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에서 세계 각국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새로운 교양서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를 선보인다. 각국을 오랫동안 연구한 저명한 학자들이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 여러 나라의 다채로운 면모를 생생하게 소개한다. 객관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오늘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에 필수적인 지식들을 담는다. 이 시리즈는 쉽고 간결하다.
'이만큼 가까운 중국'은 중국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갖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중국 현대 문학을 전공한 학자로, 시시각각 변하는 중국 동향을 꾸준히 국내에 소개해 온 저자 이욱연 교수는 지금 다가오는 중국은 낯선 나라라고 말한다. '이만큼 가까운 중국'은 숙명처럼 다가온 중국과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 오랜 오해와 선입견에서 벗어나 오늘날 중국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오늘날 중국은 말 그대로 격변의 현장이다. 미국과 함께 세계 2대 강국으로 떠오르면서, 중국을 웬만큼 잘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에게조차 생소한 현상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만큼 가까운 중국'은 중국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역사와 사회 관련 지식들을 개괄한 뒤, 그 바탕 위에서 새롭게 나타난 주요 사회 현상들을 빠짐없이 주목한다. 개혁 개방 이후에 나타난 포스트 80세대의 특징, 중국 도시의 2등 시민으로서 경제 성장의 그늘을 보여주는 농민공 문제, 비주류 문화의 저항을 상징하는 ‘산자이’ 등 다양한 키워드를 통해 현대 중국을 다채로운 모습을 소개한다. 아편 전쟁과 문화 대혁명, 경극과 고전 문학 등 오늘의 중국을 규정하는 역사와 문화적 전통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등장하는 현대적 모습은 중국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짝퉁 제품을 산자이라 부르면 짝퉁은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불법이기는 하지만 기존 의 주류 제품이나 문화에 대한 저항과 비판이라는 의미를 지니는 것이지요. '수호전'의 영웅들이나 임꺽정의 무리가 산채에 모여 무력으로 정부에 대항하는 것이 불법이기는 하지만 민중들의 소망을 반영해 정부와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의미를 지닌 것처럼 말이죠.(156면)
저자는 현대 중국을 구성하는 가장 큰 기둥인 중국식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명쾌하게 설명하면서, 중국 사회가 이 어색한 조합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결합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역사적으로 중국이 왜 사회주의를 선택했으며, 덩샤오핑 시대의 개혁 개방 정책은 어떤 배경에서 추진되었는지부터 시작해, 일당 지배 체제인데도 왜 ‘중국 지도자 중에는 부패한 자는 있을지언정 바보는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지도 분석한다. 개혁 개방 이후 등장한 ‘새로운 중국인’들이 이전 세대와 어떻게 달라졌으며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평범한 거리의 풍경을 통해 전한다.
덩샤오핑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다.”라는 중국 속담을 즐겨 쓰는가 하면,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기준은 실천”이라고 하면서, 정해진 이론이 =나 원칙보다 지금 현실과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했지요. 그래서 중국의 가장 큰 문제는 생산이 낙후된 것, 즉 생산력이 발전하지 않아서 물질문화에 대한 중국인들의 요구를 채워 주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사회주의를 하려면 생산력이 발전해야 한다. 빈곤은 사회주의가 아니다. 우선 빈곤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137면)
중국은 여전히 언론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가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국가로, 특히 언론과 방송의 경우 수시로 정부 당국의 검열이 이루어지곤 한다. 이런 검열 앞에서 중국인들은 그저 순응하기만 할까? 한편 베이징 올림픽과 상하이 엑스포가 열리던 무렵부터 국제 사회에는 이른바 ‘펀칭’이라 불리는 중국의 ‘분노하는 청년들’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왔다. 중국식 네티즌 민족주의는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일까? 중국은 전통적으로 체면 문화, 관시 문화, ‘만만디’가 유명한데 이는 현대 중국인들에게도 변함없을까? 『이만큼 가까운 중국』에서는 공식 뉴스 채널을 통해서는 잘 전달되지 않는 중국 사람들의 일상 문화와 생각, 속마음까지 폭넓게 담아 중국인에 대한 이해를 한층 깊게 해 준다.
민주화를 요구하던 시위대를 군대를 동원해 해산하면서 많은 사상자를 낸 1989년 6월 4일 톈안먼 사태에 대해서 중국 정부는 공식 관점 외에 다른 의견이나 논의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지요. 그래서 중국 네티즌들은 6월 4일이 아니라 5월 35일이라는 가상의 날짜를 만들어 인터넷 검열을 피하기도 합니다.(180면)
'이만큼 가까운 미국'은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한국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미국을 역사부터 문화까지 친절하게 안내하며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1부 ‘역사’는 방대한 미국 역사를 알기 쉽게 개괄했다. 미국이 왜 대제국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려 했는지, 13개의 주로 출발한 신생 국가가 어떻게 50개 주와 워싱턴 D.C.로 이루어진 거대한 나라가 되었는지 알아본다. 미국의 발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전쟁이다. 저자는 미국의 시작이었던 독립 전쟁과 미국을 최강 대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미서 전쟁, 전 세계에 미국의 힘을 확인시킨 양차 세계 대전, 미국 사회의 분열을 낳은 베트남 전쟁과 냉전 등을 시대순으로 차근차근 서술한다. 한미 관계의 실질적인 출발점이었던 한국 전쟁은 물론이고 9ㆍ11 이후 이라크 전쟁과 같은 최근 이슈도 충실히 담겨 있다. 저자는 전쟁을 둘러싸고 국제 질서 속에서 미국에 요청되었던 책임이나 미국 내의 다양한 여론, 첨예한 갈등 등을 분석함으로써 다각적인 이해를 돕는다. 예컨대 중국이 공산화된 직후 미국을 뒤흔든 매카시즘 소동과 트루먼 행정부의 위기가 어떻게 한국 전쟁 개입과 연결되는지를 읽으면서 역사 이해의 폭을 더욱 넓힐 수 있다.
미국이 오늘날과 같이 드넓은 영토를 가지게 된 중요한 계기는 서부 개척이다. 2부 ‘지리’에서는 인디언의 아픈 역사에서 시작해 서부 개척 이야기 등을 살피며 미국인들이 믿은 ‘명백한 운명’과 ‘프런티어 신화’에 관해 알아본다. 식민지 시대부터 청교도들은 자신들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신대륙에서 지상 낙원을 건설해야 한다고 믿었다. 실제로 미국인들은 자국 영토의 확장을 ‘명백한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경계 너머로 나아가는 모험심과 진취성을 ‘프런티어 정신’이라 부른다. 저자는 바로 이러한 믿음이 미국 성장의 원동력이었으며 결과적으로 ‘움직이는 미국’을 가능케 했다고 설명한다.
3부 ‘정치ㆍ경제ㆍ사회’와 4부 ‘문화ㆍ생활’에서는 한국의 사회상과 대비되는 미국적 특징들을 다양하게 소개한다. 저자는 미국의 문화와 정체성을 이루는 뿌리가 무엇인지를 추적하며, 그 해답을 미국인의 역사적 인식과 기억에서 찾는다. 예컨대 정부의 개입이나 지원 없이 이주자들의 의지와 열정만으로 땅을 일궈야 했던 초기 정착기나 서부 개척기의 기억이 개인주의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우리의 잣대로는 쉽사리 이해되지 않던 문제들, 작게는 풋볼의 인기에서부터 크게는 미국의 취약한 복지 제도며 총기 소유 문제도 ‘노력하는 만큼 성공한다’는 아메리칸드림이나 ‘자신의 자유와 안전은 스스로 지킨다’는 개인주의적 시각으로 보면 훨씬 선명해진다.
오늘날 미국 사회는 인종 차별과 빈부 격차라는 깊은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저자는 미국 사회의 밝고 건강한 모습뿐 아니라 어두운 면면들도 자세히 다루면서 미국 사회를 다각도로 살핀다.
5부 ‘한미 관계’에서는 긴장 속에서 발전해 온 양국 관계를 다룬다. 1866년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 제너럴셔먼호가 다가오면서 어설프게 첫 대면을 시작한 이후 한국 전쟁, 미국의 경제 원조, 반미 운동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미 관계가 일목요연하게 서술된다. 김봉중 교수는 친미와 반미라는 불협화의 이중주 속에서 지금의 대한민국을 일궈 온 만큼, 이제는 세계 속 한국의 위상과 이익을 생각하며 미국을 더욱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이만큼 가까운 일본'은 사람들이 품고 있는 일본에 대한 관심을 더욱 폭넓고 깊은 이해로 끌어올리기 위해 쓰였다.
이 책은 현대 일본 사회의 전모를 알 수 있게끔 역사와 지리 같은 기초 지식부터 정치, 경제, 종교, 교육, 대중문화까지 다양한 분야를 빠짐없이 조망한다. 일본인이 자연재해를 입은 뒤 ‘복구’가 아닌 ‘부흥’을 외치는 이유, 버블 붕괴 이후 새로이 등장한 ‘사토리 세대’, 세대 간 정치 격차를 일으킨 ‘세습 의원’ 등 미처 몰랐던 일본의 다채로운 모습을 소개한다. 나아가 각 현상들의 맥락을 짚어 줌으로써 독자들이 일본 사회를 읽어 내는 독해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국의 가족은 혈연 공동체적 성격이 강하고, 일본의 가족은 경영 공동체적 성격이 강하다고 합니다. 물론 일본인이 혈연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남성 혈육이 있어야 집안이 이어진다고 생각하지만, 가업을 이어 가는 게 중요한 일본에서는 후대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습니다.(145면)
과거사 책임, 독도, 역사 교과서, 재일 교포, 혐한 등 한국과 일본을 둘러싼 민감한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저자 강태웅은 각 사안의 역사적 배경과 쟁점을 알기 쉽게 해설하는 동시에, 일본의 어떤 점이 잘못되었는지 조목조목 비판한다.
왜 재일 교포임이 알려지면 불이익이 있을까요? 근본적으로는 재일 교포를 포함한 한국인에 대한 일본인의 뿌리 깊은 반감이 원인입니다. 그리고 재일 교포 대다수는 일본 사회에서 제대로 활동할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기에 사회 저변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데, 그런 모습이 다시 일본인에게 재일 교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 차별로 이어지게 하지요.(270면)
한편으로는 일본을 무조건 배척하려는 태도에 대해 경고한다.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에 속하며 근본적 사고가 비슷한 일본이 왜 우리와 다르게 행동하는지 배경을 찾아본 뒤, 끊임없이 소통하며 올바른 길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150년간 교류가 끊기자 임진왜란이 일어났고, 마지막 조선 통신사로부터 100년 뒤에 일본이 조선을 강제 병합했다는 사실은 한일 간 단절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