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창원 기자/노컷뉴스)
극심한 계파갈등으로 내홍을 겪던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조용'해졌다.
지난해 분당 사태를 겪으며 대부분의 비주류 의원들이 탈당해 국민의당에 입당하면서, 더민주 내 비주류 세력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당 내에 남은 비주류 의원이 거의 없으니 사안을 두고 충돌할 일도 없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당에 남은 비주류 의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전당대회에서 비주류 측은 후보를 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
현재 비주류 진영에서 당권 도전이 확정된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원내대표를 지낸 이종걸 의원(경기 안양시만안구)이 출마를 고심하고 있지만 적극 뛰어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민주 전당대회는 4명 이상이 입후보하면 컷오프를 거쳐 3명으로 축소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 때문에 비주류 도전자들은 추미애, 송영길, 원혜영 의원 등 범주류 의원들이 출마를 공식화하게 될 경우, 본격적인 도전도 해보지 못하고 컷오프될 수 있는 웃지 못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친노 친문' 의 마음을 잡는 후보가 당권을 쟁취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일찌감치 당권도전 의사를 밝힌 추 의원과 송 의원은 주류 마음잡기에 여념이 없는 상태다.
추 의원은 "문 전 대표가 강펀치를 맞고도 1등을 하고 있다. 문 전 대표를 깎아내릴 생각이 없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송 의원도 '친문에 기대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유권자가 많은 쪽에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후보자가 당연히 유권자가 있는 쪽에 다가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주류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흥행과 관계없이 이번 전대는 내년 대선까지 잘 이끌어나갈 관리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추미애, 송영길, 원혜영 의원,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 등 모두 주류와 비주류 진영에서 거부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비주류 성향의 더민주 관계자는 "비주류 쪽에서는 이번 당권에 무리하게 후보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비주류 세가 약한 상황에서 누군가를 '비주류의 대표'로 밀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은 이미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 예고됐다.
원내대표 경선에 나섰던 강창일, 민병두, 이상민, 노웅래 의원 모두 초라한 성적표로 2차 경선에 진출조차 하지 못했다.
한 더민주 관계자는 "당내 비주류 세가 매우 약화된 상태"라면서 "지난 원내대표 선거부터 당내 역학구도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최소한의 견제장치로서의 비주류 세력이 없어진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전당대회가 한 달 넘게 남았지만 벌써부터 '주류가 미는 후보'가 누구인지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 '맥빠진 전대'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