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중고 (경유)화물차를 산 차주들이 차량에 부착된 배출가스 저감장치의 자부담금을 덮어쓰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관련기사:
배출가스 저감장치 자부담금 덤터기, 언제까지...). 그런데 환경부가 이런 상황을 오히려 조장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노후경유차에 부착하는 배출가스 저감장치는 정부가 90% 보조를 해주고 10%는 차주 부담이다. 이마저도 초기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대략 10만원에서 30만원 정도 되는 자부담금은 폐차할 때 내도록 제작사가 유예를 해주고 있다.
문제는 장치를 부착한 뒤에 중간에 차가 중고로 팔려 차주가 바뀔 때다.
자부담금 유예여부는 자동차 등록원부에 기재되지 않는다. 환경부가 기재를 추진했지만 국토부의 거부로 결국 무산됐다. 때문에 중고차를 사는 사람은 자부담금이 있는지 모르고 차를 구매하게 된다.
그런데 자동차환경협회는 2013년 1월부터 자부담금을 안 내면, 자동차 등록말소에 필요한 장치반납확인증을 발급해주지 않고 있다.
결국 자동차 등록을 말소하고 다른 차를 사려면, 10~30만원에 이르는 앞선 차주의 자부담금을 울며 겨자먹기로 내야하는 상황. 실제로 이 제도가 시행된지 얼마되지 않아 피해자들이 환경부에 민원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 민원인 따로 국회 따로...말 바뀌는 환경부그런데 2013년 4월 환경부는 해당 민원에 대해 “계약당시의 차주가 변경되었다 하더라도 차량과 함께 장치를 양도받은 최종소유자에게 자부담금 납부 및 장치 반납과 관련된 법적 의무가 승계된다”고 회신했다.
(사진=민원인 제공)
환경부가 자동차환경협회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당시 민원을 제기했던 김모씨는 “억울하기는 했지만, 환경부에서 법적의무가 승계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돈을 냈다”고 말했다.
그런데 앞서 지난 2012년 11월 은수미 전 국회의원이 제기한 서면질의에서 환경부는 자부담금과 장치반납확인증은 서로 연관이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기부담금은 장치 제작사와 차주 간에 민사상 계약에 따라 납부하는 비용”이고 “반납확인증명서는 자동차 등록말소 과정에서 한국자동차환경협회가 배출가스 저감장치 반납여부를 확인한 후 발급하는 서류로서 서로 연관은 없다”는 것이 당시 답변 내용이었다.
국회와 민원인에게 한 말이 180도 다르다. 국회에는 서로 연관이 없어 개선방안을 찾겠다고 말하면서, 정작 민원인에게는 자부담금을 내도록 강제한 것이다.
이런 환경부의 이중적 태도 덕분에 자동차환경협회는 지난 2013년부터 올해 4월까지 적어도 78억원이 넘는 자부담금을 징수해 장치제작사들에게 돌려줄 수 있었다. 정확히 분류되지는 않지만 자부담금 징수분의 상당액은 장치를 부착한 원래 차주가 아닌 승계 차주가 낸 금액으로 추정된다.
◇ "법적근거 불명확한 과도한 규제"
법률사무소 시원 빈정민 대표 변호사는 “자부담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반납확인증을 발급하지 말라는 법령은 없다”며, “(자부담금을 내지 않으면) 결국 폐차 자체를 할 수 없게 되는데, 이는 법적근거가 불명확한 과도한 규제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결국 그동안 환경부가 이렇다 할 법적 근거도 없이 자동차환경협회의 자부담금 추심행위를 도와줬다는 말이 된다.
환경부는 문제가 커지자 최근에야 해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자동차환경협회가 자부담금 납부 여부와 상관없이 2주 안에 장치 반납확인증을 발급해주겠다는 자체 개선안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부담금 채권을 갖고 있는 장치제작사들과의 협의 과정이 남아있어, 일선 폐차장까지는 아직 이런 방침이 하달되지 않고 있다. 자부담금 덮어 씌우기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당장 내년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노후경유차 운행제한이 확대되고, 배출가스 저감장치 부착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때문에 불명확한 자부담금 문제를 매듭지을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빈 변호사는 “아예 설치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던지, 아니면 적어도 자동차등록원부 등에 자부담금채무 액수를 공시해 중고차 구매자들이 그 내용을 알고 차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적으로 타당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