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힙합 듀오 리쌍이 소유한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건물에 세 들어 있는 곱창집 '우장창창'에 대한 강제집행이 완료된 가운데, 이틀 뒤인 20일 오전 세입자 서윤수 씨가 '맘편히장사하고싶은상인들의모임'(맘상모) 회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면서 눈물을 참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용역까지 동원한 강제집행으로 세입자를 내보낸 건물주 리쌍 측의 모순된 입장을 담은 녹취 파일이 최근 공개되면서 이번 분쟁의 전말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7일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는 리쌍의 건물에서 곱창집 '우장창창'을 운영하던 세입자 서윤수 씨를 찾아와 언쟁을 벌이는 리쌍 멤버 길의 녹취 파일이 공개됐다.
길이 "정말 원하는 게 뭐야?"라고 묻자 서 씨는 "그냥 합의한 대로 증축하게 해 주고, 증축 합의 내용 이행하라고. 왜 이행을 안하는데. 왜 안하는데 도대체"라고 되묻는다.
이에 길은 "윤수야, 그거 원해? 원해? 재판 가는 거 원해?"라며 "너 XX 여기서 XX 못하고 장사 못하고, 원해?"라며 욕설 섞인 말을 건넨다.
서 씨는 "원하지 않지만 할 수 있는 방안이 그것 밖에 없어. 재판 밖에 지금은"이라고 답했고, 길은 "그러면 우리도 여기서 장사 못하게 할 수밖에 없어. 근데 너는 지금 이 짓거리하는 게 XX이야. 알아? XX이 하는 짓이야"라며 언성을 높이고 있다.
앞서 지난 2013년 새 건물주 리쌍과 세입자 서 씨는, 1층의 곱창집을 지하로 옮기고 1층 주차장 공간 일부를 함께 영업장으로 사용하는 데 합의했다. 이곳 주차장에서 예전 세입자도 밤에 영업을 했다고는 하지만, 엄연한 불법이었기에 서 씨는 계약 당시 상당히 우려했다.
그런데 이날 함께 공개된 녹취 파일에서 리쌍 측 대리인은 "문제가 됐던 건 뭐냐면 불법건축물이 있으면 그냥 딱지만 날아와요. 1년에 한 번씩. 그 외에는 누가 구청에다 (신고) 전화해서, 담당자 찾아서 '여기 누가 불법(영업)하고 있는데 왜 안 나오냐'고 1주일에 한 번씩 전화해야 그 사람들 나와요. 제 경험상 그래요. 만약에 장사 못하실 경우에 그때 용도변경을 하시거나 이러면 되지"라며 서 씨를 안심시키고 있다.
당시 서 씨는 주차장 영업이 문제가 될 때를 대비해 '임차인이 1층 주차장을 영업에 맞게 용도 변경하고자 할 때는 용도변경 절차에 대해 임대인은 협력하고 용도 변경 과정의 모든 제반 비용은 임차인이 부담한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포함시켰다. 건물주가 용도변경에 협력한다는 조건으로 길과 개리도 도장을 찍은 것이다.
하지만 새로 장사를 시작한지 한 달 만에 민원으로 인해 주차장 영업에 제동이 걸렸다. 서 씨는 리쌍을 찾아가 증축 합의를 이행해 달라 요구했지만, 리쌍은 들어주지 않았다. 이에 서 씨는 주차장 용도 변경 소송을 냈는데, 리쌍이 계약해지 소송으로 맞불을 놨다.
서 씨는 이날 방송에서 "(계약해지 소송에서 리쌍은) 건물주의 사전 동의 없이 불법적으로 증축을 해서 자기네들(리쌍)이 피해를 봤다고 한다"며 "어떻게 보면 불법을 (리쌍 측이) 부추겼는데, 저희가 합법으로 하자고 했을 때 그래 놓고선 이제 제가 불법을 자행했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 전국 주요 상권서 제2, 3의 우장창창 사태…법 정비 요구 봇물 "같이 삽시다"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신사동 유명 힙합듀오 리쌍의 건물에 세 들어 있는 곱창집 '우장창창'에 대한 강제철거가 집행된 가운데, 경비용역 100여 명과 가게 주인 서윤수 씨를 비롯한 맘상모 회원들이 대치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리쌍의 길이 서 씨를 찾아와 언성을 높이고 돌아간 날, 서 씨는 길로부터 '친구 사이로 편하게 지내고 잘 해결해 보자'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서 씨는 '서로 더 이상 상처받는 일이 없어지길 간절히 바란다'는 답문을 보냈다.
그런데 그 뒤로 길은 서 씨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3일 뒤 서 씨는 리쌍으로부터 계약해지에 대한 내용증명을 받았다. '2013년 8월에 지급한 합의금이 계약갱신 거절권의 대가였다'는 것인데, 서 씨는 "합의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들을 얘기를 하고 있어서 정말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이날 공개된 녹취 파일에서 합의 당시 리쌍 측 대리인은 "처음에 이걸(합의서) 쓸 때 제가 길, 개리한테 물어봤을 때 '내보낼 생각이 있으면 이거(합의)할 필요가 없다'라고 했어요. '알았다 2년 뒤에 시세에 맞게 맞춰서 월세 올리면 되지'라는 거죠. 저희가 내보낸다는 게 아니잖아요"라며 리쌍의 분명한 계약 연장 의사를 전하고 있다.
리쌍 측이 합의한 해당 건물 주차장의 용도 변경 역시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세입자의 을질'로까지 표현된 무리한 요구였다는 비난과 달리, 충분히 이행 가능한 부분이었다.
서 씨가 합의 당시 증축을 요구한 것은 주차장 전체가 아니라, 주차 라인 바깥 쪽 빈공간이었다. 이에 대해 관할 구청 담당자는 "법 범위 안에 들어오는 것 같다" "증축 부분에 한해서 만큼은 전혀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확인해 줬다.
리쌍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JTBC 측에 "인터뷰를 일체 하지 않는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며칠 뒤 보내 온 공식 입장에서도 '구체적인 사실 관계에 대하여서는 판결문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귀사의 질의에 대해서도 세세히 답변 드리지 못한다'고 전했다.
서 씨가 거리로 내몰린 데는 2심에서 법원이 '계약해지 하겠다'는 리쌍 측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소송 진행 과정에서 2년 계약기간이 끝났다는 것인데, 이는 서 씨의 작은 실수에서 비롯됐다. "소송에 응한 것 자체가 계약을 연장하겠다는 의사표시이기 때문에 자동갱신이 된 줄 알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을 꼽자면 사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법의 맹점 탓이 크다.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는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100)이 4억 원을 넘지 않아야만 5년 동안 자동 계약 갱신이 된다. 하지만 가로수길, 명동, 혜화, 압구정, 청담까지 서울 5대 상권의 환산보증금이 평균 8억 원이라는 점에서 이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전국 주요 상권에서는 제2, 3의 우장창창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법을 정비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이날 방송된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영상은 페이스북 페이지 '쫓겨난 우장창창'에 걸려 9일 오후 1시 기준으로 조회수 4만여 회, 공유 400여 회를 기록하며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해당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그 동안 세입자분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죄송한 마음에 공유합니다" "세입자도 사람인데 건물주 맘대로 욕하고 내쫓고… 하루빨리 진실이 많이 많이 알려져서 억울한 세입자가 안생겼음 좋겠어요" "그렇게 용역들까지 써가면서 저런식으로 부셨어야 하는지… 그대로 되돌려줘서 세입자들의 맘이 어땠을지 느끼게 해주고 싶네요" "같이 삽시다… 제발" "남일이 아니다"라는 댓글을 올리며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