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혐 vs 남혐, 최소한의 토론마저 실종된 상태
-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
- 한국사회에 만연한 여성하대 풍조 '미소지니(misogyny)'
- '여자들이 문제다' 발언한 성주군수, 평소 생각대로 이야기했을 듯
- '페미니즘' 공부하는 걸로 끝나선 안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9월 27일 (화)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택광 교수 (경희대)
◇ 정관용> 올 한 해 우리 사회현상 문화현상 가운데 크게 주목되는 것 한 가지가 있죠. 강남역 살인 사건으로 여성혐오 논란이 크게 일었고요. 그 후에 페미니즘 관련 책들이 엄청나게 많이 나오고 또 판매도 폭증했다. 그만큼 여성 문제, 페미니즘 문제, 여성혐오 논란 이런 것들이 사회적 관심사가 됐다는 얘기고 이제는 또 그 반대로 남성 혐오 이런 것도 또 바람이 불고 있고요. 사실 그 몇 년 전부터 일베라는 사이트, 메갈리아라는 사이트, 워마드라는 사이트를 통해서 여성혐오, 남성혐오 이런 논쟁은 계속 있어왔는데 금년에 아주 폭증한 그런 사태라고 보여집니다. 우리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 오늘 초대해서요. 이런 상황, 이런 현상들 깊이 있게 어떻게 봐야 할지 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을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이택광> 네,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제가 조금 아까 소개한, 몇 년 전부터 이런 일들이 있었는데 금년에 아주 폭증했다.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제가 제대로 본 겁니까?
◆ 이택광> 글쎄요. 이게 전면화되고 폭증하는 양상을 보인 건 최근인 것 같고요. 이전에도 물론 이런 남녀 성 대결의 양상을 보이는 그런 논쟁들이 있었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이택광> 거슬러 올라가 보면 군 가산점 제도가 있고요. 사실 남성들의 군대 문제와 여성문제들은 한국에서는 굉장히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때는 그래도 최소한의 토론, 논쟁 정도가 있었지만 지금은 이제 그 토론, 논쟁이 실종되고.
◇ 정관용> 그냥 혐오.
◆ 이택광> 그렇죠. 말 그대로 막말이 난무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볼 수 있고요. 그래서 이걸 페미니즘이다, 아니다 이런 논쟁들도 있지만 사실 이제 정작 한국에서 페미니즘운동을 주도해왔던 그런 많은 분들은 이 전체적인 흐름에서 소외되어 있는 이 분들조차도 사실은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는 그런 아주 특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죠.
◇ 정관용> 그러면 이 뿌리는 즉, 여성혐오, 남성혐오 이런 논란의 뿌리는 어디 있다고 보시고. 금년 들어서 갑자기 폭증한 이유는 어디 있다고 보세요?
◆ 이택광> 뿌리는 아무래도 한국사회가 이런 여성혐오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그런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건 무슨 말인가 하면 우리가 여성혐오라고 번역을 해서 사실 이건 영어로는 미소지니(misogyny)입니다. 미소지니는 여성혐오라고 정확하게 번역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데요. 왜냐하면 미소지니라는 것은 단순히 여성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을 깔보는 것이라는 뜻이거든요. 여성을 약간 무시하고.
◇ 정관용> 하대한다.
◆ 이택광> 하대한다, 이런 뜻이 굉장히 강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미소지니는 남성이 여성에게만 행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도 미소지니를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여성 스스로 예를 들어서 우리가 시월드라고 하는데 그런 시가의 분위기라든가 특히 거기에 이런 고부 갈등의 핵심은 사실 여성이 여성에 대해서 가하는 미소지니인 거죠. 그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미소지니라는 의미는 분명히 광범위하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한국사회 자체에 미소지니한 측면이 있어요.
◇ 정관용> 남성우위사회.
◆ 이택광> 남성우월사회이고 남성을 또 그렇게 우대를 잘 해 주고.
◇ 정관용> 그리고 또 남성우월주의가 그냥 당연시되는.
◆ 이택광> 당연시되는.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되는. 아들 안 낳으면 며느리가 기를 펴지 못하고 이런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했잖아요. TV, 드라마 같은 데서 나오고 실질적으로도 이렇게 사회를 나가 보더라도 제가 지금 학교에 있지만 여성 교수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이택광>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또 회사에서도 당연히 ‘이번에는 남성 직원이 많이 들어와야지’라고 한다든가 또는 ‘남학생이 많아야지 학과 분위기가 좋아진다’고 한다든가 이런 식의 이야기들이 상식처럼 퍼져 있었기 때문에 여성들이 소외됨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이렇게 인지를 못하고 있는 게 있어요.
◇ 정관용> 그러니까 최근에 한 10여년, 여성 법관이 많아졌다. 여성 기자들이 더 많이 뽑힌다. 전 대학의 수석 졸업은 다 여성이다. 이러면서 이거 이상한 현상이 벌어진다. 이렇게 말하는 게.
◆ 이택광> 그 자체가 미소지니한 태도인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요. 그 과거가 비정상적인데 그걸 오히려 정상으로 생각하는.
◆ 이택광> 그렇죠. 그래서 이런 식의 문화적 현상이 발생하는 뿌리는 분명히 있다는 거죠. 구조적 뿌리가 있는데 문제는 지금 현재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것이 과연 이런 구조적인 문제점을 적절하게 건드리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말 그대로 그냥 막말의 향연 또는 어떻게 보면 불필요한 혐오의 전략들을 사용함으로 인해서 오히려 건전한 대화, 논쟁, 또는 토론보다는.
◇ 정관용> 그런데 이처럼 혐오적 현상으로 증폭된 무슨 촉발 요인 같은 건 어떻게 보세요?
◆ 이택광> 가장 큰 촉발은 아무래도 지난 작년에 메갈, 그러니까 메르스 사태가 있지 않습니까? 그 메르스 사태 때 그때 최초의 발병자가 또는 전염자가 무개념하게 행동한 당사자 여성이었다. 그래서 일베에서 이 여성들을 가지고 굉장히 조롱하고 비하하는 그런 식의 게시물들이 많이 올라왔어요. 거기에 대한 대항태세로서 ‘미러링’이라는 말이 나오고요. 그 미러링에서 일베가 했던 행동을 그대로 우리가, 여성들이 해보이겠다.
◇ 정관용> 되돌려주겠다.
◆ 이택광> 그러면 남성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번 보자. 이런 식의 태도였던 거예요. 말 그대로 되돌려주겠다는 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원칙에 따른 미러링을 한 것인데.
◇ 정관용> 남성혐오로.
◆ 이택광> 그것이 남성혐오라고 일베 쪽에서도 반격을 했던 거죠. 그런데 사실 제가 생각할 때는 이론적으로는 남성혐오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미소지니라는 그 자체가 여성혐오라고 되어 있지만 그것이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단순하게 남성들만이 여성에 대해서 그런 미소지니를 갖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소지니는 일종의 구조적 현상이라고 볼 수 있고요. 거기에 대한 대항태세로 남성혐오가 과연 가능한가. 남성만 혐오할 수 있는가. 이런 것들은 사실 좀 의문이죠.
◇ 정관용> 이런 말이 있잖아요. 강자가 약자를 혐오하는 것. 그게 이제 남성우위사회에서 나타나는 미소지니, 여성하대현상, 여성혐오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이거 문제다. 이거 누구나 다 동의할 수 있어요. 반대로 그러면 약자가 강자에 대해서 혐오하는 것. 이건 혐오라기보다는 비판, 공격이니까 남성우월주의를 공격하는 거니까 이건 정당하지 않느냐. 이런 논리는 어떻게 보세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 (사진=시사자키 제작팀)
◆ 이택광> 사실 그게 이른바 정의의 논리인데요. 쉽게 말하면 말 그대로 맞습니다. 그것이 어떤 혐오냐가 사실 논의를 해 봐야 되지만 사실 제가 남성혐오가 불가능한 이유가 남성이라는 것은 어떻게든 생물학적 남성, 문화적 남성 또는 상징적인 남성이든 간에 그 남성이라는 것이 이 사회의 우위권을 점하고 있거든요. 그 우위권을 점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비판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부당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거죠. 그러니까 이미 지배적인 것이기 때문에 남성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발언의 자유라는 것은 권력에 대항해서 했을 때는 어떠한 자유도 허락되는 것이 사실은 서구든 동양이든 허락되는 것들 자체가 상식이었던 거죠. 그것이 장려돼야 할 부분이었던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얘기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게 혐오에 대해서 혐오로 대응하는 것이 과연 맞는 거냐는 질문을 할 수가 있죠. 앞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것이 어떤 비판이라든가 거기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라든가 이런 것들을 저는 맞다고 보고요. 물론 정당한 문제제기라든가 비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혐오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닌가라는 말을 할 수 있지만 혐오도 지금 우리가 지금 혐오라고 번역을 해서 그렇지, 사실은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감정상태가 있지 않습니까? 누구를 그냥 미워하는 것도 있을 수 있고 미워하는 속에서 저 사람이 잘됐으면 좋겠다 하는 애정의 어떤 표현도 담겨 있는 것이고 그냥 이런 미워하는 감정보다 더 강한 완전히 역겨움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잖아요. 비합리적인 감정의 반응인데 이게 사실은 서양 같으면 극우파들이 가지고 있는 정서들이에요.
◇ 정관용> 그렇죠.
◆ 이택광> 진정성이라고 보통 부르는 그 사람들이. 그래서 사실 서양 같은 경우도 재미있는 게 르팽 같은 경우, 마리 르팽 같은 경우는 극우파입니다. 프랑스 극우파인데 이 사람이 공개적으로 자기는 페미니스트라고 해요. 말 그대로 페미니스트 파시즘 또는 파시스트적인 페미니즘이 강하다는 거죠. 그걸 보여주는 게, 물론 ‘페미니즘이 아니야’ 할 수 있는데 어쨌든 그 사람은 그런 식으로 해서 프랑스 여성의 인권을 말 그대로 이민자들이라든가 유색인종으로부터 지키겠다. 순수한 프랑스 여성의 권리를 지키겠다라는 주장을 하는 거죠. 그런데 그게 상당히 많은 지지를 얻게 되고 지금 보시는 것처럼 무시할 수 없는 정치세력이 됐지 않습니까? 이랬을 경우에 사실 우리가 어떤, 결국 이 배제의 정서로서 혐오라는 것들은 좀 생각을 해봐야 된다. 말 그대로 역겨움이라는 것은 ‘생각을 멈춰라’라는 요구인 거거든요. 그런데 사실 뭔가를 증오하고 미워한다는 것은 거기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잖아요.
◇ 정관용> 그렇게 되면 합리적 대화나 토론이 불가능해지죠.
◆ 이택광> 역겨움의 전략이라는 것은 토론을 막아버리는, 입을 막아버리는 전략이죠.
◇ 정관용> 그리고 공존 자체를 부정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 이택광> 사실 시작은 일베 같은 데서 했지만 그 시작이 일베에서 됐다고 해서 저는 사실 미러링의 목적이라는 것도 그런 혐오를 퍼트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기 보다는 그 혐오의 부당함과 그 혐오의 문제점들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봐요. 그렇기 때문에 미러링의 목적을 생각했을 때는 이런 혐오를 통해서 혐오에 대응한다는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혹자는 이런 얘기하더라고요. 일베나 이런 데서 아주 노골적인 여성 혐오 같은 것들이 나오는 배경 속에 요즘 일부 젊은 남성들 사이에 이 사회가 여전히 남성이 우위인 사회 자체를 인정을 안 하고 요즘 각종 금융위기다 뭐다 이후에 삶이 팍팍하고 어려워지는 모든 현상이 여성들 때문이다. 여성들이 치고 올라와서 자기들이 이렇게 더 힘든 것이라고 하는 식의 이지러진 생각으로 고착되면서 그게 여성에 대한 공격으로 나오는 현상. 이렇게 설명하는 것도 있던데 그건 어떻게 보세요.
◆ 이택광> 그 논리가 그대로 보면 서구의 극우파의 논리죠. 사실은 이제 백인 노동자로써 자기들이 가지고 있던 그런 프라이드가 있었는데 자존감이 있었지 않습니까? 그런데 경제위기가 오면 사실 자기들이 어떻게 보면 이민자들보다 더 이제 빈한한 삶을 살게 되는 거예요.
◇ 정관용> 그렇죠.
◆ 이택광> 그랬을 때 그런 것이 어떤 전체적인 구조적 문제, 말 그대로 경제침체라든가 그런 것의 원인제공자들이 자기들이 참여하고 있는 여러 가지 기업이라든가 국가라든가 이런 문제를 보는 게 아니라 눈앞에 바로 보이는 자기 이웃에 살고 있는 이민자들이 보이는 겁니다. 그 이민자들이 잘못됐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그 사람이 와서 우리 일자리를 뺏어가고 있다.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남녀논쟁도 정확하게 그거예요. 특히 남성들이 문제제기하는 방식들은 이런 식으로 백인 노동자가 서구에서 이민자들에 대한 문제제기하는 것과 굉장히 유사하죠.
◇ 정관용> 그렇군요.
◆ 이택광> 그러니까 구조는 보이지 않으니까 구조라는 것 이런 문제를 만들어내는 원인이라는 것은 사실 추상적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성은 눈에 보이거든요. 그 여성이 나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아가고 나보다 더 칭찬을 받고 나보다 더 훌륭한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으면 화가 나는 거예요. 그래서 저 여성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을 하게 되는 건데 사실 그렇지는 않죠, 그러니까.
◇ 정관용> 그렇죠. 사실은 여성들도 똑같은 취업난을 겪는 거고. 그렇지 않습니까?
◆ 이택광> 그러니까 여성이 예전보다는 아무래도 사회에서 많이 보이게 되는 거예요.
◇ 정관용> 더 많이 보이죠.
◆ 이택광> 저는 이걸 여성의 사회화라고 하는데 사실 이게 사회가 발전하게 되면 결국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요. 물론 여가도 늘어나는 부분이 있겠지만 어쨌든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사람이 더 많이 주어집니다. 그랬을 때 여성들도 과거 같으면 그냥 집에서 살림을 하면 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나와서 사회적 활동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과거보다 더 많은 여성들이 눈에 띄게 된 겁니다. 그러니까 이제 솔직히 말해서 지금 당장 저 같은 경우도 주변에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동네에 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둘러보면 외국인들이 별로 없어요.
◇ 정관용> 아직도 소수죠.
◆ 이택광> 외국인들보다 여성이 훨씬 많습니다. 그러니까 내 눈에 여성들이 더 많이 눈에 띄니까 그 여성들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하기 더 쉽다는 거죠.
◇ 정관용> 그런데 왜 그들은 여전히 이 사회가 구조적으로 남성 우위 사회다라는 걸 인정 못할까요?
* 지난 5월 21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진행된 ‘강남 묻지마 살인’ 추모집회 참가자들이 침묵행진을 하고 있다. 이날 추모집회 참가자들은 흰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국화를 든 채 강남역 10번 출구를 출발해 사건 현장 앞 묵념으로 추모 분위기를 이어갔다. (사진=황진환 기자)
◆ 이택광> 왜냐하면 자기들 처지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니까 이제 내가 남성인데 내가 뭘 지배한다는 거야? 라고 생각이 되는 거죠. 그런데 사실 이건 경험인 것이고요. 우리가 보통 남성지배라고 했을 때는 이런 식의 특정한 남성들이 특정한 여성을 지배한다든가 특정한 개인이 다른 특정한 개인을 지배하고 이런 부분이 아니라 그 사람이 지배하지 않는다라고 하더라도 그런 구조 자체가 가지고 있는 그런 지배권이 있는 거죠. 그러니까 어떤 여성이 이것이 똑같은 능력을 갖췄을 때 여성들이 명백하게 임금을 차등을 받지 않습니까? 똑같은 리타이어먼트(retirement)를 하더라도 여성이 먼저 리타이어먼트를 해야 된다든가 그런 여러 가지 어떤 구조적인 문제, 그리고 또 능력이라는 측면에서 똑같은 교육을 받았는데 왜 그럼 여성들은 취업의 기회가 더 좁아지는가 이런 것들은 구조적인 문제죠. 그건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데 이런 걸 볼 수 있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는 거예요.
◇ 정관용> 그렇군요. 크게 보면 세 가지의 흐름이 있습니다. 하나는 남성우위, 남성우월주의. 너무 당연시 되는 이른바 미소지니 이것이 지금도 간간히 터져 나와요. 지난번에 성주 군수가 ‘여자들이 문제다. 군대 안 갔다 와서 전부 술집 하고 다방하고 그런 것들이다’ 이런 식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다든지 또 추석 때 김현 시인. 왜 한국남성문인들의 성적 추행이니 폭언, 이런 걸 또 폭로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문화가 여전히 있다는 것 아니겠어요? 이게 한 편에 있고 이거 문제라고 지적하는 그런 페미니즘 여성운동적인 흐름이 있어 왔는데 요즘은 이게 뒤틀려 버린 거잖아요.
◆ 이택광>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사실 제가 앞에서 예로 드신 그런 것들은 일상에 만연되어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게 말이에요.
◆ 이택광> 성주 군수 같은 경우도 항상 그런 말을 해왔을 거예요. 그러니까 이 사람은 당연히 상식이라고 생각하고 자기가 생각하는 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런 얘기를 하는 거죠. 그런데 사실 성주 군수만이 아니라 제가 볼 때는 간간이 주변에서 다 들을 수 있는 말이에요. 택시를 타더라도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기사분이 계실 수도 있고요.
◇ 정관용> 맞아요. 여성 운전자조차 좀 인정을 못하는.
◆ 이택광> 저는 나이 드신 어르신들도 특히 여성 어르신들도 그런 말씀을 많이 하시는 걸 많이 들었습니다. 여성이 행동이 조신해야지 복장이 그게 뭐냐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게 되는데 그런 게 다 미소지니고요. 특히 김현 시인이 폭로했던 그런 내용들은 실질적으로 한국 문단에 누적되어 있는 문제들이죠. 대표적인 게 사실 그런 이런 문제 지적이 이미 있었습니다. 지금 인하대 교수를 하고 있는 김명인 평론가가 그 당시의 80년대 때 논평 문화를 극복하자라는 주제로 그때는 좀 더 점잖은 말로 표현을 한 거죠. 그런 식의 문화를 척결하자는 식의 정풍운동을 추천한 적이 있는데 역시 크게 발전이 된 것 같지는 않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그런 것을 이 사람들이 의식 개혁을 한다고 해서 그런 미소지니가 사라질 것인가. 그 개인, 개인들이.
◇ 정관용> 사회구조가 또 변화해야죠.
◆ 이택광> 저는 물론 그런 사람들이 더 정신을 차리고 의식을 각성한다면 훨씬 나아질 수 있겠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소지니라는 구조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더 많은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정관용> 그런데 바로 그런 게 여전히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고 그것을 공격하고 비판하고 건설적으로 논쟁합시다라는 페미니즘 운동도 쭉 흘러왔는데 요즘 이게 여성혐오, 남성혐오 이런 식으로 완전히 뒤틀려버린 이 모습. 어떻게 하는지 마지막으로 좀...
◆ 이택광> 여성 페미니스트 운동을 주도해 왔던 분들은 운동권이라고 해서 여기에서 배제되고 있는데요. 사실 이분들 같은 경우는 정말 가장 힘든 시기에 여성운동을 주도해 왔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왜 이분들이 지지 못 받느냐 그러면 사실 운동권 혐오정서가 또 있기 때문에. 탈정치적 정서 위에 이런 페미니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예인 것 같고요. 또 하나는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사실은 여전히 이론적이고 추상적 차원에 머물러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 지금 현상은 이것이 대중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약간 차별성이 있어요. 과거에 페미니즘 운동으로 존재했던 페미니즘과 지금 대중적 문화현상으로의 페미니즘은 차별이 있고 그런 면들 때문에 지금의 대중적 페미니즘 현상이라는 것은 폭로 위주의 그런 기존에 언론 상업주의와도 약간 어느 정도 결합이 되는 그런 요소들이 있죠. 그런데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고요. 이런 증상이 나타났을 때 그것이 왜 나타나는가를 질문할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이제 페미니즘 운동이 가지고 있던 그런 전통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분들이 이것을 보고 지지를 하고 찬성하는 문제가 아니라 이 증상, 이 현상을 가지고서 왜 이런 현상들이 계속 지속되고 있는가에 대한 논의의 장을 계속 펼쳐내야 된다고 봅니다. 그래야지만 더 깊은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이고 지금 사안에 머무는 것이 아닌 좀 더 나은 전망들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 정관용> 여성혐오, 남성혐오. 이건 다 나쁜 거죠.
◆ 이택광> 그렇죠. 혐오라는 것은 사실 저는 민주주의와는 배제된다고 봅니다. 사실 민주주의에 대한 피로감이 혐오거든요.
◇ 정관용> 이런 대목에서는 어떤 선을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뭐는 뭐니까 조금 봐줄만해 이런 거 다 없애고 혐오 쪽으로 나가는 이런 흐름은 우리가 제동을 겁시다라고 하는 식의 연대. 그 위에서의 합리적인 토론. 여기서 출발점을 찾아야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군요.
◆ 이택광> 그렇습니다.
◇ 정관용> 금년 하반기 페미니즘 책이 대중적으로 많이 팔린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긍정적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이택광> 지금 굉장히 많이 팔리고 있죠.
◇ 정관용> 그러니까요.
◆ 이택광> 그런데 사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그 책들이 마케팅을 할 때 페미니즘을 공부해 봅시다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물론 마케팅 전략이겠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앞에서도 잠깐 언급을 드렸지만 페미니즘을 공부한다고 해서 미소지니 현상이 사라진다든가.
◇ 정관용> 아니죠.
◆ 이택광> 여성이 차별 받지 않는 세상이 오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그것이 왔을 때 분명히 어떤 계기가 주어졌을 때 폭발력은 생길 수 있겠지만 제 말은 페미니즘 공부하지 말자는 뜻이 아니라 페미니즘 공부하는 걸로 끝나서는 안 된다.
◇ 정관용> 네. 어쨌든 이런 책이 안 읽히는 것보다는 나은 거예요. 여기까지 합시다. 수고하셨어요.
◆ 이택광> 감사합니다.
◇ 정관용>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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