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의 덕목 중 하나는 경청이다. 리더십에 관한 신간 '치망설존(齒亡舌存)'에서는 경청에 대해 범증의 건의를 무시한 항우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초패왕 항우에게도 범증이라는 천하를 떠받칠 인재가 있었다. 그러나 항우는 한 때 유방을 물리쳐 변방의 외진 곳으로도 패퇴시키고도 그 기회에 다시 세력을 회복할 수 없도록 끝까지 공격하자는 범증의 건의를 듣지 않고 무시한 탓에 천하를 제패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항우는 많은 병사와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었을 때 유방도 물리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외진 곳으로 쫓겨난 유방을 너무 가볍게 생각해서 뒷날의 화근을 없애자는 범증의 건의를 무시했던 것이다. 마침내 범증이 귀를 막은 항우의 리더십에 너무 실망해 항우를 떠나 산속으로 숨어 버렸고 훗날 항우는 범증의 우려대로 권토중래한 유방의 공격을 받아 결국 참담한 패배를 겪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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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이란, 상대방과 대화를 하거나 이야기를 할 때 그들이 하는 말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귀 기울여 듣는 것을 말한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는 말이 있다. '말을 들어주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는 뜻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고 뭔가 하고 싶다는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힘 그것은 바로 경청하는 리더가 가져야 할 태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청을 잘하는 사람이 제데로 된 리더가 될 수 있다. 반면에 경청할 여력이 없는 리더는 성공하기 힘들다. 요즈음 강조되는 소통도 경청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경청은 리더의 힘'인 것이다.
신간 '치망설존'은 '난세를 살아가는 직장인 처세술'을 부제로 달고 있다. '치망설존'은 그대로 직역하면 "치아는 망가져 없어져도 혀는 남는다"는 뜻이나 좀 더 풀어서 설명하면 '조직에서 능력이 있고 똑똑할지라도 강직한 자는 치아(齒牙)처럼 부러지고 망가지기 쉬우나 설사 능력이 없고 똑똑하지 못하더라도 부드러운 자는 혀(舌)처럼 오래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저자 김승동은 똑똑하고 강한 자가 부드러움을 더 한다면 치망설존의 극치(極致)로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과는 리더의 언어이다'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무능함의 탄로가 아니라 때로는 인간적인 매력을 더해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 후 자신의 정치적 대부로 불리는 톰 대슐 보건장관 내정자와 백악관 최고 성과 책임자로 임명한 낸시 킬리퍼 등이 모두 탈세 의혹으로 낙마하자 "내가 일을 망쳐놓았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자신의 실수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과했다.
오바마는 "책임의 시대에는 실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해 성완종 게이트 때에도 그랬지만 각종 추문과 비리에도 사과에 인색한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태도와 크게 대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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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직장생활을 통해 체득한 교훈 5계명을 제시한다.
첫째, 조직에서 리더가 너무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조직이든 리더를 뽑을 때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조직에서 권력을 쟁취하는 것과 권력을 확고히 하는 과정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전자(前者)에서는 무능한 자가 불필요하고 후자(後者)에서는 공로가 높은 자는 기본적으로 불편하고 때로는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셋째, 똑똑하고 강한 자가 오래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오래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이고 승자라는 것이다. 따라서 직장생활도 남보다 빨리 승진하고 요직을 거치는 것보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잘 견뎌내고 잘 버텨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넷째, 직장생활에서 부하가 너무 강직(剛直)함을 미덕으로 알면 화를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대체로 윗사람은 바른 말 하는 사람보다 고분고분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다섯째, 직장생활에서 적(敵)은 생각보다 늘 가까이 있는데 누가 적인지 모르는 것보다
더 큰 적이 없으며 적과 벗하고 있는 것보다 더 큰 화가 없다는 깨달음이다.
저자는 성공적인 리더와 직장인이 되는 12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1. 리더란? 누구나 리더를 할 수 있지만 아무나 리더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무나 리더를 할 것이 아니라 리더로서 남들보다 타고난 자질이 있는 사람을 잘 선발해 부족한 부분을 교육과 훈련으로 보강해 나가는 것이 리더십 양성의 바른 길이라고 본다.
2. 리더는 연날리기의 고수(高手) 같아야 한다. 리더십을 연날리기와 연관해 생각하면 조직 구성원은 연(鳶)이고 리더는 얼레잡이 같다고 할 수 있는데 얼레잡이가 자기 손에 얼레가 있다고 해서 확 풀어 주거나 잡아당기기만 해서는 안 되듯이 부하직원의 능력이 좀 부족하면 연줄을 당겨야 하고 부하직원의 능력이 넘쳐나면 연줄을 좀 느슨하게 놓아줘야 한다.
3. 성공을 담보하는 리더십 모델은 없다. 이제는 한가지의 리더십 유형만 잘할 수 있는 리더가 아니라 한 두 가지 리더십의 장점과 함께 다른 리더십의 장점도 발휘할 수 있는 '무지개 리더십' 즉 여러 가지 리더십의 유형을 두루두루 갖출 수 있는 만능(萬能)형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4. 최고의 리더십은 '두 낫싱(Do Nothing)' 리더들이 흔히 저지르는 공통된 실수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닦달하는 조급함이다. 성과를 바라는 리더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키스 머니건(Keith Murnighan)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고의 리더십은 '두 낫싱', 즉,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주장을 하면서 "리더는 리더의 일을 해야지 직원들의 일을 대신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5. 리더는 갈등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갈등의 출발점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기 때문에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수만큼 갈등도 많고 형태도 다를 수 있다. 갈등이 없다면 일사분란(一絲不亂)해질 수는 있으나 결국에는 다양성의 부족으로 종(種)의 퇴화를 가져 올 수도 있다.
6. 팔로워십은 리더십보다 더 어려운 것. 지금은 똑똑한 팔로워가 세상을 바꾸는 시대다. 팔로워들이 리더와 소통하고 리더를 지지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 배워야 할 것은 팔로워십이다. 팔로워십은 리더가 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7. 월급은 참아내는 값이다. 시니컬(Cynical)한 표현이지만 샐러리맨의 월급은 ‘참는 값’이라고도 할 수 있다. 즉, 직장 업무를 하면서 닥치는 일반적인 어려움과 수모는 물론이고 조직과 상사의 상식을 벗어나는 불합리와 온갖 교묘한 방법으로 탈세를 하거나 법을 어기는 부조리에 대해서도 눈을 질끈 감고 ‘참아내는 대가’를 직장인들의 월급과 임금이라고 할 수 있다.
8. 회사는 상사의 눈에 비친 부하의 모습이 전부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하듯 직장 생활의 모든 것은 직장 상사(上司)로 통한다. 직장생활에서 부하 직원들은 날마다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정기적인 인사고과에 의한 것뿐만 아니라 상사들 간의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서도 늘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9. 2인자는 모자라서도 안 되지만 넘쳐서는 더욱 안 된다. 여러모로 2인자의 자리는 정말 어려운 자리다. 1인자의 인정을 받아 그 자리에 오르기도 어렵지만 신(神)의 처세술이 필요할 정도로 자리보전은 더 어렵다. 결론적으로 2인자는 모자라서도 안 되지만 넘쳐서는 더욱 안 된다.
10. 직장생활도 마라톤처럼 자기 페이스 유지하며 달려야 한다. 마라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끝까지 달려가되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리는 것이다. 내리막이 있다고 해서 너무 빠른 속도로 달려서도 안되고 오르막이 있다고 해서 너무 천천히 달려서도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완주도 어렵고 부상을 당하듯이 직장 생활도 마라톤을 할 때처럼 자기 정체성과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려야 한다.
11. 직장인에게 충성심은 오래 사는 길잡이다. 리더나 조직에 제대로 충성심이 없는 직장인은 장기적으로는 최고 직위의 관리자로 성장하기 힘들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충성심과 함께 어떤 일이라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능력까지 갖추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이다.
12. 가시 달린 나무는 한 아름 굵은 것을 찾기 힘들다. 깊은 산속에 가면 어른이 두 팔을 벌려 감싸 안을 정도의 아름드리 나무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참 재미나게도 유독 가시가 달린 나무는 한 아름되는 굵은 나무를 찾아보기 어렵다. 즉, 나무도 가시가 없어야 한 아름되는 큰 나무가 되어 집을 지을 때 기둥이나 서까래 등 다용도로 쓸 수 있듯이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만나기만 하면 말과 글이라는 가시로 상대방을 콕콕 찌르고 사람의 마음을 후벼 파 내고 상처를 주는 사람은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지 못한다
저자 김승동은 1988년 CBS 본사 기자로 입사한 후 CBS 보도국 경제부장, CBS 경남본부장 등을 거쳐 CBS 논설위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아 단국대학교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