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싸드'의 작가 김진명. 그는 "앞으로 이번 사드 배치 문제보다 더욱 무겁고 힘든 결정들이 우리에게 강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노컷뉴스/자료사진)
지난 13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한다는 정부의 공식 발표로, 작가 김진명의 소설 '싸드'(새움·2014)는 현실이 됐다. 15일 연락이 닿은 김진명은 "예정대로, 한 걸음 한 걸음 제가 생각했던 대로 되어 가는구나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사드 배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에요. 사드 배치가 북한 핵을 겨냥해 나온 것이라면 북한 핵을 억제한다는 것으로 끝이 나는 개념이죠. 문제는 사드가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 속에서 한국에 들어온 고도의 정치외교라는 점입니다."
그는 "미중 대결은 앞으로 점점 더 격화될 것이고, 심지어는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는 것은 그러한 미중 군사대결의 첫걸음 같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으로 이것보다 더욱 무겁고 힘든 결정들이 우리에게 많이 강요될 겁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드를 놓을 것이냐, 말 것이냐' '사드가 북핵 문제에 도움이 되냐, 아니냐'는 논쟁은 문제가 아니에요. 앞으로 미중 대결 구도 안에서 한국이 어쩔 수 없이 끼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질 겁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한반도의 비극이 시작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요."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국내에서는 사드 배치에 대한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철회 가능성에 대한 물음에 김진명은 "제 책에도 썼지만 사드는 받느냐, 안 받느냐를 결정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정부의 이번 사드 배치 결정 과정은 굉장히 잘못된 문제였다"고 질타했다.
"북한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봤을 때 현실적으로 우리와 함께 싸울 나라는 미국 밖에는 없어요. 이러한 현실에서 미국이 하자고 하는 것을 우리가 거절하기도 참 어렵죠. 그렇다고 거절하는 게 옳다고 볼 수도 없어요. 이번 결정은 굉장히 민감한 정치 외교적 결정이기 때문에 전 국민의 합의를 모아 결정을 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러기는 커녕, 심지어는 정부 내에서도 경제전문가들이 모조리 빠지고, 굉장히 일방적으로 한쪽 목소리만이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입장에서 정부 결정을 철회하고 없던 일로 하게 되면, 그야말로 한국은 설 땅이 없는, 굉장히 어려운 쪽으로 가게 돼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일단은 (한반도의 사드 배치가) 결정됐기에 정부 쪽에 힘을 모아 주는 게 맞다고 봅니다. 다만 하나는, 사드가 정부 일각의 군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북한 핵 대비용이 절대로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이것은 미중 대결 구도 속에서 한국에 주어진 미국 측의 강공이기 때문이죠. 우리가 중국, 러시아를 적국으로 만들 위험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북한 핵의 위험이 줄어들면 사드를 없던 일로 한다'는 선언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이번 사드 배치의 잘못된 결정 과정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 "북한 핵 위험 줄어들면 사드 한반도 철수, 분명히 결의해야"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경북 성주군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작가 김진명은 "지금의 사드 배치에 대한 선택 자체가 잘못됐다고 하기에는 어렵다"며 "그러나 그 과정만은 분명 잘못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잘못된 결정 과정을 보정하는 효과로서 국제적으로는 우리가 중국과 러시아를 배려하고 있다는 모습을 반드시 보여야 합니다. 북한 핵의 위험이 줄어들면 사드를 한반도에서 철수시키겠다는 결정을 해야 하는 이유죠.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미중 대결 구도에 일방적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어요. 또 다시 굉장히 잘못된 결정을 하는 셈이죠."
사드 배치로 한국이 감당해야 할 중국 측의 경제보복도 큰 문제로 지목된다. 이에 대해 김진명은 "사드는 종결점이 아니라, 새로운 시발점"이라는 말로 운을 뗐다.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고 해서 중국이 당장 강력한 경제보복을 하지는 못할 겁니다. 당장 그 보복이 염려되는 것은 아닌데, 앞으로 중국이 우리에게 굉장히 강력한 요구를 많이 해 올 거예요. 미중 대결에서 미국 측이 사드를 한국에 넣음으로써 조금 이기는 분위기가 됐어요. 하지만 분명히 중국에서 카운터펀치가 날아오게 돼 있어요. 우리에게 이제 더 어려운 결정이 강요되는 시기가 금방 올 겁니다. 그때가 문제죠. 여기서 중국과 엇갈리게 되면 아주 무서운 경제보복이 들어올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정부 결정을 인정하되, 국회에서 발빠르게 움직여서 북한 핵의 위험이 줄어들면 사드를 철수한다는 결의를 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겁니다."
그는 "미중 대결 구도가 앞으로 굉장히 격렬하게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은 별로 없어요. 우리끼리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거죠. 정부가 강력해서 뭐라도 할 수 있다면, 그 정부를 성토하고 비난하는 걸로 얘기가 될 겁니다. 하지만 정부 자체가 약하고 끌려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지금 정부를 원망하고 비난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어요."
작가는 우리 정부가 북측과 직접적인 대화의 통로를 열어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애초에 (남북관계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부분이 커요. 어찌 됐든 지금은 우리가 전 세계와 함께 북한을 압박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북한과 대화를 해 버리면 앞으로 이런 문제에서 유엔이나 전 세계와 공조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우리만 우스운 사람이 되는 거죠. 이런 지경에 처하도록 한 정부는 큰 잘못이지만, 지금에 와서 북한과 대화를 하는 분위기로 가는 것 역시 나쁜 상황이 돼 버렸다고 볼 수 있어요."
◇ "정부, 모든 결정 과정 터놓고 국민과 진솔하게 의논해야 한다는 교훈 새겨야"
국방부가 사드 배치 지역을 경북 성주군으로 확정 발표한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센터에 항의방문한 성주군민들이 지역구 의원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그렇다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특단의 자세는 무엇일까. 그는 "우선적으로 이번 사드 배치 결정에서 분명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결정은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이에요. 갈수록 격렬해지는 미중 대결 구도 속에 한국이 첫발을 들이밀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점점 더 힘들고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상황이 올 겁니다.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진다는 얘기죠. 이번 사드 배치 결정으로 얻어야 할 교훈은 정부가 모든 걸 다 터놓고 국민들과 진솔하게 의논해야 한다는 겁니다."
같은 맥락에서 김진명은 이번 사드 배치 결정 과정을 보면서 "몹시 우스웠다"고 했다. "처음에는 사드 포대를 놓으면 한반도를 완전히 방어한다고 했는데, 그게 전부 거짓말인데다, 아무것도 모르고 한 얘기라는 게 사드의 성주 배치 결정으로 모두 드러났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가 한반도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면 당연히 서울을 방어하는 게 우선이잖아요. 그런데 서울 방어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데서 이것이 한반도를 방어하는 용도가 아니라는 것을 어린 아이들도 모두 알게 된 거죠. 처음부터 정부가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국민들에게 '우리 정부도, 군도 모른다. 국민들 중에는 전문가도 있고, 생각 나는 사람도 있을 테니 모두 함께 의논하자'고 나갔어야 해요. 결국 혼자서 채널을 쥐고 있다가 아주 조급하게 밀려서 결정이 나 버린 겁니다."
그는 "정부는 앞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더 어려운 결정들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며 말을 이었다.
"미국과 중국, 누구의 편도 들지 않으면 좋겠지만, 양국이 워낙에 거세게 우리를 잡아당기고 있잖아요. 미국은 안보로, 중국은 경제로 우리를 압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앞으로 큰 결정을 앞두고 더욱 더 국민들과 모든 것을 진솔하게 터놓고 논의해야 합니다."
김진명은 끝으로 자신을 포함한 국민들에게도 당부를 남겼다.
"국민들 역시 무관심하게 있다가 사후에 정부 결정을 비난하고 원망만 할 일이 아닙니다. 우리 국민들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거대 담론들, 맞닥뜨려야 중요한 문제들을 남의 일처럼 무관심하게 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러한 자세를 버리고 선진국·강대국 국민이 그렇듯이 국가·사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집중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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