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7월3일 일본에서 김포국제공항으로 귀국한 뒤 검찰 수사와 관련해 사과와 함께 성실하게 수사에 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드디어 검찰에 소환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된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20일 오전 9시30분 신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불러 조사하겠다고 18일 밝혔다.
지난 6월 10일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에 돌입한 지 102일만이다.
신 회장의 소환은 이미 추석연휴 직후로 예견돼온 만큼 롯데 측의 반응은 담담했다.
롯데 관계자는 "올 것이 온 것"이라며 "검찰에서 최대한 성실하고 소상하게 사실 관계를 설명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추석연휴 마지막 날인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소공동 롯데 본사 집무실에 출근한 뒤 소환 일정을 보고받았다.
정책본부 소속 사장 등 임원과 법무팀 관계자 등은 모두 출근해 신 회장의 소환 조사에 대비했다.
신 회장은 검찰에서 롯데건설의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중국 홈쇼핑업체 럭키파이 등 해외 기업 부실 인수, 호텔롯데의 롯데제주·부여리조트 저가 인수, 자동출납기(ATM) 제조·공급업체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 과정의 계열사 동원, 롯데케미칼 재료 수입 과정의 일본롯데물산 경유, 롯데시네마 등을 통한 친인척 일감 몰아주기,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대한 400억원대 급여 부당 지급 등의 의혹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
또 일본 롯데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매년 100억원대 급여를 수령한 부분과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이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와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넘기면서 증여세 등을 탈세한 의혹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검찰 소환을 앞두고 추석연휴 동안 서울 강남권 주요 사업현장을 돌아보며 내부 분위기 다잡기에 나섰다.
신 회장은 추석 전날인 14일 오후 롯데그룹의 미래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123층·555m) 공사 현장과 롯데월드몰을 비공개로 방문해 공사 진척 상황과 영업 현황을 살펴보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추석 당일인 15일 구기동 자택에서 휴식을 취한 신 회장은 16일에도 서울 대치동 롯데백화점 강남점, 도곡동 롯데슈퍼 프리미엄 푸드마켓, 롯데슈퍼 온라인전용 배송센터 롯데프레시 서초점 등을 둘러봤다.
롯데그룹은 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창업 이래 사상 최대 위기에 내몰렸다. 그룹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상장 무산 등 주요 사업들에 줄줄이 제동이 걸렸고 그룹 2인자인 고(故) 이인원 부회장은 검찰 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누나 신영자 이사장이 구속된 데 이어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은 검찰 소환조사,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도 검찰 방문조사를 받았다. 이제 총수인 신동빈 회장이 검찰에 출두하게 됨에 따라 롯데 사태는 대단원으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