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에서 지배하고 있는 해외 계열사 중 120곳(8.6%)은 조세피난처로 널리 알려진 지역에 소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조세피난처 지역을 홍콩과 싱가포르를 비롯해 케이만군도, 버진아일랜드, 버뮤다, 네덜란드, 마카오, 파나마, 네덜란드, 모로코 10개국으로 제한해 파악했다.
한국2만기업 연구소의 '국내 4대 그룹 해외 계열사 현황 분석' 조사 결과, 4대 그룹 중 SK그룹이 조세피난처 국가 등에 가장 많은 해외계열사를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SK가 조세피난처로 불리는 곳에 운영하고 있는 해외 법인 수는 73곳. SK그룹 전체 해외 법인수의 25.3%에 해당한다. SK의 경우 해외 계열사 네 곳 중 한 곳은 조세피난처로 의심받는 지역에 법인을 세웠다는 얘기다.
SK가 조세피난처에 둔 해외 법인을 권역별로 살펴보면 홍콩이 35곳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홍콩에 소재하고 있는 SK 차이나(SK China Company) 계열사를 통해 부동산 및 유통, 바이오에너지 관련 회사 4곳을 직접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SK텔레콤도 금융업, 부가통신업, 소프트웨어개발서비스 업종에서 4개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홍콩 다음으로 케이만 군도에도 27곳이나 되는 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 해외 계열사 중 케이만에 가장 많은 법인을 거느리고 있는 곳은 솔라리스 파트너스(Solaris Partners Pte.Ltd)다. 앞서 회사의 소재지는 싱가포르. 솔라리스 파트너스는 싱가포르에 있는 제미니 파트너스(Gemini Partners Pte. Ltd)의 자회사다. 제미니 파트너스는 SK(주),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이 출자하여 만든 회사다.
이를 역으로 정리해보면 국내에 있는 SK(주), SK이노베이션 등이 자금을 출자해 싱가포르에 제미니 파트너스 법인을 만들고, 제미니 파트너스는 다시 싱가포르에 솔라리스 파트너스를 지배하고 있다. 앞서 솔라리스 파트너스를 통해 케이만 군도에만 7개 회사를 거느리고 중국과 터키에도 각 1개씩 총 9개 회사를 관리하고 있는 구조다. 앞서 회사들은 대부분 '투자업'이다.
또 케이만에 있는 법인 중 프로스타 캐피탈(Prostar Capital Ltd.)은 다시 프로스타 캐피탈 매니지먼트를 세워 케이만과 미국, 호주 등에 6개 법인을 지배하고 있다. 또 헤르메드 케피탈(Hermed Capital)은 중국, 케이만, 홍콩에 3개의 해외 법인을 두고 있다. SK(주)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이 투자한 자금 등이 최종 6단계를 거치며 6개국으로 자금이 움직이는 흐름이다.
SK와 달리 4대 그룹 중 조세피난처로 의심되는 곳에 세운 해외 법인 숫자가 가장 낮은 곳은 현대차였다. 비율로는 1.4% 수준. LG(3.9%), 삼성(6.1%)도 10% 미만으로 비교적 낮은 편에 속했다.
한편, 국내 4대 그룹이 운영 중인 해외 계열사 네 곳 중 한 곳은 중국에 전진 배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최근 브렉시트 투표로 세계적 이슈를 모으고 있는 영국에는 29곳의 해외 법인을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4대 그룹 중 SK는 조세피난처로 의심받는 지역에 가장 많은 해외 법인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4대 그룹 계열사에서 단 한 곳이라도 해외 법인을 두고 있는 국가는 모두 85개 나라였다.
이들 85개국에 진출한 4대 그룹 해외 법인 숫자는 올해 1402곳. 작년 1332곳 보다는 70곳 많아졌다. 올해 파악된 해외 계열사 1402곳 중 353곳은 중국(홍콩 포함)에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4대 그룹 해외 계열사의 25.2%에 해당하는 높은 비율이다.
대륙별로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권역이 682곳(48.6%)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이어 미국과 캐나다 등을 위주로 한 미주 지역이 370곳(26.4%)으로 높았다. 다음은 유럽 297곳(21.2%), 아프리카 29곳(2.1%) 순이었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 대륙은 24곳(1.7%)으로 상대적으로 가장 적었다.
4대 그룹을 통틀어 해외 계열사를 많이 배치한 국가는 중국, 미국 다음으로 캐나다가 74곳(5.3%)으로 넘버3를 차지했다. 이어 멕시코 43곳(3.1%), 독일 40곳(2.9%)도 빅5 안에 들었다.
특히 EU 잔류냐 탈퇴냐를 판가름 짓는 브렉시트 투표를 코앞에 앞둔 영국에는 국내 4대 그룹에서 2.1%(29곳) 정도만 해외 법인을 진출 시켜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18곳으로 최다였다. 이어 현대차·LG 각 4곳, SK 3곳으로 나타났다.
2만기업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영국이 EU를 탈퇴하게 하면, 세금 인상과 우리나라와 새로운 무역 협상을 체결해야 하는 등 복잡한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무역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영국이 EU 탈퇴가 현실화 되면 해외 법인을 최다 보유한 삼성의 손실 폭이 가장 커지고, 우리나라에 진출한 영국 자본이 국내 금융 시장을 요동치게 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4대 그룹 중 해외 법인을 가장 많이 둔 곳은 삼성이었다. 삼성은 지난 해 67개국에 488곳의 해외 법인을 두고 있었는데, 올해는 71개국 489곳으로 늘어났다. 삼성 역시 중국에 가장 많은 해외 계열사를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이 중국에 세운 해외 법인은 17.8%(87곳). 중국 다음으로는 캐나다에 많은 해외법인을 둔 것으로 파악됐다. 캐나다는 57곳, 미국은 51곳에 해외 계열사가 포진됐다. 삼성전자가 캐나다에 다소 공격적인 마케팅 공략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자동차는 작년 268곳에서 올해 293곳으로 한해 사이 25개 해외 법인이 증가했다. 현대차도 중국(61곳)에 최다 해외 법인을 두었지만, 미국(55곳)에도 많은 법인을 세웠다. 중국과 미국을 양대 마케팅 시장으로 집중관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SK는 작년 284곳에서 올해 289곳으로 해외 법인 수가 5곳 증가했다. 4대 그룹 중에서는 SK가 중국 시장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었다. 중국에 진출한 해외 법인은 121곳이었는데, 289곳 중 41.9%로 높았다.
LG는 작년 292곳에서 올해 331곳으로 1년 사이 해외 법인 숫자가 39곳 증가했다. LG도 중국에 83곳(25.1%)이나 되는 법인을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32곳(9.7%)보다 2배 많은 수치다. 이어 인도네시아 16곳(4.8%), 인도·일본 각 12곳(3.6%), 멕시코 11곳(3.3%)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