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커리 (사진=노컷뉴스DB)
"여러분이 파이널 무대에서 우리를 보는 게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것입니다"
2015-2016시즌 미국프로농구(NBA)의 마지막 경기가 끝난 날,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만큼 괴로운 선수가 또 있을까.
너무 많은 것이 걸려있었던 NBA 파이널 7차전. 정규리그 내내 승승장구하던 스테판 커리는 한 시즌의 마지막 날 패자가 됐다. 20일(한국시간) 미국 오라클아레나에서 열린 파이널 7차전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93-89 승리로 막을 내렸다.
스테판 커리는 7차전을 앞두고 "아마도 나의 농구 인생에서 가장 잘해야 하는 경기일 것이다"라고 비장하게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커리의 뜻과는 정반대였다. 커리는 야투 19개 중 6개 성공, 3점슛 14개 중 4개 성공에 그치며 17득점에 머물렀다.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카이리 어빙이 종료 50초 전 89-89 균형을 깨는 3점슛을 던질 때 커리가 그 앞에 있었다. 이번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한방이었다. 어빙은 지난해 부상 때문에 파이널 1차전 이후 뛰지 못했다. 커리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효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봐야 했다. 올해는 처지가 바뀌었다.
이어지는 골든스테이트와의 공격에서 커리는 케빈 러브와의 미스매치, 그가 좋아하는 상대 빅맨과의 1대1 공격 기회를 잡고도 무리한 3점슛을 던지고 말았다. 커리답지 않았다.
커리는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3점슛을 노렸는데 여의치 않았다. 차라리 러브를 상대로 돌파해 페인트존을 공략하는 게 더 나을 뻔 했다"며 아쉬워 했다.
스테판 커리는 NBA 파이널 7경기에서 평균 22.6점, 4.9리바운드, 3.7어시스트를 올렸다. 3점슛은 경기당 4.6개를 성공시키며 시리즈 전체 40%의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기록만 놓고보면 나쁘지 않아보인다. 그러나 이번 시리즈에서 커리가 커리다웠다는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커리가 누구인가. 정규리그 역대 최다 3점슛 신기록인 402개(평균 5.1개)를 성공시키며 45.4%라는 눈부신 성공률을 기록한 커리다. 또 30.1점, 6.7어시스트, 5.4리바운드로 압도적인 활약을 펼쳐 골든스테이트를 역대 최고승률(73승9패) 팀으로 올려놓았다.
그러나 NBA 역대 최다승 팀은 그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커리의 부상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는 플레이오프 기간에 무릎과 발목을 다쳤다.
커리는 플레이오프에서는 정규리그 때만큼 활약하지 못했다는 평가에 대해 "나는 부상에서 복귀했지만 그건 핑계다. 나는 몸 상태가 좋거나 나쁘거나 경기에 나설 수 있다면 그건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고 늘 얘기해왔다. 모든 건 결과가 말해준다. 나는 이번 파이널 대부분의 시간동안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커리는 "기분이 좋지 않다. 이제 우리는 오늘 패배를 기억에 담아두고 우리가 하나의 팀으로서 더 똘똘 뭉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팀 동료) 드레이먼드 그린이 말한 것처럼 여러분이 파이널 무대에서 우리를 보는 게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기 후 르브론 제임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어 직접 축하 인사를 건네지 못했다는 커리는 "모자를 벗어 그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우승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과제를 이뤘다.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를 만나면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예전에도 우승을 해봤겠지만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 한다. 그들은 그럴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