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우 유 씨 미2' 스틸컷(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주말 극장가에서는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가 박스오피스 4위에 오르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번 주말에도 비슷한 광경이 펼쳐질 예정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수입·배급하는 외화 '나우 유 씨 미2'가 지난 9일(토)과 10일(일)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다. 9일에는 전국 412개 스크린에서 885회 상영돼 9만 2948명을, 10일에도 407개 스크린에 880회 걸려 10만 1808명을 각각 동원했다.
그런데 이 영화의 개봉일은 7월 13일이다. 개봉도 하기 전에 관객이 몰리는 주말 극장가에서 많은 스크린을 차지한 채 20만 명을 모은 것이다. 이른바 '유료시사회'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변칙 개봉의 흔적이다.
'나우 유 씨 미2'가 변칙 개봉 카드를 꺼내도록 만든 데는 사연이 있다. 국내 4대 메이저 배급사로 꼽히는 NEW에서 배급하는 한국영화 '부산행'이 오는 20일 개봉을 앞두고 주말인 15~17일까지 3일 동안 전국의 극장 140여 곳에서 매일 2, 3회씩 유료시사회를 열겠다고 한 까닭이다.
'나우 유 씨 미2'가 개봉 뒤 맞는 첫 주말에 '부산행'의 유료시사회로 인해 상영관과 관객을 빼앗길 처지에 놓였으니,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맞불을 놓은 셈이다.
보통 시사회는 배급사 측이 마케팅 비용을 들여 극장을 빌리고 관객을 초대하는 형식이다. 반면 유료시사회는 말 그대로 관객들이 자비를 들여 영화를 본다. 배급사 입장에서는 돈 안 들이고 입소문을 낼 수 있으니 '달콤한 카드'다.
문제는 주로 대작들이 벌이는 유료시사회 탓에 이미 개봉한 영화들이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등 큰 피해를 부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스크린은 한정돼 있는데, 대작들이 유료시사회로 한 주 앞당겨 스크린을 잡아먹으니 이미 상영 중인 영화들은 가만히 있다가 스크린을 빼앗기는 꼴"이라며 "사실상 변칙 개봉인 유료시사회는 한 곳에서 무너지면 모조리 무너지는 도미노와 같다"고 토로했다.
영화 '부산행' 스틸컷(사진=NEW 제공)
더욱이 7, 8월 여름 성수기 극장가에서는 '나우 유 씨 미2' '부산행'은 물론 27일 '인천상륙작전'과 '제이슨 본', 8월 3일 '덕혜옹주'에 이어 10일 '터널' '국가대표2' 등 대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치열한 스크린 확보 경쟁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해당 배급사들이 유료시사회 카드를 만지작거릴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러한 변칙 개봉은 알아서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지난 2014년 직배사인 이십세기폭스 코리아에서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개봉일을 갑작스레 일주일 앞당긴 것에 대해, 한국영화제작가협회(제협)가 규탄 성명서를 내면서다.
당시 제협은 "누군가가 개봉계획을 급작스럽게 변칙적인 방법으로 변경할 경우, 배급계획에 대한 심각한 혼란과 막대한 경제적인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라며 "따라서 이것은 내가 먼저 살고 남을 죽이려 하는 이기적인 행위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지난 2월 이십세기폭스 코리아에서 배급한 '데드풀'이 변칙 개봉 논란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당시 데드풀은 개봉 직전 토요일과 일요일에 유료시사회를 열어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그리고 그 바통을 이어받아 여름 성수기 극장가에서 국내 메이저 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와 NEW가 각각 변칙 개봉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배급사 관계자는 "불문율처럼 지켜지던 변칙 개봉 자제 분위기가 깨지고 있는데, 모두가 변칙 개봉을 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하든지 특별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며 "이러다가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은 물론 고래등까지 모두 다 터질 판"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