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시행되는 '김영란법' 대상 범위가 워낙 넓어 일각에서는 '무용론'까지 제기돼고 있지만, 정작 '애매한' 대상이 된 당사자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었다.
헌법재판소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김영란법'은 예정대로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김영란법'이 포괄하는 대상이 워낙 광범위하다보니 법에 저촉되는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이든, 하는 일이 무엇이든 관계없이 '근로 계약 형태를 불문하고 공공기관(사립학교·언론사 등)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는 모두 김영란법 적용대상에 오르기 때문이다.
한 공공시설의 안내데스크 직원으로 일하는 박모(42)씨는 "나처럼 경비·안내 업무만 맡은 사람도 '김영란법' 대상인 줄 몰랐다"며 "공무원 청탁을 막겠다는 취지는 찬성하지만, 왜 아무 힘도 없는 나까지 적용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권력형 청탁과 깊숙히 관련된 고위 공무원이나 기자, 교원 등 '선수'들이 아닌 애먼 사람만 붙잡힐 수 있다는 '김영란법 무위론'도 제기된다.
한 신문사 총무과에서 근무하는 손모(33) 씨도 "무늬만 언론사 직원일 뿐 내가 하는 업무는 민간 기업 회사원들과 다를 게 없는데도 규제 대상이라니 불편하다"며 "같은 회사 기자들은 꼼수로 다 빠져나가는 동안, 우리처럼 잘 모르는 사람들만 불필요한 감시를 받는 것은 아닌가 싶다"고 불쾌해했다.
정규직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힘없는 '비정규직'까지도 규제하면 억울한 피해 사례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방송사 인턴 기자로 2달째 일하고 있다는 안모(25) 씨는 "인턴 기자 역시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나와는 먼 얘기라고 생각했다"면서도 "간혹 선배 기자들이 취재원과의 식사 자리에 경험 삼아 데려갈 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에 하나 선배 기자가 실수로 '김영란법을 위반하는 약속 자리에 데려가더라도 채용이나 평판이 걸려있는 인턴들로서는 거절할 수 없지 않느냐"며 "노동 조건이 달라 아무런 결정 권한이 없는 인턴까지 똑같이 규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반면 6개월~1년마다 재계약을 앞두는 불안한 신분의 비정규직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일하는 근무지가 '김영란법' 대상으로 지정된 사실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박정호 법무국장은 "급식 조리원, 행정실 보조요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교장·교감에게 명절마다 고가의 선물을 상납해야 하는가 하면, 노골적으로 뒷돈 요구까지 받는 상황"이라며 "김영란법으로 단속이 강화되고 마음 편히 일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환영할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