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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되돌릴 수 있다-용서와 미래의 연결

책/학술

    시간은 되돌릴 수 있다-용서와 미래의 연결

    신간 '시간의 틈'-셰익스피어 '겨울 이야기' 다시 쓰기

     

    세상은 기쁨이나 절망, 한 여인의 운명, 한 남자의 상실과 상관없이 흘러간다. 우리는 타인의 삶을 알 수 없다. 우리는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작은 부분들 외에는 우리의 삶을 알 수 없다. 그리고 우리를 영원히 바꾸어 놓는 일은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일어난다. 쉬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야말로 마음이 부서지거나 치유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너무나 꾸준하게, 또 확실하게 흐르는 시간은 시계 밖에서 거칠게 흐른다. 일생은 너무나 짧은 시간에 바뀌지만, 그런 변화를 이해하는 데는 평생이 걸린다.

    _ 376쪽 「이것이 마법이라면……

    신간 소설 '시간의 틈'은 마음의 상처와 치유의 이야기이자, 복수와 용서의 이야기이고, 이들 세계에서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이야기이다.

    '시간의 틈'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겨울 이야기'를 현대 작가 지넷 윈터슨이 자신만의 문학과능로 재해석하여 쓴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겨울 이야기'는 오해와 질투, 분노, 파멸 끝에 긴 공백, 즉 시간의 틈을 사이에 두고 등장인물들이 용서와 화해로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이야기이다.

    '겨울 이야기'에는 희곡에서는 흔치 않게 16년이라는 시간의 공백이 등장하며, 어둡고 비통한 격정과 목가적인 희극이 공존한다. 지넷 윈터슨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현대 무대의 소설로 옮기면서 원작의 서사와 의미에 충실하되 살을 덧붙여 조금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빚어냈다.

    '시간의 틈'은 현대의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그리고 미국 뉴올리언스가 연상되는 가상의 도시 뉴보헤미아를 무대로 전개되는데, 이미지들은 '겨울 이야기'와 쌍둥이 혹은 거울처럼 존재한다.

    윈터슨은 부모 세대가 아닌 자식 세대 쪽으로 이야기의 초점을 옮기는데 이는 '겨울 이야기'가 용서와 미래의 세계들에 대한 희곡이며, 용서와 미래가 양방향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주는 희곡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시간의 틈'은 무엇보다도 부모를 잃고 업둥이로 자란 퍼디타가 잃어버린 과거와 가족을 되찾는 이야기이다. 어른들 사이에서 일어난 모든 문제는 18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잃어버린 작은 아이' 퍼디타를 되찾으면서 해결된다. 잃어버린 아이가 똑똑하고 당당한 소녀로 자라는 이 긴 시간 동안 리오와 지노, 미미는 과거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지만 퍼디타가 등장하는 순간 과거와 현재, 미래는 제자리를 찾는다.

    '겨울 이야기'에서 시간은 모든 시도를 한다. 레온테스는 헤르미오네가 가진 아이가 자신의 핏줄이 아니라고 의심하지만 시간은 그가 틀렸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그의 가족이 치유되기 위해서는 16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원작에서는 시간이 직접 등장하여 시간의 속성을 설명하고 공백에 양해를 구한다면 개작에서는 지노가 만든 컴퓨터 게임 '시간의 틈'이 비슷한 역할을 한다. 리오와 지노가 과거를 곱씹듯 꾸준히 접속하는 이 게임은 멈춰진 과거, 복잡하게 얽힌 과거와 미래,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현재에 대한 은유이다. 이렇듯 윈터슨은 상실과 후회, 사랑과 슬픔, 시간의 속성이라는 '겨울 이야기'의 주제를 때로는 저속하고 때로는 시적인 언어로 깔끔하게 담아낸다.

    ◇ 책 속으로

    내가 기억에 대해서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내 아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없다. 아내의 여권은 말소되었다. 아내의 계좌는 폐쇄되었다. 아내의 옷은 다른 누군가가 입고 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아내로 가득하다. 아내가 살아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내 마음이 아내로 가득하다면 사람들은 망상이라며 나를 가둘 것이다. 지금의 나는 애도하는 사람이다.

    나는 슬픔이 여기에 없는 사람과 함께 산다는 뜻임을 깨닫는다.

    당신 어디 있어?

    오토바이 엔진의 굉음. 라디오를 켜고 차창을 내린 자동차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들. 짖는 개. 짐을 내리는 배달 트럭. 보도에서 말다툼을 하는 두 여자. 휴대전화로 통화 중인 모든 사람들. 상자 옆에서 소리치는 남자. 전부 없애야 합니다.

    나는 그것도 좋다. 다 가져가라. 자동차, 사람, 팔 상품들. 내 발밑의 흙으로, 머리 위의 하늘로 전부 되돌려라. 소리를 꺼라. 그림을 지워라. 이제 우리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하루가 끝나고 나를 향해 걸어오는 당신이 보일까?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둘 다 그랬던 것처럼, 일을 끝내고 죽을 만큼 지쳐서 집으로 돌아오는 당신이? 고개를 들면 처음에는 멀리서, 그다음에는 가까이에서 서로가 보일까? 인간의 형태를 되찾은 당신의 에너지. 원자의 모습을 한 당신의 사랑.

    _ 35~36쪽, 「물의 별」

    "어떤 이론이 있어." 지노가 말했다. "기독교가 처음 생겼을 때 영지주의파가 기독교에 맞서려고 시작한 이론이야.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만든 건 항상 자리를 비우는 신이 아니라 추락자, 루시퍼 같은 인물이라는 거지. 일종의 흑천사야. 우리는 죄를 짓거나 지위를 잃은 게 아니야, 우리 잘못이 아니었지. 우리는 이렇게 태어났어. 우리가 무얼 하든 그건 결국 추락이야. 걷는 것조차 일종의 잘 통제된 추락이지. 하지만 실패와는 달라. 우리가 이걸 안다면―영지靈智, 그러니까 안다는 거야―고통을 견디는 게 더 쉬울 거야."

    "사랑의 고통 말이야?"

    "그것 말고 뭐가 있어? 사랑. 사랑의 결핍. 사랑의 상실. 나는 지위와 권력이―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그렇고―별개의 동인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 우리가 서 있는 곳, 혹은 추락이 시작되는 곳은 바로 사랑이야."

    "한 사람에게 결코 구속되지 않는 남자치고는 낭만적이네."

    "난 그 생각이 좋아."

    지노가 말했다.

    "하지만 달에서 산다는 생각도 좋지. 슬프게도 38만㎞나 떨어져 있고 물이 없지만."

    _ 107~108쪽, 「이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상실의 상실성. 우리는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안다. 모든 노력, 모든 입맞춤, 심장을 찌르는 모든 것, 집으로 보내는 모든 편지, 모든 이별은 잃어버린 것을 찾아 우리 앞에 있는 것을 샅샅이 뒤지는 것이다.

    _ 188쪽, 「막간」

    "시간이 없어요."

    "늘 없다 없다 하면 시간이라는 게 무슨 소용이야?"

    _ 212쪽, 「부정한 사업」

    당시 '?'은 믿음이 깊었지만 지난 10년 동안 자기 믿음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 세상은 점점 더 밝아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어두워졌다.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졌고 부자는 더 부유해졌다. 사람들은 신의 이름으로 서로를 죽였다. 따르는 자들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게임에서 총을 휘두르면서 성전을 벌이는 아바타처럼 굴기를 바라다니, 그건 도대체 어떤 신일까?

    지금이 시간이 끝나는 종말이라면 내세로 곧바로 돌진하여 잊어버리면 그만이다.
    솁은 시간의 핵심은 그것이 끝난다는 사실에 있다고 생각했다. 영원히 계속된다면 그것은 시간이 아닐 것이다, 안 그런가?

    무엇을 믿어야 할까? 무엇을 굳게 믿어야 할까?

    _ 223쪽, 「축하의 날」

    "난 시간에 대해서 생각해, 시간이라는 게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지. 그 점은 똑같아, 너와 내가. 너는 시간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이해할 필요가 없다는 점만 빼면. 이상하지 않아? 우리가 죽을 때까지는 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거."

    바텐더가 다가와서 지노의 잔을 채웠다. 그가 퍼디타를 향해 잔을 들고 건배한 다음 그가 트리스탄이고 그녀가 이졸데인 것처럼 위스키를 마셨다.

    지노가 말했다. "나이는 갑자기 들어. 바다로 헤엄쳐 나갔다가 네가 향해 가고 있는 해안이 처음에 목표했던 해안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것과 같지."

    _ 256~257쪽, 「축하의 날」

    지노가 말했다. "내가 그 일을 돌이킬 수만 있다면. 하지만 그러고 보면 내가 한 선택들은, 다른 선택을 할 내가 없었기 때문에 했던 선택이었다는 기억이 나. 우리를 가두는 순간의 힘보다 우리가 더 강해져야만 자유의지를 가질 수 있는 거야. 운명이 아니야. 난 운명을 믿지 않아. 너는 믿니?"

    지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습관과 두려움이 선택을 만들지. 우리의 알고리즘은 우리 자신이야. 저걸 좋아하면 아마 이것도 좋아할 거야, 라는 거지."

    _ 298쪽, 「시간의 소식」

    폭포수처럼 사라지는 현재. 너무나 천천히 또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시간의 맹렬한 흐름. 얼마나 오래되었을까?

    그녀는 가만히 서 있지 않으려고 걷는다. 시간 밖으로 걸어 나갈 수 있다는 듯이, 과거를 원래 속한 곳에 두고 떠날 수 있다는 듯이. 하지만 그것은 항상 거기, 그녀의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과거는 그녀의 바로 앞에 놓여 있고 매일 그녀는 그것을 향해 걸어가 부딪친다. 과거는 반대쪽에서 들어오려는 미래를 막는 문 같다.

    _ 323쪽, 「걸어 다니는 유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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