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공점 롯데백화점 본점의 유제품 판매코너에서 한 소비자가 우유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정재훈 기자)
서울우유가 흰우유 가격을 3년 만에 인하하기로 했다. 원유(原乳) 가격 인하에 따른 조치다.
서울우유는 다음달 1일부터 '나100% 우유' 1ℓ이상 5개 품목의 납품가를 인하하는데 대형마트 소비자가격은 40~100원이 내릴 전망이다,
낙농진흥회가 2013년 도입한 원유가격 연동제에 따라 지난 6월 원유 기본가격을 리터당 940원에서 922원으로 18원 내린 이후 첫 인하 결정이다.
인하된 기본가격은 지난달부터 적용돼왔지만 그동안 우유업계는 ‘검토중’이란 말만 되풀이하며 가격 인하를 차일피일 미뤄왔다.
저출산 추세와 학교 우유급식 최저가 입찰제 확산 등에 따른 실적 악화가 주된 요인이었다.
업계 1위인 서울우유는 지난해 1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순이익은 8억원에 불과했고 올해도 최저가 입찰제 영향으로 학교 급식에서 1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선 우유업체들이 원유가격 인하분을 반영하지 않고 가격을 동결해 원가 절감 효과를 노릴 것이란 관측도 나왔었다. 이 경우 서울우유는 150억원,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70~80억원의 이익을 볼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서울우유는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인하폭도 원유보다 더 크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업계 선도기업으로 생산비 인상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고객의 신뢰에 부응하기 위해 가격인하를 결정했다"면서 "최고 등급의 우유 '나100%'가 1년 전보다 판매량이 107%나 증가한 데 따른 고객 보답 차원에서 가격 인하 폭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환영하고 있다. 평소 서울우유를 즐겨마신다는 원정화(56.여.서울 수유동) 씨는 "가격 인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좋은 것"이라고 반색했다.
이렇게 되자 여론과 1위 업체의 동향을 살피던 남양유업과 매일유업도 가격인하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매일유업은 앞서 지난 7일 저지방 우유 3종의 가격을 내렸지만 당시 일반우유은 고려하지 않았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원유값이 내렸지만 생산비 등 인상 요인과 누적 적자가 있는 게 사실인 만큼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토로하면서도 "가격인하에 대해 내부적으로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1ℓ제품 할인행사 중인 남양유업 관계자 역시 "무작정 따라갈 수는 없다"면서도 "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가격인하를 결정한 만큼 추가 인하를 해야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우세한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추가 인하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른 업체들도 서울우유와 마찬가지로 200㎖, 500㎖ 제품은 제외하고 1ℓ 이상 일부 제품의 가격을 비슷한 수준으로 인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