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철 책표지.
분단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이호철씨가 향년 85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뇌종양으로 투병하던 중 최근 병세가 악화돼 18일 오후 7시 30분쯤 서울 은평구 한 병원에서 운명했다.
1932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0년 한국전쟁에 인민군으로 동원돼 포로로 잡혔다가 풀려난 뒤 이듬해 1.4 후퇴 때 혈혈단신으로 월남했다.
1955년 단편소설 '탈향'을 발표하며 등단한 이후 장편 소설 '소시민', '서울은 만원이다', '남풍북풍', '그 겨울의 긴 계곡', 중·단편 소설 '퇴역 선임하사', '판문점', 연작소설 '남녘사람 북녘사람'등 수십편의 작품을 통해 전쟁과 분단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왔다.
1961년 단편 '판문점'을 발표한 이후 50년이 지난 2012년 '판문점 2'를 함께 묶어 <판문점>이라는 단행본을 출간한다. 두 작품 사이에 50년의 시간차가 났지만,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남북통일 문제에 대한 고민을 이 두 작품을 통하여 이호철 작가는 그려낸다.
고인은 유신헌법 반대서명을 주도했다가 1974년 문인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투옥된다. 문인간첩단 사건은 법원의 재심으로 2011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고인은 전쟁과 이산의 아픔을 자의식의 투영된 세련된 언어로 표현했다는 평을 받으며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 3.1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페이스북에는 문인과 지식인들의 추모의 글이 이어졌다.
김준태 시인은 "님의 일생은 한국현대사였습니다. 님의 화두는 분단문학이 아니라 '통일문학'이었습니다. 님이시여! 하늘에 가셔서 더욱 이 땅 삼천리를 굽어 보시고 사랑해 주시길 축원합니다. 님이여, 고이 잠드소서. 평화와 통일을 누리소서."라고 명복을 빌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판문점>이 그의 분단문학을 대표하겠지만, 제겐 <소시민>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선생이 그린 한국전쟁 직후 소시민들의 군상은 그 어떤 사회과학의 시민사회론들보다 우리 현대사를 증거했고 또 형상화했습니다. 소시민에서 교양 시민으로의 성숙은 우리 사회와 문화의 여전한 과제일 것입니다."라고 명복을 기원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조민자 여사와 딸 윤정 씨가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2호실에 차려졌다. 발인은 오는 21일 오전 5시, 장지는 광주광역시에 있는 국립 5·18 민주묘지다.소시민>판문점>판문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