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각종 이슈들로 들끓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점차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는 한류 규제가 확산되고 있고, 국내 연예계는 민감한 정치 이슈에 얽히고 싶지 않아 눈치보기만 계속되는 실정이다.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심상치 않게 흘러 온 지난 2개월의 국내·외 상황을 정리해봤다.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포스터. (사진=SBS 제공)
◇ 현실이 된 우려…전방위적 한류 규제 시작제일 먼저 규제 직격탄을 맞은 것은 중국발 한류를 선두에서 이끄는 한국 드라마와 그 배우들이었다.
중국 내 방송되는 한국 드라마 배우들의 홍보 활동이 전면 중단됐고, 배우 이영애의 복귀작으로 주목받았던 '사임당, 빛의 일기' 또한 방송 일정이 연기됐다.
'사임당, 빛의 일기'는 중국 방송사인 후난위성TV에서 중국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었다. 당초 10월 말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영하기로 되어있었지만 중국 심의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SBS는 내년 1월로 방영을 연기했다.
SBS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 시청자들을 동시에 찾아뵐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재 심의 절차를 밟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국내 방송은 계획한 대로 내년 1월로 최종 확정 짓고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 중국 심의 역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드라마에 진출한 한국 연예인에게도 어김없이 규제 그림자가 드리웠다.
배우 유인나는 지난달 31일 촬영 중이던 후난위성TV의 28부작 드라마 '상애천사천년 2: 달빛 아래의 교환'에서 하차했다.
유인나의 하차는 시기의 문제였을 뿐, 어느 정도 예정된 결과였다. 사드 배치 결정 한달 만인 8월부터 하차를 논의 중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제작사인 CJ E&M 측은 중국 촬영 스케줄이 길어져서 국내 촬영 스케줄이 예정된 유인나가 협의를 거쳐 불가피하게 하차를 결정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유인나가 이미 드라마 전체 분량의 2/3 정도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져 사드 배치에 따른 한류 규제 대상이 됐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가요계 또한 자유롭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중국 예능프로그램에서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싸이와 아이돌 그룹 아이콘이 모자이크로 가려지거나 통편집되는가 하면, 중국 내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가수 황치열 역시 편집 대상이 됐다.
방송인 김제동. (사진=자료사진)
◇ '사드' 건드린 김제동, 의뭉스러운 하차
국내에서는 방송인 김제동을 둘러싸고 외압설이 불거졌다.
김제동은 지난 7월 SBS 예능프로그램 '다시 쓰는 육아일기-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운 우리 새끼') 파일럿 방송에 출연했지만 정규 편성 이후, 지난달 1~2회 방송에 연속으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출연자에 김제동이 명시된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반복되자 시청자들은 왜 그가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하지 않는지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김제동이 하차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
시청자들은 이 같은 하차가 김제동이 사드 배치에 대한 정치적 소신을 드러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김제동은 파일럿 방송부터 정규 방송까지의 공백 기간 동안 사드 배치를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다. 그는 경북 성주 군천 사드 반대 촛불 집회에 참여했고, 주민들 앞에 나서서 연설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