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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이 구호가 안 되게 서사의 깊이 보장해야

공연/전시

    주장이 구호가 안 되게 서사의 깊이 보장해야

    • 2016-07-07 07:49

    [노컷 리뷰] 전인철 연출, '해야 된다'

    검열에 저항하는 젊은 연극인들의 페스티벌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진행 중입니다. 6월부터 시작해 5개월간 매주 1편씩, 총 20편의 연극이 무대에 오릅니다. CBS노컷뉴스는 연극을 관람한 시민들의 리뷰를 통해, 좁게는 정부의 연극 '검열'부터, 넓게는 우리 사회에 알게 모르게 뿌리박힌 모든 '검열'의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리뷰 순서="">
    1. 우리 시대의 연극 저널리즘 / '검열언어의 정치학 : 두 개의 국민'
    2. 포르노 시대 한가운데에 선 나를 보다 / '그러므로 포르노 2016'
    3. 그들이 ‘안티고네’를 선택한 이유 / '안티고네 2016'
    4. 주장이 구호가 안 되게 서사의 깊이 보장해야 / '해야 된다'
    (계속)

    연극 '해야 된다' 中. (제공 사진)

     

    '해야 된다'는 총 세 개의 이야기를 모아 놓은 연극이다. '갤러리, '불온', '초인' 등 세 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흥미롭게도 세 편 모두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갤러리'는 2015년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표적이 됐던 프랑스의 한 주간지에 대한 협박과 테러 위협에서 소재를 얻었고, '불온'은 2008년 국방부에서 실제 행했던 불온서적 선정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초인'은 1979년 10월 26일 궁정동 안가에서 벌어진 박정희 암살 사건을 극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해야 된다'가 현실에서 직접 일어난 사건을 모티프로 했기 때문에, 관객 역시 현실과의 관계 속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더구나 ‘권리장전 2016_검열각하’라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조금 더 노골적으로 어떤 장 속에서 연극을 읽어야 한다.

    연극 '해야 된다' 中. (제공 사진)

     

    첫째 에피소드인 '갤러리'가 하고자 하는 말은 꽤나 선명하다. 한 갤러리에서 작가에게 전시 이틀 전 취소 통보를 한다. 그 이유는 극단주의 세력이 전시에 강하게 불만을 품고 협박을 하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밝혀지는 비밀에 의하면, 다른 원인이 있었는데, 그것은 관장의 사적인 것이었다.

    '불온'에서는 군법무관이 군대 불온서적 문제로 정보부 담당자와 대립한다. 한편으로 꿈속에서 법무관은 로마 군인이 되어 오딧세이아 낭송 문제로 상관과 대립한다. 현실에서 정보부 담당자는 힘이 막강하고 꿈에서도 로마 군인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사람이다. 결국 군법무관은 고민을 깊이 하다가 군법에 회부되어 파면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을 다루고 있는 '초인'은 이상하게도 조갑제가 쓴 전기에 기대고 있다. 제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죽음을 의연하게 맞이하는 초인의 기개를 연극적 장치 속에, 여러 인물의 시각으로 반복, 재생한다. 일반인이라면 총상에 고통스러워했을 상황에서 ‘초인’ 박정희는 얼마나 의연했는지 너무도 진지하게 그리고 있어 오히려 웃음을 준다.

    연극 '해야 된다' 中. (제공 사진)

     

    세 편을 옴니버스식으로 묶었지만 전체 진행 시간은 70분 정도에 그친다. 다르게 말하면, 길지 않은 시간 속에 각기 다른 시공간의 사건을 다루다 보니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같은 배우가, 거의 바뀌지 않는 일상복을 입고 무대 - 이 무대도 탁자와 의자 몇 개가 전부이다 - 에 등장하니 구분이 잘 되지 않았다. 같은 배우가 각 편에 따라 다른 역할을 해야 하니 적응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선명한 목적을 지닌 연극이라면, 분위기가 비슷한 세 편을 선보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개인적으로는 '초인' 같은 부조리한 웃음을 주는 세 편을 연결했다면 조화도 이루니 재미도 컸을 것 같다.

    이런 생각도 들었다. 하나의 이야기를 좀더 깊고 진지하게 파고들어 극화하거나 아니면 아예 해학적으로 풍자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목적이 분명한 연극은 주장하는 것이 구호가 되지 않기 위해서 극적 동일시를 강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서사의 깊이가 먼저 보장되어야 한다. 배우의 연기가 힘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무대 장치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해야 한다'는 다소 아쉬웠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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