 고통 받는 이들을 예수로 섬기고, 거리를 교회로 삼아 평생을 보냈다.
매향리, 대추리, 용산, 강정 등 그의 흔적 배지 않은 고통의 땅이 없다. 10년 전 즈음, 그는 칼을 들고, 목판을 깎기 시작했다. 그렇게 작품들이 쌓였다.
백기완(84)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1964년 한일협정반대운동에 뛰어든 이래 평생 민주화운동 현장을 지켰다.
1973년 긴급조치 위반으로, 1979년 계엄법 위반으로 옥고를 치렀다.
노동자들의 대통령 후보로 나선 팔팔했던 1980년대나, 해고노동자의 손을 맞잡고 눈물 흘리는 노년의 2016년이나 ‘이야기꾼 백기완’의 면모는 변함이 없다.
언젠가 말했다. “예수는 노동자였어. 목수였잖아. 노동으로 단련된 몸으로 부당한 사회질서에 대항한 깡따구 있는 인물이었다구." 문 신부와 같은 눈으로 예수를 보았다. 칼을 든 문 신부와 달리 백 소장은 붓을 들었다. 자신이 말로 했던 것들을 한지에 옮겼다.
백기완, <새날이 올="" 때까지="" 우리="" 흔들리지="" 말자="">, 30x60cm, 한지에 먹. (제공 사진)새날이>
그렇게 모인 붓글씨 40여 점과 서각 70여 점이 오는 7월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류가헌'에서 전시된다.
전시 제목은 '두 어른'이다.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건립추진위원회가 기금 마련을 위해 주최하는 자리이다.
그저 인간다운 대접을 받고자 싸우고 있는 비정규노동자들이 오래 버틸 수 있도록, 잠시 몸을 뉘일 곳, 깨끗이 몸을 씻을 곳, 따뜻한 밥 한 끼 나눌 곳, 아픈 데 치료받을 곳, 법률지원과 인권상담을 받을 수 있는 집 한 채를 만들고자 하는 취지이다.
전시는 7월 5일부터 17일까지 진행한다. 날짜는 미정이지만, 작가와의 대화도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