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제동(사진=김제동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사회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소신 발언과 행동을 이어 온 방송인 김제동이, 대한민국의 뿌리는 상하이 임시정부에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역사인식 논란을 부른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과 선명한 대조를 이뤄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제동은 광복절이던 지난 15일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임시정부에서 시작된 빛이 대한민국을 밝게 만든 날입니다. 그 빛을 위해 참 굳세게도 싸워온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깊이 고개 숙이고 손 모읍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위국헌신 군인본분. 대한국인 안중근이 썼습니다. 이토록 비장한 글이 어떻게 시처럼 느껴지는지는 여러분들과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라며 "덕분에 영화도 보고 밥도 잘 먹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잘 놀면서도 문득문득 새기겠습니다. 우리들의 삶을 위해 자신의 삶을 던진, 대한민국을 지키고 우리에게 만들어 준 고맙고 뭉클한 모든 선조들에게 두 손 모으고 깊이 절합니다. 대한독립 만세"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해 지난해에 이어 2년째 '건국절' 논란을 낳았다. 뉴라이트 등 우익진영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인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제정하자는 주장에 재차 힘을 실어준 것이다.
박 대통령과 달리 김제동은 "임시정부에서 시작된 빛이 대한민국을 밝게 만든 날"이라는 표현을 통해, 대한민국의 뿌리가 임시정부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사진=김제동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광복절을 앞둔 지난 12일 청와대 독립유공자 초청 오찬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광복군 출신 김영관(92) 전 광복군동지회장 역시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의 건국절로 하자는 일부의 주장은 헌법에 위배되고, 실증적 사실과도 부합되지 않고, 역사 왜곡이고, 역사의 단절을 초래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꼬집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안중근 의사 순국지를 잘못 말하기도 했다. "안중근 의사께서는 차디찬 하얼빈의 감옥에서 '천국에 가서도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라는 유언을 남기셨다"고 연설했는데, 안 의사 순국지는 하얼빈이 아니라 뤼순이었다.
안 의사는 1909년 10월26일 오전, 당시 러시아 땅이던 하얼빈 기차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다. 러시아 헌병에 체포된 안 의사는 일제에 신병이 인도되면서 곧바로 일제가 관할하던 뤼순으로 압송 당했다. 일제는 이듬해 3월26일 사형을 집행하고 안 의사를 뤼순 감옥 인근에 매장했다.
김제동이 언급한 '위국헌신 군인본분'은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라는 의미로, 대한의군(大韓義軍) 참모중장으로서 안 의사의 마음가짐을 잘 드러낸 글귀다. 안 의사는 개인이 아니라 대한의군 참모중장 자격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체포된 뒤 재판소에서도 "나를 군인으로 대우하고 군사재판을 열어 달라"며 이토 히로부미 저격이 테러가 아니라 군사작전이었다고 역설했다.
김제동 페이스북의 해당 글은 16일 오전 10시 현재 4500여 명이 '좋아요'를 누르고, 230여 회 공유에 200여 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
김제동의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많이 고맙습니다. 혼자만 힘든 짐 지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합니다. 우리 아들도 제동님처럼 용기있고 생각이 바른 청년으로 자라길 기도한답니다" "광복절보다는 3일 연휴라는 생각이 크게 지배했는데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네요. 김제동 씨의 글을 읽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당신을 응원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더 더 많다는것을 늘 가슴에 기억하시길" 등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