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이끈 명량대첩을 다룬 영화 '명량'의 한 장면(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조정에 전황을 알렸던 보고서를 묶어 펴낸 '장계별책'. 지난 2007년 분실됐다가 행방을 되찾은 이 문화재에 대한 보관 등 처리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장계별책은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1592부터 1594년까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도 수군절도사·삼도수군통제사로 있을 때 선조와 세자 광해군에게 전황을 알린 보고서 묶음집으로, 충무공 사후인 1662년 펴낸 필사본이다.
이 책은 난중일기나 임진장초에 없는 보고서 12건과 백사 이항복(1556~1618)이 충무공을 추모한 '이통제비명' 등이 포함된 국보급 유물로 꼽힌다. 장계별책은 충무공 종가에 전래돼 온 문화재다.
그런데 지난 2007년 장계별책 등 고서적 100여 권이 분실됐다. 당시 충무공 종가에서 공사업자 김모 씨에게 종가의 쓰레기 등을 치워 달라고 의뢰한 과정에서 김 씨에 의해 유출된 것이다. 김 씨는 문화재 매매업자에게 장계별책을 비롯한 고서적을 일부 팔았고, 2013년 4월 국립해양박물관이 장계별책만 해당 매매업자 등으로부터 3000만 원에 샀다.
지난해 검찰은 공사업자 김 씨와 국립해양박물관 학예사를 장물은닉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장계별책을 압수해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보관하도록 했다. 그런데 올 6월 국립해양박물관 학예사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자, 검찰은 문화재청에 장계별책을 국립해양박물관에 돌려 주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충무공 16대 종부 최순선 씨와 문화재제자리찾기, 우리문화지킴이 등 관련 단체는 장계별책을 국립해야박물관이 아닌, 현충사에 보내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국사편찬위원회의 '장계별책' 유리원판필름(사진=문화재제자리찾기 제공)
이들 단체는 "장계별책이 충무공 종가에 소장됐던 사실은 오래전부터 국가기관이 파악하고 있던 사실이고, 이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충무공 종가에서 촬영한 유리원판필름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며 "국가기관인 국립해양박물관이 불법 유출된 장계별책을 모르고 구입했다는 주장은 허구이며 도난품인 것을 알고 구입한 사실은 '출처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므로 선의취득이 인정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검찰이 장계별책 도난·장물은닉 행위에 대해 무혐의 처리했지만, 민사적 소유권에 대한 판단까지 내려진 것은 아니고, 검찰의 요청대로 문화재청이 국립해양박물관으로 장계별책을 환부한 상황도 아니"라며 "따라서 장계별책은 원소유주에게 환부된 뒤 충무공 유물이 보존돼 온 현충사에 전시돼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들 단체는 5일 서울시청에서 '이순신 장계별책 제자리찾기 모임'(가칭) 출범식을 갖고, 감사원에 '충무공 장계별책 부당취득에 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해당 감사청구서는 '피해자 최순선은 사건동산(장계별책)의 정당한 소유자로서 검찰과 문화재청에 '도난품의 환부'를 요청해왔습니다. 그런데 국립해양박물관이 자신이 정당하게 구입했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소유권을 다투고 있으므로, 행정기관에서는 도난당한 피해자인 최순선에게의 환부를 거절하고 있습니다. 국가기관이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도난당한 사유재산을 취득하려는 시도는 사회 구성원 공익을 현저히 침해하는 사항임과 동시에 지나친 권한의 남용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에 국립해양박물관의 부당한 주장을 바로잡고 충무공 유물이 충무공 가문에서 잘 보존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합니다'라고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이 모임의 법률대리인으로 선임된 김형남 변호사는 "일단 장계별책이 국립해양박물관으로 환부되는 것을 막고, 원소유주에게 되돌려줄 수 있도록 '환부청구 취소'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제자리찾기 측은 "형사 소송법 417조에 따라 환부청구 취소를 청구하면 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있을 때까지 환부 처분은 집행이 정지된다"며 "국립해양박물관 측은 충무공 종가로부터 법률상의 권리를 위임받은 우리 측에 오는 9일까지 장계별책 반환 요청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통보해 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