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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장님들은 왜 자살했나

대전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장님들은 왜 자살했나

    • 2016-06-28 05:00

    [기획보도-환경화약고 충남서북부]

    충남의 전력 자급률은 300%가 넘는다. 논란 속에서도 화력발전소와 송전탑들이 추가 설립되는 이유는 수도권에 '더 많은 전기를 더 싸게' 공급하기 위함이다. 반면 산업폐기물은 충남으로 내려온다. 내쳐지는 수도권의 오염산업들은 충남의 값싼 들판을 찾아냈다. 최근 들어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높아졌지만 정부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해당 지역 주민 건강이나 마을공동체 붕괴 등 부작용에 대한 외면도 여전하다.

    충남 서북부의 팽창은 지역의 화두다. 이른바 환황해권의 중심. 기존 산업기반 위에 교통망이 확충되고 각종 시설들이 들어선다. 하지만 도시 규모만큼 환경 정책은 따라오지 못한다. 미세먼지와 오존에 노출된 채 화학단지와 동거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아슬아슬하다. 그런가하면 배로 불과 한 시간 남짓한 바다 건너편 중국 동해에서는 원자력발전소들이 무더기로 건설 중이다. 해수 흐름도 또 바람 방향도 중국 본토보다 한국이 훨씬 위험하지만, 이를 눈여겨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국가와 도시의 '발전'을 위한 기회비용으로 치부하기엔 미래가 너무 어둡다. 충남 서북부 지역의 환경 문제는 이미 오래된 문제다. 하지만, 그 동안 개선된 게 별로 없다. 개선되지 않는다면 문제 제기도 계속돼야 하지 않겠는가. 지역 환경 문제를 폭넓게 짚어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부-수도권 에너지 전초기지…'강요된 희생'

    1) 연간 1600명 조기사망에도 화력발전 더 짓겠다는 정부
    ①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값싼' 전기…'거꾸로' 정부
    ② 국가산업은 절대선(善)인가…귀 닫은 정부

    2) 지역 이기주의라고요?…우리 말도 좀 들어봐 주세요
    ① '차별과 외면' 북당진 변환소…바뀌는 프레임 '왜'
    ② '고통의 대가' 발전세는 어디로 갔나

    3) 오염산업들의 진출…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① 밀려오는 폐기물 그리고 오염산업들
    ②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장님들은 왜 자살했나

    2부-변하지 않는 성장의 그늘

    4) 석유화학단지와 화력발전소, 철강단지가 한 곳에
    5) 팽창하는 충남 서북부…환경 로드맵이 필요하다
    6) 뱃길로 1시간…'눈 앞의' 중국 원자력발전소들

    3부-근본 대책? 중요한 건 정부 '의지'

    7) 오염물질 배출 총량제 확대 해프닝…정부, 대책 알고도 모른 척(?)

    "일 잘하는 이장이었는데 아까워, 아깝게 됐어. 이젠 자손끼리도 웬수여, 웬수"

    지난 4월 충남 예산군의 한 마을에서 만난 84살의 김 모 할아버지. 45가구, 주민이 100명도 채 되지 않는 김 할아버지 마을의 이장은 닷새 전인 4월 중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극의 발단은 폐기물 매립장이었다. 지난해부터 외지 사람들이 오가더니 올해 초부터는 마을이 두 패로 갈렸다. 마을 안쪽 3만 평 부지를 폐기물 매립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두고 갈린 것인데, 찬성 측들은 업체 측이 약속한 1억 원가량의 마을발전기금과 10년 후 복구를 강조한 반면 반대 측들은 마을 환경 훼손과 함께 불투명한 사업 추진 과정 그리고 업체 측에 대한 불신 등을 문제 삼았다.

    옥신각신하던 4월 어느 날, 찬성 의견을 보이던 60대 중반의 '젊은 이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충남 서북부에는 폐기물 매립장이나 발전소 등의 유치 여부를 둘러싼 주민들의 갈등으로 마을 공동체가 붕괴되는 일들이 빈번하다. (사진=신석우 기자)

     

    김 할아버지는 "돈 계산에 어두운 마을 사람들이 외지 사람들 말만 믿었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진단했다.

    놀라운 건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할아버지 마을과 야트막한 야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인접한 A 마을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었던 것. 불과 2년 전인 2014년 벌어진 일이었는데, 역시 폐기물 매립장을 두고 마을 사람들이 두 패로 갈려 갈등을 빚던 중, 매립장을 반대하던 60대 중반의 전직 이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두 마을 모두 매립장 계획은 백지화됐지만, 후유증은 심각하다.

    "이젠 마을 사람들이 웬수여, 웬수. (양쪽 다) 자손들까지 웬수가 돼버리고 말았어" 김 할아버지의 말에 한숨이 깊은 한숨이 묻어났다.

    전문가들은 "개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 장밋빛 청사진 등을 이유로 찬성하는 측과 환경 훼손 등으로 인해 오히려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다는 반대 측과의 갈등으로 수백 년 이어져온 마을 공동체가 붕괴되는 일이 잦다"며 "특히 이 과정에서 개발 주체 측이 주민들의 갈등을 부추겨 이를 악용하면서 심각한 후유증도 남기고 있다"고 말한다.

    개발을 둘러싼 주민 갈등은 공동체 붕괴는 물론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사진=당진환경운동연합 제공)

     

    마을 공동체를 붕괴시키는 건 비단 폐기물 매립지뿐이 아니다.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추진되는 대부분 사업들이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서산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립을 둘러싼 주민 간 갈등은 사업이 무산된 지 2년여가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지난 3월 충남도가 마련한 주민협의회에 참석한 찬반 측 주민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거나 발전소 관련 얘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등 '웬수'로서의 불편한 관계를 이어갔다.

    2010년 당진의 동부화력(현 당진에코파워) 건설 과정에서도 주민 간 마찰은 극에 달했다. 발전소 예정지와 인근 지역 주민 간 갈등이었는데, 이 곳 역시 후유증이 여전하다.

    당진환경운동연합 유종준 사무국장(충남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예정지와 인근 지역의 찬반이 첨예했는데, 이 과정에서 사업 추진을 원한 쪽에서는 일부 주민들에게만 발전기금 등 경제적 지원책 등을 제시하면서 이간질시켰고, 결국 반대 주민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생기는 등 지역 주민들이 몇 갈래로 찢어져 싸움을 벌인 바 있다"며 "당시의 상처는 지금도 회복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밝혔다.

    충청남도가 '가로림만 지속 가능 발전 전략'이나 '충남형 동네자치 시범 공동체 사업' 등을 통해 주민 갈등 치유와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은,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충남 들판에 진출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들판이 오염되거나 마을 공동체가 붕괴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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