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예능 프로그램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정식 판권을 수입하지 않고 표절하는 사례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자국 콘텐츠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방통위)가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28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국 CCTV가 MBC '무한도전'의 정식 판권을 구입, '대단한 도전'으로 방송을 시작하자, 다른 방송사들이 '극한도전'(极限挑战) '진심영웅'(真心英雄) '도전자연맹'(挑战者联盟) 등 제목만 바꾼 채 모방 방송을 시작했다.
단순히 프로그램 구성의 일부를 따라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제목, 무대 구성, 내용, CG 등 포맷 전반을 그대로 따라했다.
(사진=김성수 의원실 제공)
'무한도전'뿐만이 아니다. SBS '심폐소생송'과 '일요일이 좋다-영웅호걸',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JTBC '히든싱어' 등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도 무차별적으로 표절됐다.
SBS '심폐소생송'의 경우 중국 장수위성TV 표절 문제로 중국광전총국에 투서, 주한중국대사관에 공문 송부 등 소송까지 검토하는 상황. 제작사 코엔미디어 측은 '이번 표절에 따른 예상 피해액은 약 35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중국 내 방송사들의 한국 예능 프로그램 포맷 표절 등이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방통위는 한류 콘텐츠 홍보에만 집중, 대책 마련에는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수 의원은 “중국 방송들의 도 넘은 표절 사태로 인해 피해 제작사에서 방통위에 지속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방통위는 현 상황에 대한 실태조사조차 전무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방통위에선 ‘중국의 포맷 표절 문제를 심각한 사안으로 여기고 있지만 함부로 나서기 조심스럽다며 문화부와 외교부가 나설 경우 협력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외치며 ‘한류 문화콘텐츠 육성’을 매번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문화콘텐츠 보호에 있어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말로만 ‘한류’의 세계화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국내 문화콘텐츠를 보호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