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수라' 제작보고회 현장.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곳에 구원은 없다. 오직 서로 살기 위해 물어 뜯기는 처절한 현실만이 있을 뿐이다.
영화 '아수라'가 뜨거운 악인열전을 펼쳤다.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 등 5인의 배우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영화를 완성해냈다.
정우성은 생존형 비리형사 한도경 역을 맡아 밀도 높은 액션과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21일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대사 절반이 욕인데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가졌으면 좋겠다. 한 작품에서 이렇게까지 욕을 많이 해본 적은 없는데 후련하기는 하더라"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평소 가지고 있던 신사적인 이미지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변신했다. 두 세력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면서도 선명하게 살아 날뛰는 눈빛이 인상적이다.
정우성은 "억압받는 모습이 몸짓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잘 짜여진 액션보다 치열한 몸부림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부상 위험이 더 컸고, 실제로 부상도 당했다. 무모한 시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액션에 어떻게 임했는지 설명했다.
안남시장 박성배 역을 맡은 배우 황정민은 '악역'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연기 내공이 대단한 배우다. 영화 '신세계'부터 '국제시장'까지, 악역과 선역을 오가며 관객들을 뒤흔드는 저력을 가졌기 때문.
또 다른 악역 캐릭터가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부담은 없었다. 애초에 박성배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게 본인이 살기 위해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나"라면서 "지금 우리 사회가 이기적이다. 내가 잘 살기 위해서라면 남도 배신한다. 박성배 캐릭터는 다중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오히려 편안하게 생각하려 했다"고 털어놓았다.
배우들 중 맏형인만큼, 촬영 현장에서는 중심에 서서 분위기를 이끌었다.
황정민은 "영화는 어두운데 배우들끼리는 즐겁게 작업했다. 우리 다섯 명은 정말 기분 좋게 똘똘 뭉쳤고, 이렇게 행복한 작업은 없었다"고 회상했다.
검사 김차인 역의 곽도원은 이와 반대였다. 다수의 영화에서 악역을 도맡아 온 만큼 우려가 컸던 것.
그는 "관객들이 식상해할까봐 두려웠다. 김차인이 무너져가는 모습에 치중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잃었을 때 어떻게 나약해지는지 그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사람이 가장 강한 순간과 약한 순간이 잘 녹아 있어서 배우에게는 달콤한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문선모 역의 주지훈은 영화 속에서 정우성이 맡은 한도경과 남다른 브로맨스를 그린다. 문선모는 서서히 악에 물들어가는 야누스적 인물이 되면서 지옥도를 벗어나려는 한도경과 갈등을 겪게 된다.
현실의 그들은 영화보다 더 단단한 신뢰 관계로 뭉쳐있었다.
주지훈은 "액션 영화는 이번이 처음인데 크게 걱정은 없었다. 정우성 형이 워낙 대가이지 않나"라면서 "연기도 형이 다 맞춰줬고, 그냥 믿고 따라갔다. 잘 짜여지기 보다는 감정이 느껴지는 액션이었다"고 정우성을 향해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