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KBS 사장. (사진=윤창원 기자/노컷뉴스)
공영방송 KBS에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한 보도지침 정황이 드러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새노조)와 언론·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KBS새노조 15일 자 성명에 따르면 지난 7월 11일 고대영 사장은 임원회의에서 '사드‘ 관련 KBS 뉴스 해설에 불만을 제기했다.
고 사장은 '중국 관영 매체의 주장과 다름없다', '안보에 있어선 다른 목소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 'KBS 뉴스의 방향과 맞지 않다'고 했으며, 보도본부장은 해당 뉴스 해설위원들을 불러 수원 연수원 등으로 곧 인사조치 하겠다고 통보했다.
고 사장이 지적한 2016년 2월 11일, 7월 11일 KBS뉴스 해설의 내용은 '사드' 배치가 가져올 수 있는 동북아 냉전기조 정착,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입장에 대한 우려 및 배치 후보지역 주민의 반발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과 국론분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성명을 통해 KBS새노조는 "방송사업자 위치에 있는 사장이 특정 뉴스와 해설에 대해 시시콜콜 시비를 건다는 자체가 이미 '보도의 독립성' 침해이자 방송법(4조 2항) 위반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장 맘에 안 든다며 인사조치까지 내리려 하는 것은 위법을 넘어 30년 넘게 KBS 뉴스에 몸 바쳐온 기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지금이라도 사실을 고백하고 불법적인 보도 개입과 ‘찍어내기’식 인사 시도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날 자유언론실천재단,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등 11개 언론·시민단체도 성명을 내고,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의 세월호 참사보도에 개입하고 통제했음이 밝혀진 ‘신보도지침’ 파문 보름만의 일"이라며 경악했다.
이들 단체는 "강동순 전 KBS 감사의 증언에 따르면 고대영을 KBS 사장에 꽂아 넣은 것이 바로 청와대"라며 "명백한 범죄를 저지르면서까지 고대영이 객관적 사실과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청와대의 입장만을 감싸는 이유는 명확하다. 고대영을 내세워 청와대가 KBS를 완전히 장악했음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고대영 사장의 ‘사드 보도지침’은 빙산(청와대의 공영방송 장악)의 일각일 뿐"이라며 "국회는 즉시 불법적인 청와대의 언론장악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번 논란과 관련해 "고대영 사장과 일부 임원들은 ‘사실 자체를 부인’하거나 ‘나중에 얘기하자’, ‘단지 안보 뉴스에 대한 원론적인 언급만 있었다’는 등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KBS새노조는 밝혔다.
하지만 김석호 KBS 해설국장은 이날 저녁 사내 게시판을 통해 KBS새노조의 성명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는 "제가 ‘사장이 뉴스 해설에 대해 지적했다’고 했다고 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그런 말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5개월 전 ‘사드 관련’해설을 언급한 것은 아침회의 내용을 전달하고 난 뒤 제가 추가 설명 차원에서 별도로 언급한 내용으로 보도본부 아침 국장단 회의에서 전혀 거론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사드 문제에 대한 고민과, 깊이 있고 신중한 해설이 필요함을 강조하기 위해 해설위원실 회의 때 별도로 말한 것이므로 노조의 성명서 내용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김 해설국장은 "아침 국장단 회의에서 두 해설위원이 지적을 받았다는 내용 역시 잘못된 것"이라며 "노조는 잘못된 성명을 즉시 철회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는다면 법적 대응을 포함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