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년만의 女골프 금메달의 주인공 '골프 여제' 박인비가 23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만약 선수를 한다면 올림픽 2연패는 좋은 목표죠."
박인비(28, KB금융그룹)가 2020년 도쿄 올림픽으로 눈을 돌렸다. 물론 선수 생활을 그 때까지 이어간다는 전제가 깔렸다. 4년 뒤면 박인비의 나이도 서른둘. "도쿄에서도 인비 언니가 있을까요?"라던 김세영(23, 미래에셋)의 농담처럼 어떤 것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인비는 23일 금메달과 함께 귀국한 뒤 "(2연패 도전은) 장담은 못하겠다. 2020년까지 선수생활을 할지 안할지도 모른다"면서 "만약 선수를 한다면 올림픽 2연패는 좋은 목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너무나도 힘겨운 금메달 도전이었다. 올해 부상으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올림픽 출전을 결정해 마음 고생이 심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격려했다. 무엇보다 남편 남기협 씨가 큰 힘이 됐다.
박인비는 "걱정도 되고, 잘 할 수 있을까 의심도 돼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그래도 올림픽에 나간다고 마음 먹었을 때 스스로 자신감을 북돋아주려 했다. 자신감이 없었다면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남편이 다시 용기를 낼 수 있게 일으켜 세웠다. 내겐 가장 중요한 스윙코치이자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고,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버팀목"이라고 말했다.
손가락도 완벽히 낫지 않았다. 하지만 박인비는 테이핑을 떼면서까지 올림픽 금메달에 욕심을 냈고,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인비는 "원래 손가락이 안 좋았는데 한 달 전부터 연습을 많이 하다보니 재활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래도 아주 안 좋을 때보다는 나았다. 통증은 항상 어느 정도 있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커 통증이 많이 느껴지지는 않았다"면서 "삼다수 대회 때 테이핑을 했는데 예리함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통증이 조금 있더라도 일주일만 참으면 되니 떼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메이저대회 마지막라운드를 매일 하는 기분이었다. 매일 메이저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치는 듯한 압박감을 견뎠다. 힘들이지 않고 치는 스타일인데 지금까지 중 가장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결과는 달콤했다. 태극기가 시상대 맨 위에 올라갔고,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박인비는 "그동안은 박인비를 위해서 경기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라를 대표해서 경기를 했다. 18번홀에서 들은 애국가는 어떤 노래보다 최고였다"면서 "감정이입은 많이 됐는데 눈물은 안났다. 주변에 박세리 감독님을 포함해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울어주셨다. 감사할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일단 계획은 휴식. 남들처럼 휴가를 즐길 생각이다.
이후 올림픽 때문에 신경 못 쓴 재활에 초점을 맞추고, 9월16일 열리는 에비앙 챔피언십에 도전한다. 에비앙 챔피언십은 메이저대회 승격 전 우승했던 대회. 메이저대회 승격 후에도 우승하고 싶은 욕심이다. 물론 몸 상태가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