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콜리 박테리아 (사진=미국 국립보건원 자료)
발병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질환인 만성피로증후군(CFS)이 장(腸) 속 미생물군(群)의 균형 파괴와 관련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30일 의학전문지 메디컬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미국 코넬대 분자생물학·유전체학·미생물학부 모린 핸슨 교수 팀은 CFS 진단과 치료에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연구 결과를 학술지 '미생물군'(microbiome)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CFS로 진단받은 환자 48명과 건강한 사람 39명의 대변과 혈액 샘플을 비교한 결과 CFS 환자들의 장내 미생물, 즉 세균(bacteria) 다양성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염증작용을 하는 세균이 크게 감소한 반면 염증성 세균은 많이 늘었다.
이 같은 장내 세균군 이상은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등 염증성 장질환을 앓는 환자의 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것과 같다.
게다가 CFS 환자의 혈액에선 염증 지표(체내에 염증이 있을 때 증가하는 물질)들이 다량 발견됐다. 이는 장에 문제가 생기면서 세균이 장벽을 뚫고 혈액 속으로 들어오고 이로 인해 면역반응이 촉발돼 CFS 증상을 증폭시키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처럼 변과 혈액에 나타난 징표들만을 이용해, CFS 환자 여부를 판단해보았더니 진단 정확도가 83%에 달했다고 밝혔다.
핸슨 교수는 아직은 장내 미생물 변화가 CFS의 원인인지 CFS로 인해 장내 미생물에 변화가 생긴 것인지를 규명하지는 못해 추가 연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는 매우 까다롭고 어려웠던 CFS 진단을 쉽고 빠르게 하는 방법의 개발에 중요한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나아가 향후 식이섬유나 유익균(probiotics) 처방 등이 유용한 치료법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 만성피로증후군 = CFS는 일반적인 피로나 만성피로와는 다른 질환이다. 아무리 푹 쉬어도 풀리지 않는 극도의 피로감을 비롯한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혈압이나 당뇨처럼 객관적인 측정 수치로 판정되지도 않는다. 수면부족이나 다른 질병 때문인 것으로 오인할 수 있게 하는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므로 정확한 진단이 쉽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통상적인 증상으로는 지속적인 극심한 피로감 외에 두통, 근육통, 관절통, 인후통, 목이나 겨드랑이림프절이 붓고 누르면 아픈 것 등이다.
때로 시각장애, 현기증, 집중력과 기억력 장애가 오기도 한다. 온몸이 맞은 것처럼 매우 아프기도 하고 증상이 가벼운 날도 있고 심한 날도 있다.
이런 증상들이 4~5가지 이상 6개월 이상 아주 자주 나타나거나 계속되면 CFS로 진단한다.
때로 시각장애, 현기증, 집중력과 기억력 장애가 오기도 한다. 온몸이 맞은 것처럼 매우 아프기도 하고 증상이 가벼운 날도 있고 심한 날도 있다.
CFS의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진 게 없으며, 특효의 치료법이나 공인된 치료약도 없다.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설, 심리적 문제가 신체이상으로 나타나는 이른바 정신신체증(psychosomatic)설, 면역력저하설 등이 제기된 바 있으나 아직은 입증되지 않은 설에 불과하다.
여성의 발병률이 남성보다 2~4배 더 높고, 청장년층에 많지만 어린이나 중년 이후에도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