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가죠. 몇 시여도 가야죠. 보고 싶다는데 가야 하지 않나요?"
서현진(31)은 '오해영은 박도경의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뛰어나가는데 서현진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답했다.
약간 쑥스러웠는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웃었을 뿐이다.
지난달 28일 종영한 tvN 드라마 '또 오해영'으로 우리를 웃고 울린 서현진을 최근 강남구 논현동에서 만났다.
서현진은 원래 자신은 "먼저 다가가지도 못하면서 상대가 다가오게 (유혹)하지도 못해서,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절 좋아하기만을 기다리는 굉장한 '답답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체면이나 자존심 따위는 버려둔 채 사랑에 거침없이 몸을 내던진 오해영을 만나면서 서현진도 조금 달라진 듯했다. 그도 아니라면 자신 안의 숨겨진 모습을 발견한 듯했다.
"저는 원래 내내 해영이와 닮은 점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되짚어보면 있는 것 같아요. 솔직한 게 제일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취해 호텔에서 잠든 오해영은 데리러 온 박도경(에릭 분)에게 "우리 잤느냐"고 물은 뒤 "자려고 온 건데 왜 그냥 나가느냐"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바닷가 데이트를 끝낸 뒤 대리 기사를 불러 서울로 돌아가려는 박도경에게 "이런 분위기에 여기서 대리를 부르는 게 말이 되느냐"고 타박한다.
"먼저 같이 자자고 말하는 여자도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겠죠. 제가 보수적이지 않은가 봐요. (웃음) 저는 그렇게 말하는 해영이가 너무 좋았어요. 저도 사실 대본에 박도경이 대리 기사를 부른다고 적힌 걸 보고 '어, 왜?' 하고 생각했거든요."
서현진은 "'내가 생각한 걸 맞춰봐'라고 요구하는 여자보다는 솔직하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다고 먼저 말하는 여자가 좋다"고 강조했다.
오해영과 박도경의 연애는 대낮 골목길에서 전개된 첫키스부터 남달랐다.
다른 드라마에서 좀처럼 보지 못했던 격정적인 키스는 TV 앞에 앉은 사람들의 얼굴을 붉어지게 했다.
(연합뉴스)
서현진은 짐짓 태연한 표정으로 "처음부터 벽키스 장면을 워낙 세게 찍는 바람에 이후에는 거침없이 했다"고 소개했다.
"모든 키스신과 스킨십신은 액션 연기처럼 합을 짰기에 엔지(NG)가 없었어요. 어느 정도 미리 계산하지 않으면 어색해지거든요. (에릭) 오빠가 워낙 아이디어가 좋았어요. 마지막회에서도 안고, 돌려서 안고, 의자에 내려놓고, 이런 식으로 아이디어를 냈어요."
서현진이 걸그룹 멤버였던 시절 감히 눈도 마주칠 수 없을 정도로 대선배였다는 에릭과는 이제 친구 같은 사이가 됐다.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지 몰랐다"는 고백에서 엿볼 수 있듯이 서현진은 연기 데뷔 10여년 만에야 드디어 주인공으로 주목받았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외사랑, 짝사랑만 했다는 그는 이번에는 박도경뿐 아니라 시청자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새로운 로맨틱 코미디 여왕은 '오해영'으로만 계속 불리는 게 걱정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어쨌든 사람들이 기억해주는 캐릭터가 있는 건 정말 감사한 일 아니냐"고 되물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제 입지가 달라질 것 같진 않아요. 안 달라져도 좋아요. 이번 작품에서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어요. 그냥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계속 흘러가면 될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