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위험한 도덕주의자'는 영화감동이자 문화예술가 기타노 다케시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바탕으로 꾸밈없이 신랄하게 써내려간 도덕론이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온 것들, 도덕이라는 가면 뒤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것들, 영원히 바뀌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어왔던 것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뜨린다. 그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다시 들여다봄으로써 우리 시대에 필요한 도덕의 개념을 재정립해준다.
저자는 선입견부터 과감히 깨뜨린다. 그 시작은 따지기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또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도덕은 따질 것투성이라는 것. 착한 일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거나 노인이라면 무조건 공경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행위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세뇌당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자기 스스로 느껴봐야 비로소 가치 있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도덕 교과서에는 감각과 생각을 강요하는 질문과 이치에 맞지 않는 논리가 포함되어 있지만, 정작 사람은 왜 도덕을 지켜야 하고 도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가르치지 않는다. 이는 곧 TV 홈쇼핑처럼 도덕적 행동을 강매하는 것일 뿐 부도덕의 극치라고 저자는 말한다.
도덕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며 영원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지금의 도덕교육이 바뀌어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들어야 해,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해, 친구를 많이 사귀어야 해 등과 같이 무조건적으로 강요하는 도덕은 사라져야 한다. 낡은 도덕을 타파하는 것은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첫걸음이다. 강요당한 도덕이 아닌, 내 나름의 도덕으로 살아가는 편이 훨씬 더 멋진 일이다. 그것은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원칙이다.
이 책은 기존의 도덕을 완전히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인간으로서 제대로 살아가려면 도덕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다른 사람이, 언제 만든 것인지도 모르는 도덕을 강요당하지 말고 자신만의 도덕을 만들어 실천하라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인간이 안고 있는 모순과 문제점을 숨기지 않고 알려주라고 강변한다. 그럼으로써 케케묵은 도덕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의 머리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존재로 성장해나갈 것이다.
책 속으로사람의 머릿속에까지 손을 넣어 들쑤시려 해서는 안 된다.
아무런 논의도 없이 '이것이 도덕입니다'라며 마치 수학의 명제와 같은 논조로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잘못된 거다. 아니,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하나의 가치관 혹은 사상을 아이들에게 세뇌시키는 행위다.
하나의 가치관으로 굳어진 사회는 무너지기 쉽다. 등을 제아무리 꼿꼿이 세우고 있어도 등줄기가 딱딱하다면 어느 순간 똑 하고 부러지게 된다. _「제1장 우리가 알고 있는 ‘도덕’이라는 가면」에서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소견이지만, 어중이떠중이 죄다 인터넷을 사용하게 되면서 세상이 옛날보다 더 각박해진 것 같다.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 이단아나 이색분자에 매우 엄격해졌다. 정의감을 앞세우며 누군가가 무슨 잘못을 저지르기라도 하면 완전히 묵사발을 만들지 않고는 분이 풀리지 않을 듯한 놈이 너무 많다.
그것 또한 디지털 문화 탓이 아닌가 싶다. 0과 1, 흑과 백의 중간이 없다. 0에서 1로 가기까지 실로 이런저런 갈등이 있는 법이지만 지금은 0에서 1로 지체 없이 확 건너뛴다.
간격도, 빈틈도, 여백도, 회색 지대도 없다. 사실은 그 틈새를 헤쳐 나가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사고 면에서도 가치가 있지만, 여백이 없기에 고민하는 법조차 모른다. _「제2장 무엇을 바꿀 것인가」에서
'부모님 말씀을 잘 따르자'는 것도 누구에게나 다 들어맞는 도덕은 아니다. 개중에는 부모가 없는 아이도 있다. 부모에게 학대나 무시를 당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아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트라우마를 지닌 아이가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부모가 나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 아이에게 부모님 말씀을 잘 들으라고 가르친다면 마음의 상처를 더욱 부채질할 수도 있다. _「제4장 나의 도덕, 새로운 도덕」에서
정말 절실한 도덕교육은 가능한 한 아이들에게 진실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인간이 안고 있는 모순과 문제점을 하나도 숨기지 않고.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 하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인간이 자연 혹은 다른 나라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갈 것인가' 하는 성찰이 눈앞에 닥친 훨씬 더 절박한 문제일 것이다.
환경 파괴 문제도 결국은 인간이 '도덕'을 잊었기 때문에 생겨났다. 정확히 말하면 인간의 비매너적인 행태가 지구 전체의 환경에 영향을 줄 만큼 지구상에 인간이 차고 넘친다는 말일 테다. _「제5장 인류의 도덕을 생각한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