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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만득이 가족 "벗겨보니 온통 상처…천벌 받아야"

인권/복지

    [인터뷰] 만득이 가족 "벗겨보니 온통 상처…천벌 받아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형수 ○○○ 씨 (익명)

    19년 전 충청도의 한 마을에서 지적장애 2급의 청년이 실종됩니다. 이 청년은 어머니와 누이와 함께 살았는데 그들 역시 모두 지적장애인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위의 도움을 받아서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지만 19년 동안 이 아들의 행방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19년 만인 최근 이 아들이 발견됐습니다. '만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한 농장에서 맞아가며 강제 노역을 하는 그야말로 노예 같은 생활을 해 왔던 겁니다.

    또다시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 인권문제가 부각되고 있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19년 만에 만득 씨를 만난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어제 인터넷상에서 하루 종일 '만득이 사건', '축사노예 사건'해서 떠들썩했었죠. 어머니는 장애 때문에 통화가 불가능하고요. 친지분을 통해서 얘기를 좀 전해 들어보죠. 만득이의 외사촌 형수입니다. 익명으로 연결합니다. 나와 계십니까?

    ◆ 형수>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이번에 발견되신 분하고는 어떻게 되시는 사이세요?

    ◆ 형수> 저한테 형수라고 부르죠.

    ◇ 김현정> 19년 만에 딱 얼굴을 보니까 알아보시겠던가요?

    ◆ 형수> 그럼요, 대번에 알아보죠.

    ◇ 김현정> 아니, 얼굴이 많이 상했을 텐데요? 좀 살도 빠져서 앙상하고?

    ◆ 형수> 살도 많이 빠지고 손발, 다리 엉망이에요. 다리도 발목 있는 데가 기계에 다쳐서 병원 데려가서 꿰맨 자국이 다 있어요.

    ◇ 김현정> 꿰맨 자국이 있고요? 그래서 얼굴을 딱 보셨을 때 심정이 어떠시던가요?

    ◆ 형수> 아유, 얼굴 보는데 기가 막히죠. 죽은 줄만 알았어요. 진짜 기가 막히죠.

    ◇ 김현정> 19년 전에 헤어질 때는 어떻게 헤어진 겁니까?

    ◆ 형수> 형님 되시는 분이 '자기 동생이 돼지 먹이는 데에 (만득이를) 좀 보내자' 그래서 갔는데 거기에 있었는데 얼마 있다가 애가 없어진 거에요, 거기서.

    ◇ 김현정> 그냥 없어진 거에요? 어느 날 실종이 된 거에요?

    ◆ 형수> 나도 엊그저께 와서 들었는데요. 같이 일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나갔대요. 그 사람이 나가니까 저도 혼자 있으니까 아니다 싶으니까 나갔나 보죠.

    ◇ 김현정> 그러니까 천안에서 맨 처음 일 배운 곳에서 나가게 되었고요?

    ◆ 형수> 그렇게 해서 그 다음에 소 먹이는 집 아저씨를 어떻게 만났는지는 저도 모르죠. 그래서 어떻게 하다가 그 아저씨를 만나게 돼서 붙들려가지고 지금까지 진짜 사람이 이렇게 맞아가며 밥도 제대로 안 주고, 짠지 한 가지만 줬다고 하더라고요. 밥도 그냥 하루에 한 두어 번 주고 그 밥도 조금 줘서 굶기다시피하고, 매일 사람을 학대하고 그렇게 18년을 여태까지 소 분뇨만 치웠다고 하더라고요. 막 다리가 하지정맥 때문에 (혈관이) 삐져나왔어요.

    '만득'씨가 살던 축사 쪽방. (사진=장나래 기자)

     

    ◇ 김현정> 하도 서서 일을 해서요? 거기가 2만 제곱미터 정도 되는 가축 농장이었다고 하던데, 그 큰 농장을 혼자서 다 일했다 그럽니까? 분뇨 치우고 먹이주고요?

    ◆ 형수> 네. 혼자 분뇨 치우고 밥 주고 다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매일 집에 가고 싶어도 아무것도 몰라서 찾아오지도 못하는 거예요.

    ◇ 김현정> 집을 나가려고 몇 번 시도도 했다면서요?

    ◆ 형수> 네. 그렇지 않아도 자기도 무서우니까 도망가고 싶어서 뭘로 때렸냐니까 막대기로 때렸다고 하더라고요. 방바닥을 세게 치면서 그렇게 때렸다고 학대한 거예요.

    ◇ 김현정> 지적장애 2급이어서 그리고 아주 심한 상태의 2급이죠?

    ◆ 형수> 원래 어려서부터 진짜 초등학교도 못 들어가고 계속 이런 식으로 동네에서 그렇게 해서 컸어요.

    ◇ 김현정> 그런데 지금 가명이 만득 씨입니다마는, 만득 씨 어머님과 아버님 다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건가요?

    ◆ 형수> 외삼촌도 일찍 돌아가셨죠.

    ◇ 김현정> 일찍 돌아가시고 지적장애가 있는 어머니만 남은 상태였군요. 누나도 있는데 누나도 지적장애인가요?

    ◆ 형수> 누나도…. 누나도 그래요. 셋이 다 장애예요.

    ◇ 김현정> 셋 다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세상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이렇게 왔던 거네요. 집에 돌아와서 밥을 차려주셨을 거 아니에요, 따끈한 쌀밥을. 어떻게 맛있게 먹던가요?

    ◆ 형수> 개고기가 먹고 싶대요. 그래서 이렇게 굶다가 또 갑자기 많이 먹으면 그것도 탈나잖아요. 그래서 이제 국 반 대접이랑 밥 반공기를 주니까 그걸 맛있게 아주 후딱 먹더라고요.

    ◇ 김현정> 그래요. 가족들이 그동안 또 얼마나 마음 고생하셨을까요?

    ◆ 형수> 그러니까 외숙모가 매일 항상 가슴을 치고 울고 징징거리고 산 거에요, 오늘 날까지. 아들을 찾았으니까 얼마나 좋아요. 이전까지는 매일 뜰에 앉아서 울고 가슴을 치고 속을 바글바글 썩여서 그전에는 살이 좀 있더니 지금은 빠짝 말랐어요.

    ◇ 김현정> 그런데 그 농장에서는 만득이라고 불렸대요.

    ◆ 형수> 만득이라고 자기네가 이름을 그렇게 붙인 거죠. 그리고 돌아온 지 이틀째 되는 날 인터뷰한다고 오셨더라고요. 인터뷰하러 오신 분이 그 농장을 다녀오신 거예요. 거기서 얘기를 들은 게 거기서는 아니라고 하면서 '주먹을 쥐더니 꿀밤 주는 것 마냥 그렇게 때렸다'는 거에요. 때리는 사람이 그렇게 때렸다고 말을 하는데 무슨 할 말이 통하겠어요? 그건 아니잖아요.

    ◇ 김현정> 형수님, 실종이 된 후에 가족들이 찾으려고 노력을 하셨나요?

    ◆ 형수> 그럼요. 외사촌 형하고 우리 시댁 쪽에서도 그렇고 찾으려고 많이 그랬죠.

    ◇ 김현정> 그런데 경찰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 형수> 경찰도 찾으려고 애를 썼어도 못 찾았어요. 안 나타났어요.

    ◇ 김현정> 그런데 기막히게도 불과 얼마 떨어지지도 않은 곳에 발견이 되었네요?

    ◆ 형수> 차 타고 가는 거리로 생각하면 코앞밖에 안 되죠.

    ◇ 김현정> 그러니까 더 기가 막히시겠죠.

    ◆ 형수> 세상에, 이렇게 있을 줄 누가 알았냐고요. 어쨌든 수고 좀 많이 해 주세요.

    ◇ 김현정> 좀 철저하게 조사가 돼서 가슴에 한이라고 하죠, 한이 좀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 형수> 이런 사람을 데려다가, 진짜 성한 사람을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거죠. 천벌을 받으려고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해요. 자기네도 다 자식이 있는 사람이, 똑같은 자식인데….

    ◇ 김현정> 하여튼 오늘 어려운 가운데 인터뷰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옆에서 잘 돌봐주시고요, 오늘 고맙습니다.

    ◆ 형수> 네, 수고하세요.

    ◇ 김현정> 일명 만득이 사건, 만득 씨의 친지 분을 통해서 19년 동안의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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