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은평구 이마트 수색점의 채소 코너. 정재훈기자
“이건 비싸도 너무 비싸네요”
추석을 일주일 앞둔 9일 오후 서울 은평구의 이마트 수색점. 추석 차례상 준비를 위해 친정 어머니와 함께 채소 코너를 찾은 주부 유유희(44.은평구 응암동) 씨는 배추 가격표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날 배추 한 통 가격은 6980원. 지난해 추석 전의 1980원보다 3.5배나 높은 가격이다. 그나마 대형마트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재래시장에선 한 통에 1만원에 팔리고 있다. 말그대로 금(金)배추다.
유 씨는 “배추값을 보고 깜짝 놀라 못사고 그냥 돌아간다”면서 “차라리 안먹고 말겠다”며 매장을 빠져 나갔다.
이마트 수색점의 배추와 무우
금배추이지만 품질은 형편없었다. 올 여름 폭염에 시달린 배춧잎은 시들고 말라 배추라고 부르기 민망할 지경이었다.
주부 심경아(은평구 증산동.51) 씨는 “배추가 비싼 것은 둘째치고 속이 제대로 차지 않아서 김치를 담가도 한두 접시 밖에 나오지 않겠다”면서 “김치소 재료까지 감안하면 차라리 김치 제품을 사 먹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며 김치 코너로 발길을 돌렸다.
이마트 수색점 최남일 농산품 담당은 “오랜 폭염과 병충해 확산에 따른 채소류의 품질 미달로 상품화할 수 있는 물량이 크게 줄어 가격이 평균 30~40%, 최대 두세 배나 올랐다”면서 “시금치 한 단(300g)이 6980원인데 농산품 담당 8년만에 이런 가격은 처음 봤다. 올해 차례상 준비는 상당히 부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산한 정육코너
갈비찜이나 국, 잡채 등 제사상에 고루 사용되는 한우 역시 마찬가지다. 사육 두수 감소로 지난해 추석 때보다 20~30%가 올랐다. 이마트의 한우갈비 1+등급 세트는 지난해 18만8000원에서 올해는 22만9500원으로 22%가 뛰었다.
한우값이 오르자 호주‧미국 등 수입산 소고기가 한우를 대체하고 있다.
지난해 추석을 1주일 앞둔 9월 12~19일(13일 의무휴업) 한우 매출은 전년보다 26%나 증가했지만 올해 9월 2~8일 한우 매출은 9.8% 감소했다. 그러나 수입산 소고기는 지난해 13.1%, 올해 12.7% 매출이 늘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같은 채소와 한우 가격 폭등으로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마트는 농‧수‧축산물 32종의 가격을 토대로 올해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이 26만5820원으로 지난해 24만4290원보다 8.8%가 더 들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