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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100돌 기념 우표' 거센 반발…"시인 윤동주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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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희 100돌 기념 우표' 거센 반발…"시인 윤동주는요?"

    내년 나란히 탄생 100돌을 맞는 시인 윤동주(왼쪽)와 박정희 전 대통령(사진=자료사진)

     

    내년 박정희(1917~1979) 전 대통령 탄생 100돌을 맞아 기념 우표가 발행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거센 반발을 부르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신경민(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우정사업본부가 내년 9월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우표 60만 장을 발행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인물인 박 전 대통령을 '위인'으로 규정해 탄생 기념 우표까지 발행한다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줄기차게 내놓고 있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SNS에 "만약 독일에서 히틀러 기념 우표가 나온다면 반응이 어떨까? 독재자 기념 우표가 나오는 것 자체가 비정상인데, 게다가 그런 걸 지지하는 사람까지 있다는 게 너무 충격적인 나라. 나는 그런 나라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만들어라. 나는 꼭 살 것이다"라는 시 형식의 비판 글을 올려 눈길을 끈다.

    "만들어라/ 나는 꼭 살것이다// 그가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딸에게 이야기할 것이다// 그가 어떤 일을 해왔는지/ 아들에게 이야기할 것이다// 똑똑히/ 이 우표를 보면서/ 이 우표가 그 딸이 대통령이었던 시절에 나온 우표라고// 국가를 무슨 선술집 주막쯤으로 아는 이가/ 아비의 탄생을 기리는 우표라는 것을// 나는 꼭 살것이다/ 다시는 이런 사람이/ 우리 역사에 있어서는 안된다는/ 산 교육을 위해/ 꼭 살것이다// 만들어라/ 나는 꼭 살것이다"

    공교롭게도 내년은 시인 윤동주(1917~1945)의 탄생 100돌이기도 하다.

    책 '처럼: 시로 만나는 윤동주'(문학동네) 등을 통해 윤동주 연구 성과를 대중과 나누는 데 힘써 온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는, 같은 해 태어났지만 판이한 삶을 산 청년 윤동주와 박정희를 일찍부터 이야기해 왔다.

    김 교수는 지난 2월 자신의 SNS에 "1917년에 태어난 윤동주는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했는데, 1917년에 태어난 박정희 딸은 '물에 빠뜨려놓고 살려야 하는' 것만 살리잖다. '물에 넣었다빼보자'는 말은 물고문 형사들이 했었다. 세월호가족들에게 저 말은 얼마나 끔찍할까"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해 말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이년후 2017년이면 1917년에 태어난 시인 윤동주와 독재자 박정희의 탄생 100주년이다. 국민은 윤동주를 기리려 하는데, 이 정권은 박정희의 친일과 독재를 기리려고 교과서를 국정화 하는가"라고 꼬집었다.

    ◇ "윤동주, 시대에 대한 번뇌의 표상으로서 귀중한 가치"

    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삶을 그린 영화 '동주' 스틸컷(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역사교양서 '단박에 한국사 근대편'(위즈덤하우스)을 펴낸 작가이자 역사강사인 '심용환 역사&교육연구소' 심용환 소장 역시 최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윤동주와 박 전 대통령이 같은 해 태어났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 사람은 일제시대에 방황하고 갈등하다가 생채실험으로 감옥에서 생을 마감했고(윤동주), 또 한 사람은 일제시대 일본군 장교에서 해방 뒤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박정희)"고 설명했다.

    심 소장은 13일 "시인 윤동주도 내년 탄생 100주년이 분명히 맞다. 문학계에서는 아주 대대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정부 차원에서는 얘기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내년이 박근혜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만큼, 아버지 박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굉장히 성대하게 진행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윤동주 탄생 100주년에 대해 앞으로 (정부 쪽에서) 어떻게 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윤동주에 대해 "윤동주는 친구인 독립운동가 송몽규 등 그 시대 행동하는 젊은이들과 비교해 봤을 때 삶으로서 존경받을 인물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유신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장준하 선생처럼 박 전 대통령에 맞서 싸우지 못했던 것처럼, 일제 강점기 현실에서 윤동주가 진실로 양심적인 방황을 하면서 이를 시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우리의 너무나 중요한 자산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동주의 시를 보면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실제 삶 역시 시대와 타협한 것이 아니었다. 당대 많은 문인들이 시대와 상관 없는 순수문학을 하거나 문학의 내용은 좋지만 삶이 좋지 않거나 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윤동주는 시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진실함과 선택, 결단의 길을 향하고 있다"며 "실천가로서 의미는 적더라도 진실을 지키려 애쓰고 양심을 추구하는, 시대적인 상황에 대해 번뇌하고 고뇌했던 그런 표상으로서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 소장은 '박정희 탄생 기념 우표' 발행에 대해 "기념 우표라는 것은 국가기록으로도 남게 되는 등 상직적인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어릴 때 '전두환 기념 우표' 다음으로는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운 기념 우표가 화제가 된 경우를 못 봤다. 그래서 조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수능에서 어떤 대통령인지를 묻는 문제가 나온 적이 있는데, 힌트로 제시된 게 박 전 대통령 때 발행된 기념 우표들이었다"며 "포항제철 준공, 경부고속도로 개통 등을 기념하면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초상을 담은 기념 우표가 많이 나왔다. 그런 것들을 염두에 둔다면 내년에 나올 탄생 100돌 기념 우표는 굉장히 노골적인 정치공세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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