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홈페이지 캡처
브렉시트 불똥이 네이버 자회사 '라인'에 튀었다. 해외 증시 상장에 따른 공모가 밴드(범위) 결정을 계획보다 하루 연기한 것이다.
지난 10일 열린 이사회에서 미국·일본 증시의 동시 상장을 결정한 라인은 27일 공모가 밴드를 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라인은 이날 오후 3시쯤 공모가 밴드를 하루 뒤인 28일 장 마감 후 발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브렉시트, 즉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사태로 증시와 환율이 불안정해진 데 따른 긴급 처방이다.
라인 관계자는 "(오늘)일본 닛케이지수가 반등했지만, 미국이나 유럽 증시를 포함해 세계 시장을 꼬박 하루 모니터링한 후 공모가 밴드를 결정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면서 "전체 상장 일정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인은 다음달 8일까지 예정했던 수요 예측을 그대로 진행한다. 현재로선 7월 11일 공모가 최종 결정, 12~13일 공모주 청약, 15일 증시 상장 등의 일정에도 변함이 없다.
라인이 앞서 제시한 공모가는 주당 2천800엔(3만244원)이다. 공모가 밴드는 이 가격을 포함해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일본 현지 상황은 라인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은 전날, "회의적인 펀드매니저들이 일본 시장에서 라인의 미지근한 성장을 보면서 사업 확장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으며, 광고 전략에도 의문을 품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뷰 에셋 매니지먼트의 야스오 사쿠마 펀드매니저는 "라인의 성장 전망이 매우 형편없다"면서 "일본,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중 인도네시아 시장에서만 성장 여력이 남아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가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관투자가들의 시각도 곱지 않은 것도 상장에 험난한 앞길을 예고 했다.
일본 주요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라인의 투자 설명회는 전혀 감동적이지 않았다"며 "광고 사업을 통해 어떻게 돈을 벌지 분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라인이 지난 10일 상장 계획을 밝힌 직후 미국 금융 전문지 배런스는 "라인이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위챗 등 거대 사업자들 등쌀에 못 이겨 일본 시장에 고립되는 '갈라파고스' 현상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투자 전문지 아미고불스닷컴도 "사업 불확실성이 크고, 시장 경쟁이 심할뿐더러, 재무구조도 그저 그렇다"는 등의 단점을 들면서 "라인 주식을 매수하지 말라"고 투자자들에게 조언하기도 했다.
최근 브렉시트가 가결되면서 일본 닛케이지수는 지난 24일 7.92％나 폭락했다. 이날 2％대 반등에 성공했지만, 아직 주가 전망을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이 회의적인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이 얼마나 라인 주식에 관심을 보일지가 관건"이라며 "국내 증시의 네이버 주가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