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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의 맛] 빈대떡집 사장님은 왜 평생 서서 일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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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사의 맛] 빈대떡집 사장님은 왜 평생 서서 일했을까

    '순희네 빈대떡' 추정애 사장

    외식시장의 전설로 불리는 사장님들이 들려주는 '장사의 철학', 그들의 이야기가 "장사나 해 볼까?" 생각하는 창업 꿈나무들과 장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700만 자영업자들에게 장사의 대한 마음을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칼럼을 시작한다. [편집자 주]

    장맛비가 내린다. 애주가들은 애인이나 마누라보다 빈대떡에 막걸리 한 잔이 더 간절해지는 계절이다. 장맛비건 이슬비건 소낙비건 간에, 비만 내렸다하면 광장시장(서울 종로4가)은 발 디딜 틈이 없어진다. 광장시장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은 '순희네 빈대떡'을 찾는 발길 때문이다.

    시장에서 시작해 백화점까지 진출한 음식은 그리 많지 않다. 그것도 빈대떡 하나로! 그 신화를 이뤄낸 곳이 '순희네 빈대떡'이고, 그 주인공이 바로 추정애 사장이다.

    (사진=도서출판 정한책방 제공)

     

    ◇ 입소문이 제일 무섭다

    '순희네 빈대떡'은 1992년 서울 광장시장의 작은 노점에서 시작됐다. 크고 맛있는 빈대떡에 아기 주먹 만 한 고기완자를 덤으로 올려줬다. 그런데도 처음 3~4년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한 자리에서 묵묵히 장사를 하다 보니 광장시장에 가면 크고 맛있는 빈대떡이 있다는 입소문이 났고 손님이 하나 둘 몰려오기 시작했다.

    어느새 빈대떡을 먹으려는 사람들로 시장 입구까지 줄을 길게 늘어서자, '저러다가 순희네가 광장시장을 통째로 사겠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0%라는 것이 추정애 사장을 도와 15년 째 빈대떡을 부치고 있는 추정림씨의 말이다.

    "가격은 분식집인데 재료는 최고급 한정식집이니 남는 게 있어야 말이죠. 저희 집은 그야말로 박리다매예요."

    빈대떡이 워낙 크고 실하다보니 4000원짜리 한 장이면 2~3명이 와서 먹어도 끄떡없다. 거기에 막걸리 2~3병을 비워도 테이블 하나에 1만 5000원을 넘기기 힘들다. 맛있는 빈대떡을 배불리 먹고 술을 거나하게 마셔도 주머니 걱정을 안 해도 되니, 손님은 행복하다. 그 손님이 다른 손님을 또 몰고 오는 게 당연하다.

    ◇ 맏언니의 뚝심

    좋은 재료는 잘 되는 식당의 불문율이다. 아무리 몸이 아파도 추정애 사장이 식자재 구입을 직접 하는 이유다. 그러나 갈수록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맏언니의 고집에 가격은 못 올리고… 그래서 동생 추정림씨는 언니 몰래 조금 싼 식자재를 구입한 적이 있었다.

    "에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그 날 언니가 식자재 검열에 나섰지 뭐에요. 얼마나 혼쭐이 났는지…"

    '그렇게 하려거든 장사할 생각하지 마라'라는 큰언니 호통에 추정림씨는 이제 절대 딴 생각을 안 한다. 아니, 하고 싶어도 못한다. 추정애 사장이 "장사는 무조건 퍼줘야 한다. 그게 아까우면 장사 못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기 때문이다. 어떤 회유와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맏언니의 고집, 그것이 '순희네 빈대떡'을 한 결 같이 이끌어 온 힘이다.

    (사진=도서출판 정한책방 제공)

     

    ◇ 젊어 고생이 늙어 골병들어도…

    추정애 사장을 처음 만났을 때, 그의 얼굴은 붓고 까칠했다. 그것은 오랜 육체노동으로 고생한 사람 특유의 붓기였다. 걸음걸이도 편치 않아 보였다.

    "빈대떡 장사를 시작하면서 의자도 없이 서서 일했어요. 관절 하나 성한 데가 없는 거 같아요. 비가 오려고 하면 관절부터 신호가 오네요."

    옛날 어르신들이 하늘이 낮게 내려앉으면 관절을 주물거리면서 "아이고, 비가 오려나"했던 의미를 알게 됐다는 추정애 사장을 보니 '젊어 고생은 늙어서 골병든다'는 말이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장사로 얻은 관절병은 돈으로도 완치가 어렵고 그저 살살 다루는 방법밖에 없단다. 더불어 노점이라는 게 얼마나 환경이 열악한가. 하루 종일 불 앞에 서 있어야 하는 여름에는 지옥불이 따로 없고, 겨울에는 칼바람이 발끝부터 마비시키는 고된 삶이었을 것이다.

    그 고된 세월을 버티면서 오늘의 '순희네 빈대떡'을 만든 추정애 사장은 동생들을 광장시장으로 소환했고 형제들은 빈대떡으로 의기투합했다. 갈수록 장사는 잘 됐고, '순희네 빈대떡'은 승승장구했지만 노점에 서서 고생한 그의 몸은 이미 부서져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왜 수십 년을 앉지 않고 서서 일했을까?

    "앉아 있으면 손님이 그냥 지나칠까봐 그랬죠."

    당신에게 그런 열정이 있는가? 그렇다면 장사해라. 그 열정이 당신을 제2의 순희로 만들어줄 것이다.

    (사진=도서출판 정한책방 제공)

     

    ◇ 일하는 사람은 잘 먹어야 한다

    '순희네 빈대떡'에서 일하는 직원은 15명가량, 바쁠 때는 20여 명 정도 된다, 가게에서 하루 두 끼를 해결하는데, 직원들 밥 먹는 주방과 요리사가 따로 있다. 그만큼 직원들 식사에 신경을 쓴다는 얘기다.

    "일단 잘 먹어야 힘내서 일하죠. 일은 직원들이 하는 거잖아요."

    이것이 추정애 사장의 믿음이다.

    끼니 때를 지나 식당에 가보면 직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을 때가 있는데, 직원들 식사 메뉴만 봐도 그 집이 잘 되는 집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잘 되는 집은 직원들 식탁이 풍성하다. 빈곤한 식탁에서 좋은 일꾼이 나오기 어렵고, 주인이 밥을 따로 먹는 순간부터 직원들과 벽이 생기기 시작한다. 현명한 주인은 반드시 직원들과 겸상을 한다.

    누가 싼 게 비지떡이라고 했던가? '순희네 빈대떡'은 그런 편견을 과감히 깨준 유쾌한 집이다. 그렇게 맛있고, 양 많고, 값 싼 음식을, 최선이 아니라 최고의 재료로 만들어 낸다. 주인은 돈 통을 가득 채울 수 없겠지만, 손님과 나눌 수 있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음식 명가'로 이름을 올리게 되는 것은, 인생의 보너스다.
    (사진=도서출판 정한책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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