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투자 들어간 발전소 놀린다는 것은 국가적 낭비…활용방안 찾아야"
지어놓고 놀리는 발전소가 갈수록 늘면서 지난해 전체 발전소 이용률이 2000년대 들어 최저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친환경적으로 알려진 액화천연가스(LNG) 복합 발전소 이용률은 4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석탄발전은 이용률이 90%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한국전력[015760]이 최근 발표한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발전소 이용률은 전년보다 2.2%포인트 하락한 61.7%로 집계됐다.
건설된 발전소 10기 중 4기는 가동하지 않은 채 놀린 셈이다.
이용률은 가동률과는 달리 고장·정비 등으로 발전소를 가동할 수 없는 상황까지 포함해 발전소를 가동한 비율을 뜻한다.
2000년 62.2%였던 발전소 이용률은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다가 2011년 73.9%로 정점을 찍은 뒤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2011년 이후 연평균 4.6%포인트씩 하락하다 지난해 급기야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3년간 발전소 이용률을 발전원(原)별로 나눠 보면 원자력발전소는 2013년 75.5%, 2014년 85.0%, 2015년 85.3%로 증가했고, 석탄발전소는 같은 기간 93.6%, 88.5%, 90.1%의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LNG복합발전소는 이 기간 이용률이 67.0%, 46.7%, 40.3%로 크게 낮아졌다. 사실상 LNG복합발전소의 이용률 하락이 전체 이용률 하락을 이끈 셈이다.
또 최근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지목된 석탄발전소의 이용률은 90%를 웃돌며 주요 발전원들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처럼 환경 저해 논란이 큰 석탄발전소는 많이 가동되고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인 LNG 복합발전소는 점점 이용률이 떨어지는 것은 발전 원가가 싼 발전소부터 가동하게 돼 있는 전력시장 구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연료비가 싼 원자력이나 석탄을 이용해 생산한 전기를 우선 구매한다. 원자력·석탄발전소가 발전시장에 새로 진입하면 LNG발전소 이용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발전 비용의 차이에 기인한 것이어서 당분간은 이런 구조가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신규로 건설될 석탄발전소 20기(18GW)를 예정대로 가동하겠다고 밝혀 앞으로 LNG발전은 가동이 더 축소될 전망이다.
다만 산업부는 가동한 지 30년이 넘은 석탄발전소 10기(총 330만㎾급)는 2025년까지 모두 폐지하기로 했다.
발전사들이 전기를 팔 때 받는 전력 도매가격인 SMP(계통한계가격)도 빠르게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발전 비용이 비싼 LNG복합발전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월평균 SMP는 1월 ㎾h당 90.8원에서 3월 87.3원, 4월 75.4원, 5월 68.8원으로 급격히 낮아졌다.
특히 월평균 SMP가 60원대로 떨어진 것은 2009년 7월 이후 7년 만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발전소는 평균 조 단위의 막대한 투자가 수반되는 인프라인데 놀고 있는 발전소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적 낭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친환경적인 LNG발전소는 놀고 있는데 석탄발전소를 늘리는 것은 문제"라며 "유휴 발전소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LNG 발전은 석탄발전보다 연료비가 세 배 이상 들어가는 고비용 발전"이라며 "LNG 발전을 확대하면 그만큼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세계 어느 나라든 LNG발전은 전력 수요가 높을 때만 돌리는 '피크(peak) 발전'"이라며 "앞으로 노후 석탄발전소를 폐지하는 등 석탄발전이 줄어들면 점차 이를 LNG발전이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