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다' 탁구 남자 국가대표 정영식(왼쪽)-이상수가 코리아오픈 국제대회 복식 경기에서 환호하는 모습.(사진=더 핑퐁 안성호 기자)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개막을 꼭 40일 앞두고 막을 내린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슈퍼시리즈 코리아오픈. 올림픽 시드 배정을 위한 랭킹 포인트가 걸린 마지막 대회로 사실상의 올림픽 전초전 격이었다.
결전을 앞두고 자신은 물론 경쟁자들의 컨디션과 실력을 점검할 기회였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문에 지난해 불참했던 톱 랭커들이 올림픽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총출동했다. 남자 1~4위 마롱, 판젠동, 쉬신, 장지커와 여자 1, 2위 리우쉬웬, 딩닝(이상 중국) 등이다.
한국 남녀 대표팀도 리우에서 메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마지막 점검에 나섰다. 값진 은메달 2개를 따냈으나 아쉬움도 남았다. 과연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 또 안타까움이 남은 부분은 무엇일까.
▲男, 가까스로 지킨 올림픽 4번 시드 '어게인 런던!'이번 대회 최대 소득은 남자 대표팀의 올림픽 단체전 시드 확보다. 4번 시드를 확정해 올림픽에서 최강 중국을 4강까지 중국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경우에 따라서는 4년 전 런던올림픽처럼 가장 마지막인 결승에서나 중국을 만나게 되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올림픽 시드 배정은 각 나라 선수들의 랭킹 점수를 합산해 결정된다. 코리아오픈 전까지 한국은 4위였다. 그러나 대회 결과에 따라 홍콩, 포르투갈에 역전을 허용할 여지도 있었다.
만약 시드가 4번 밑으로 밀리면 올림픽 메달 가능성이 확 준다. 4강에 오르기도 전에 중국을 만나게 되는 까닭이다. 대표팀 정영식(미래에셋대우)은 대회 기간 "4번 시드를 받아야 최대한 늦게 중국을 만난다"면서 "꼭 랭킹을 유지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한국은 정영식을 비롯해 맏형 주세혁과 이상수(이상 삼성생명) 등이 모두 8강행이 무산됐다. 여기에 홍콩 윙춘팅이 8강에 오르면서 한국의 4번 시드 수성에 비상이 걸렸다. 다행히 웡춘팅이 8강에서 쉬신에 지면서 한국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에 따라 올림픽 1~4번 시드는 중국, 독일, 일본, 한국이 받게 됐다. 최소 4강까지는 중국을 피한다. 만약 4강에서 만나 지더라도 3, 4위 결정전에서 동메달을 도모할 수 있다. 런던 때는 추첨에 의해 중국을 4강에서 피했고, 결승에서 만나 은메달을 따냈다.
안재형 남자 대표팀 감독도 4번 시드 확정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안 감독은 "올림픽 목표는 현실적으로 동메달 이상"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4번 시드 확정으로 목표의 30%는 달성했다"고 말했다. 주세혁도 "소기의 1차 목표는 달성했고 남은 기간 준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기의 女, 2회 연속 올림픽 '노 메달' 가능성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남자 대표팀의 선전에 비해 여자 대표팀은 좀처럼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림픽 단체전 4번 시드 확보에 실패했다.
3주 전까지만 해도 여자 대표팀은 올림픽 5번 시드였다. 코리아오픈과 그에 앞선 일본오픈 결과에 따라 4번 시드 탈환도 가능했다. 남자 대표팀처럼 중국을 피하기 위한 1차 관문이었다.
탁구 여자 대표팀 전지희(왼쪽)-양하은이 코리아오픈 국제대회 복식 경기를 펼치는 모습.(사진=더 핑퐁 안성호 기자)
그러나 서효원(렛츠런), 전지희(포스코에너지), 양하은(대한항공) 등 대표팀 선수들이 동반 부진했다. 일본오픈 단식 1회전에서 모두 탈락한 데다 코리아오픈에서도 8강 진출이 전무했다. 전지희만 16강에 오른 게 전부였다.
이에 따라 여자 대표팀은 올림픽 5~8번 시드를 받을 전망이다. 4강에 오르기도 전에 최강 중국을 피할 수 없게 됐다.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최초로 겪은 노 메달 수모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여자 대표팀은 당시 4번 시드를 받았으나 4강에서 중국에 졌고,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싱가포르에 완패를 안았다.
최강 중국을 상대로 2004 아테네 대회 때의 유승민을 잇는 기적 재현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부분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정영식은 마롱과 16강전을 앞두고 "일본오픈 때 너무 긴장해서 0-4로 졌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붙어보겠다"고 다짐했지만 1-4로 졌다. 그나마 1세트를 따낸 것이 위안거리다. 이상수도 판젠동과 16강에서 0-4로 완패했다. 중국은 이번 대회 남녀 단복식을 싹쓸이하며 올림픽 리허설을 마쳤다.
다만 정영식-이상수는 복식 4강전에서 최강 마롱-판젠동을 제치며 자신감을 얻었다. 결승에서 쉬신-장지커에 졌지만 성과는 있었다. 여자 복식 전지희-양하은도 준우승을 차지했다.
강문수 대표팀 총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남자의 메달 가능성은 50%를 넘었고, 여자도 30% 정도까지 올랐다"고 평가하면서 "남은 기간 남자는 작은 실수를 줄이는 데 주력하고, 여자는 다소 떨어진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