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방기(新技訪記)'는 새롭고 독특한 기술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Spector
문서작업을 하다보면 다양한 자료를 수집해 컴퓨터로 다시 편집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잡지나 전문서적의 내용을 옮겨야 하기도 하고 디자이너의 경우 영감을 받은 색상이나 글꼴(Font) 모양을 그대로 가져와 작업하고 싶지만 프린터 스캐너에 커다란 잡지를 올려 놓거나 카메라로 찍어서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이용해 2차, 3차의 번거로운 작업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대학생이 이런 번거로운 작업을 한번에, 아주 간편하게 컴퓨터로 옮길 수 있는 스마트한 기기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타이포그라퍼나 그래픽 아티스트, 디자이너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까 합니다.
영국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 학생인 피오나 오러리(Fiona O'Leary)는 졸업작품으로 문서에 인쇄된 글꼴과 색상을 컴퓨터 장치에 그대로 옮겨오는 '물리적 스포이드' 기기 '스펙터(Spector)'를 직접 개발했습니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그녀는 다양한 편집작업을 하면서 그녀가 원하는 글꼴이나 색상을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고 싶었지만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글꼴은 글꼴 개발 회사가 개발한 프로그램 형태로 제공하고 있어 비용을 들여 구매하거나 글꼴 이름도 모른체 비슷한 무료 폰트를 인터넷에서 어렵게 찾아야 했습니다. 색상도 단순히 검정색이나 빨간색이 아니라 색상별로 CMYK나 RGB 형태로 색조합이 있기 때문에 인쇄된 색상만으로 이를 명확하게 알기 어렵습니다.
오러리는 이런 좌절 끝에 직접 폰트와 색상을 그대로 가져오는 물리적 스포이드 장치를 만들기로 합니다. 현재 프로토타입으로 개발된 스펙터는 색상도 옮겨올 수 있는데, 나무에 있는 낙엽을 찍으면 실제 낙엽의 색상을 그대로 가져와 CMYK나 RGB 색상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어도비 포토샵의 스포이드 툴과 유사합니다.
일례로 오러리는 런던 지하철 노선 지도에 있는 글꼴을 필요로 했지만 사실상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간단히 스펙터를 이용해 글꼴을 캡처한 뒤 전자편집 프로그램인 어도비 인디자인에 로딩시킵니다. 스펙터는 캡처된 글꼴의 이미지를 통해 문자 및 기호 형상에 관한 정보를 해석하는 알고리즘으로 글꼴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글꼴을 대조·분석하고 이에 맞는 실제 글꼴로 구현해주는 방식입니다.
현재 프로토타입인 스펙터는 7가지 폰트와 문자의 크기, 선도를 인식할 수 있으며, 자간조절 등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미 주변에 글꼴 식별 도구들이 개발되어 있지만 우리 생활에 일상적을 활용될 정도는 아닙니다. 글꼴을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도 드뭅니다. 그런 점에서 오러리의 스펙터는 큰 가능성을 주고 있는데요, 언제 어디서나 생활 주변의 인쇄된 정보들을 손쉽게 분석하고 정확하게 옮겨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오러리는 이 스펙터가 교육용 장치로 사용되고 상용화 되기를 바라지만, 글꼴의 소유권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습니다. 타이포그래퍼가 개발한 글꼴을 도둑질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으니까요. 해당 글꼴을 소유 등 제 3의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유료 라이센스를 필요로 할 수 있습니다. 뭐든 올바른 목표로 사용되어야 하겠죠. 아직 일반에 판매되는 제품은 아니지만 좋은 스폰서를 만나 빠른 시일 내에 스펙터가 우리 앞에 나타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