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에 저항하는 젊은 연극인들의 페스티벌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진행 중입니다. 6월부터 시작해 5개월간 매주 1편씩, 총 20편의 연극이 무대에 오릅니다. CBS노컷뉴스는 연극을 관람한 시민들의 리뷰를 통해, 좁게는 정부의 연극 '검열'부터, 넓게는 우리 사회에 알게 모르게 뿌리박힌 모든 '검열'의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리뷰 순서="">
1. 우리 시대의 연극 저널리즘 / '검열언어의 정치학 : 두 개의 국민'
2. 포르노 시대 한가운데에 선 나를 보다 / '그러므로 포르노 2016'
3. 그들이 ‘안티고네’를 선택한 이유 / '안티고네 2016'
4. 주장이 구호가 안 되게 서사의 깊이 보장해야 / '해야 된다'
5. 2016년 우리는 <김일성 만세="">를 볼 수 있는가 / '자유가우리를의심케하리라'(계속)
'자유가우리를의심케하리라' 중. (사진=응용연극연구소 제공)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한 8:32)라는 성경 구절이 있다. 하지만 여기 이 연극은 그 자유가 우리를 스스로 의심의 한가운데 두게 된다는 제목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공연은 연극이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왠지 토론을 하고자 하는 한 사람을 마주하는 설정처럼 보였다. 1시간 동안 그는 매우 많은 질문을 했고 스스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려고 노력했다.
관객석에서는 거의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는 공연 내내 대체로 답을 잘 찾아나갔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에 관객에게 질문한다. 그 질문을 하기 위해서 1시간 동안 그리도 많은 질문과 답을 한 것처럼.
'자유가우리를의심케하리라' 중. (사진=응용연극연구소 제공)
여기서 만나게 되는 김수영 시인의 <김일성 만세=""> 육필원고지, 그가 검게 지워버린 ‘김일성 만세’를 바라보며 김수영의 1960년과 우리의 2016년을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그때와 지금 우리에겐 자유가 주어졌는가. 어느 시대나 금기되고 터부시되는 것들이 있다. 그때는 ‘김일성’이 그것이었을 테고 지금은 무엇일까.
작년 프랑스에서 샤를리에브도 테러 사건이 있었다. 프랑스 샤를리에브도는 성역없이 비판하고 조롱하는 매체인데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테러 사건이었다. 하지만 성역없는 비판을 모두 존중한다고 해도 약자에 대한 조롱이 필수불가결한 것은 아니다. 세계의 많은 이들이 테러의 희생자를 추모하는데 동참했지만 시리아의 난민아이 죽음을 조롱한 그들의 만평에는 비난이 쇄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올해 한국에서는 일베 조각상 사건이 있었다. 한국에서의 일베 조각상에 대한 사건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그들도 그들의 생각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는 존중되어야 하는가. 조각상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은 것 같다. 또한 그 파괴까지 작가가 의도한 일인지도 모른다는 가설까지 함께.
개인적으로 조각상에 대해서는 특별한 적대감까지는 없다고 하더라도 그 이전에 보여준 행동들(예-세월호 유족의 단식투쟁 앞에서 단체폭식 행동 등)은 일반적인 상식을 기준으로 했을 때 그 행위의 목적도 이해되지 않으며 정당성을 찾기는 더 더욱 어렵다.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 세워졌던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를 상징하는 손모양의 조형물. (자료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그들은 그럴 자유를 가지고 있는가. 물론 자유는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는 사회라는 공동체는 오랜 시간 동안 그래도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그것은 범법 행위는 아니지만 약자를 혐오하는 행위나 배려하지 못한 언어폭력 등은 우리와 같은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지지 받지 못하고 스스로 생명을 다하게 되어 그와 같은 행동을 자제하게끔 하는 역할을 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여기 한국은 그런 정화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최근 몇 년간 그리고 이 연극을 보면서 다시금 고민하게 되었다. 이 연극의 제목 '자유가우리를의심케하리라'는 우리가 갖는 이 자유가 과연 제대로 사용되고 있으며 그럴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누리고 있다는 이 자유는 진정한 자유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2016년을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김일성 만세="">를 볼 수 있는가. 아니면 1960년과 같이 검게 덧칠한 그 얼룩만을 보고 있는 게 아닌지.
박진희 / 우다다다공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